지난 기획/특집

[소년소녀가장을 도웁시다] 혼자 동생 돌보는 김미경양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01-06-24 수정일 2001-06-24 발행일 2001-06-24 제 2255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반에서 1~2등 “대학 포기해야 하나요”
“사회복지사 돼 남 돕고싶어”
미경양은 공부를 꽤 잘한다. 반에서는 1, 2등을 놓치지 않고, 전교에서는 5등 안에 든다.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제 꿈은 대학에 가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예요. 그래서 저보다 힘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대구여자경영정보고등학교 졸업반인 김미경양. 해맑은 얼굴로 자신의 꿈을 말하는 미경양에게서는 좀처럼 삶의 그늘을 찾아볼 수 없다.

가녀린 어깨에 남동생 민석이(상인중학교 2학년)의 누나로, 엄마로 그리고 고3 학생으로서 짊어진 짐이 힘겨워 보이지만, 미경양은 삶의 재미가 쏠쏠한 듯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바쁘다.

『밥은 동생이 하고, 청소와 빨래는 제가 해요. 김치볶음밥이 제일 좋아하는 민석이는 음식투정을 잘 부리지 않아 너무 고마워요』

미경양 남매가 세상에 단둘이 남겨지게 된 것은 1997년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였다. 아버지 얼굴조차 전혀 모르고 지내던 이들에게는 작은 행복마저 송두리째 사라진 순간이었다.

다행히 살고 있던 10평 남짓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그대로 머물게 됐지만, 엄마가 남겨두고 간 아파트 임대료, 관리비, 세금 등 100만원이 넘는 돈들도 이들에게 떠넘겨졌다. 그 빚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달이 겨우 겨우 메워가고 있다.

한달 생활비로 국가보조와 복지관 등지에서 나오는 돈이 40만원 남짓. 많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빚을 갚고, 살림을 살고, 공부를 하면 빠듯하다.

언제나 밝고 씩씩한 미경양에게 요즘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사회복지사가 되는 꿈을 접고, 취업을 해야할지를 두고….

『솔직히 대학에 가고 싶지만, 먼저 돈을 벌어서 동생 민석이를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그런 다음에 다시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하구요』

미경양은 공부를 꽤 잘한다. 반에서는 1, 2등을 놓치지 않고, 전교에서는 5등 안에 든다. 공부도 잘할 뿐 아니라 실장도 하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 또래들로부터 인기도 많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대학을 포기하려는 미경양에게 성적이 아깝다고들 하지만 가장 답답할 미경이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학비만 마련된다면 꼭 대학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간직한 채.

『곧 여름인데 훌쩍 커버린 동생에게 새옷을 사줘야하는데 돈이 없어 걱정이에요』라며 투정도 부려보지만, 동생이 크는 것이 마냥 좋은 듯 싱글벙글인 미경양.

미경양에게 여느 고3 학생처럼 공부하고, 대학생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기쁨을 안겨다줄 수는 없을까. 올 겨울 그토록 원하는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 꿈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도움 주실분=국민은행 601-01-0611-531 (가톨릭신문사)

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