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62) 마더 데레사 (5) 영성사안에서의 위치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2001-06-03 수정일 2001-06-03 발행일 2001-06-03 제 225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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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안에서의 관상’ 실행
종교·이념·민족·계층 초월, 사랑실천
1) 마더 데레사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는 다른 수도원에서 일반적으로 행하는 세 가지 서원에 한 가지를 첨가해 제4서원을 한다. 그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봉사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선교회는 가난, 정결, 순명 뿐 아니라 가장 가난한 이들처럼 살며 그들에게 기꺼이 사랑으로 봉사하고자 다른 하나의 서원을 더 선택하여 준수하는 것이다. 여기에 그 수도회의 특별 카리스마와 고유한 영성이 잘 드러난다. 마더 데레사와 자매들은 이 사랑의 서원을 통해 받는 은총이 '가장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사랑하도록 하며 동시에 하느님의 섭리에 온통 위탁하도록 인도해 준다'고 체험을 통해 고백한다.

2) 마더 데레사의 자매들은 고통받는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고 사랑을 실천하면서 광의적 관상생활을 한다.

본 의미의 「관상」이란 침묵 중에 직관을 통해 하느님을 인식하고 사랑하면서 친교를 이루는 것이지만 마더 데레사가 자주 언급하는 「세상 안에서의 관상」이란 광의적인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서 살고있는 관상가들입니다. 우리는 매일 24시간 동안 그리스도의 몸을 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안에서의 관상」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마더 데레사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찾아냈다. 『너희가 여기 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 40).

실로 그리스도인의 넓은 의미의 「수평적 관상생활」은 모든 사물 안에서 특히 이웃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과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만나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한 수평적 관상생활은 하느님의 뜻을 끊임없이 찾고 감사드리는 기도와 성령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마더 데레사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주님이 분노와 범죄와 정신이상과 같은 매력 없는 가면 속에 숨어 계셔도 제가 주님을 알아보고 「고통받으시는 예수님, 당신께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일인 지요!」 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3) 마더 데레사는 비참한 전쟁들과 참혹한 학살, 이념적 및 종교적 대립, 착취, 인권 유린 등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각박한 상황에서 「행동하는 사랑」으로 사랑의 기적을 일으킨 주님의 도구였다.

자매들과 함께 그녀는 병들어 죽어 가는 사람,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나병환자, 에이즈 환자 등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섬기듯이 그들에게 봉사하며, 그들이 사랑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하느님 나라를 느끼도록 해 주고자 했다.

수많은 사람들은 마더 데레사와 자매들이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만큼 감정이 메마른 이들에게까지 동정이 아닌 참 사랑을 느끼게 한다고 증언한다.

4) 마더 데레사는 노벨 평화상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상들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로서, 그 상들이 하느님께 영광 드리며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하느님의 사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 가난한 이들의 이름으로 그것들을 기꺼이 수락했다.

그녀는 상을 받아들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을 받을 때나 받지 않을 때나 저는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상을 받을만한 자격이 제겐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꺼이 상을 받아들인 것은 가난한 사람들과 나환자들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이 사랑의 선교사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일하는 것을 사람들이 더욱 선의로 바라 볼 수 있도록 크게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은행장이며 장로교 신자인 로버트 맥라마라는 마더 데레사를 노벨 평화상의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 타당성을 이렇게 진술했다. 『데레사 수녀는 인간의 존엄성과 신성함에 대해 확신감을 갖고 가장 진실한 태도로 인류 평화에 도모했기 때문이다』

노벨 평화상이 마더 데레사를 기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굶주린 이를 먹게 해주고 헐벗은 이들을 입혀주며 집 없는 이를 보호해 주는 복음적 사랑실천이 온 세계가 주목하는 오슬로에서 평화의 사업으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5) 마더 데레사의 사랑 실천의 사도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이시며 그분의 가르침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도록 종교, 이념, 민족, 계층을 뛰어넘어 놀랄 만큼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전파되도록 했다.

힌두교가 주종을 이루는 인도뿐 아니라 800 여 년간 그리스도교 신앙을 금지해 온 예멘을 비롯하여 이슬람교의 나라들 그리고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 마저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회원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적극 협력하고 있다. 어떠한 선교단체나 종교생활 단체도 철저히 배격해 오던 소련이 1988년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회를 초청한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얼마 후 마더 데레사는 소련 평화협의회의 최고상인 금메달을 받았다.

그녀와 사랑의 선교회 활동에 대한 세계 매스컴의 보도와 그로 인한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감동, 거기에 그녀가 받은 노벨 평화 상 등 수많은 세계적 상과 메달들은 더욱 그녀를 유명하게 했고 「살아있는 성인」으로 호칭하도록 했다. 그녀의 사도직은 교회의 복음선포뿐 아니라 수도자들의 생활과 헌신적 사도직의 존귀함을 세계에 널리 알렸고 또한 수도성소의 계발과 비신자들에게까지 수도자의 위상을 높여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6) 마더 데레사는 세상의 가난을 극복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고 활동하고 있는 위치에서 조그마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시작되고 실현 가능하다는 진리에 빛을 비추어준다.

사람들은 세상의 수많은 지역의 거대한 가난의 상황에 비해 마더 데레사와 자매들이 수행하고 있는 일이 너무 미흡하고 그들이 펴고있는 의료활동도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라 비판하면서 그녀의 명성을 이용해 기금을 모으고 거대한 현대식 구호시설을 갖추어 체계적인 사회 사업을 하기를 권고했다. 그녀는 간결하게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대답했다. 『하느님은 저를 성공하라고 부르지 않으시고 성실하라고 부르셨습니다. 정부 기관이 무언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면 할수록 좋습니다. 가난의 원인을 뿌리뽑는 것은 정부가 할 일입니다』『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돌아 가셨습니다…우리는 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오직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마더 데레사에게 최대의 관심사는 해결되어야 할 산적한 문제 거리에 앞서 사랑을 받아야 할 인간들이다. 그녀는 무엇이 행해져야 할 것인가 하는 이론이 아니라 나, 너 그리고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원하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는 『나눔 없이 평화는 없다』는 진리를 사람들에게 일깨우며 사랑의 나눔을 호소하였다. 『세상은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한없이 궁핍하다』는 간디의 명언대로 탐욕은 전쟁, 빼앗음, 이기주의 그리고 물질적 가난을 초래하는 영적 가난을 낳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마더 데레사가 제시한 과제를 명심하고 실행해야한다. 『가난의 해결은 모두가 함께 나눌 때 가능합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