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생명은 사랑입니다 (8) 생명윤리기본법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1-06-03 수정일 2001-06-03 발행일 2001-06-03 제 225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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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대한 천주교-개신교 합동 기자회견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5월 22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공청회에는 관련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취재진 등 3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동익 신부 (위에서부터)
인간복제에 관한 천주교·개신교 공동선언문

우리 천주교와 개신교는

1. 수정과 동시에 인간 생명이 시작되며,

1.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존엄한 목적적 존재이며,

1. 생명의 시작, 삶, 그리고 죽음 등 생명의 모든 주권은 하느님께 있음을 고백하면서, 현재의 생명 공학 및 의학연구에 대한 인간 존엄성 훼손을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14일 이전 배아 역시 인간 생명체이기에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 배아 실험은 인간을 수단화하는 반인륜적 행위이다.

1. 인간 개체 복제는 하느님 주권에 대한 도전이며 신성한 가족관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1. 인간 유전자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행위는 하느님의 창조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1.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 배아 실험을 중단하고 질병 치료의 다른 대체 치료책을 개발할 것을 촉구한다.

1.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배아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칭) 인간복제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

2001년 5월 23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한국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

천주교 개신교 합동 기자회견

“생명과학계 윤리문제 도외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는 그 다음날인 5월 23일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마련한 합동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와 개신교측의 한국기독교생명윤리위원회는 이날 회견에서 생명윤리기본법이 종교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잉여배아' 연구를 허용하는 등 심각한 윤리적 결함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와 개신교는 '인간 복제에 관한 천주교·개신교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인간 배아 복제 및 실험을 중단하고 '인간 복제 금지에 관한 법률'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인간 배아 복제가 인간 개체 복제로 가는 길일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윤리적 측면을 도외시하고 있는 생명과학계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에선 “허용해달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나마 윤리적 결함을 지닌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조차도 생명과학의 발달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면서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국내 최대 생명공학 연구 기관인 한국생명공학 연구원은 법안 시안과 관련해 24일 이 같은 요구를 담은 건의문을 정부와 관련 정부 부처에 보냈다. 이들 외에도 체세포복제에 있어 대표적 연구자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를 중심으로 여러 생명공학자들이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공청회 종교·시민단체-생명공학계 공방

“좀더 엄격하게 통제”

“학문 연구 간섭말라”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진교훈)가 5월 22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공청회에는 관련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취재진 등 300여명이 참석해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진행된 작업 끝에 마련된 법안 시안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적인 논평의 자리로 개최된 이날 공청회에서는 종교계·시민단체와 생명공학계간의 뜨거운 공방으로 일관됐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소위 '잉여 배아'의 연구 허용 등을 들어 좀더 엄격한 규제를 요청한 반면 생명공학계는 인간 생명 존엄성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편향되고 불완전한 법안 시안이 나왔다며 과학과 학문 연구를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조홍섭 기자(한겨레신문)는 최근 시안에 대한 언론 보도 경향에 대해 "시안이 지나치게 윤리 측면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은 공정하지 않다"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무분별한 연구가 오히려 생명과학 발달을 저해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또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반(反) 과학기술적인 행위가 아니라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윤리문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는 시안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를 일체 금지한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한 결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소위 냉동 '잉여 배아'에 대한 한시적 연구 허용과 관련해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진 인간 배아에 대해서 예외의 입장을 보임으로써 인간 배아의 지위에 대한 일치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특히 불임클리닉 등에 냉동 보관돼 있는 수십만개의 배아들을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대표(여성민우회)는 현재 확산돼 있는 태아의 인공수정에 대한 제한 조항이 시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대표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배아 연구에 대한 조항보다 오히려 인공수정 관련 조항이 생명윤리기본법의 핵심적인 내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냉동 배아에 대한 연구 역시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배아간세포 연구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했을 경우 질병 치료를 이유로 모든 연구가 배아간세포 연구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영 명예교수(고려대 생명공학원)는 배아연구는 응용과학만 아니라 기초과학 발전에도 핵심적이라며 시안이 배아 연구를 제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정선 교수(서울대의대 (주)마크로젠 대표)는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생명윤리에 관한 모든 것을 규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체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생명 존엄성을 이유로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경직된 자세라고 말했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5월 22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공청회에는 관련 학계와 종교계, 시민단체, 취재진 등 3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대한 논평 - 이동익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윤리신학)

체세포 핵이식 방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가 일체 금지되고 이러한 방법으로 창출된 인간 배아 및 그 간세포에 대한 연구도 금지시킨 것은 이 기본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인간의 생명은 결코 인위적 조작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의 조작에 의해 훼손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직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배아 복제와 관련된 실험은 어떤 경우에도 비도덕적이라고 비난받아야 한다. 이는 인간의 육체를 단순한 연구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제 실험에 쓸 난자를 얻기 위해 여성을 이용하는 것 자체도 용납할 수 없다. 배아 복제는 물론 연구용 배아 생산을 금지한 위원회의 합의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 방법을 금지하고 그 대안으로 인간의 성체 간세포를 이용하는 연구에 대해 언급하고 이 연구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배아 간세포에 대한 연구도 궁극적으로 성체간세포 연구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지원한다고 명기한 것은 매우 고무할 만하다. 인간 배아 복제의 허용 주장은 최근 현실을 볼 때 곧바로 인간 개체 복제 주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뻔한 과정이다.

기본안의 골격이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이유는 이렇게 복제되는 배아도 인간 생명이며 인간 생명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짐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함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록 불임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체외수정의 방법을 통한 인간 배아의 생산도 같은 시각에서 다뤄져야 한다. 또 인위적인 방법으로 수정란을 증식, 배아를 생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 역시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

따라서 "불임치료 목적으로 체외수정 방법을 통해 얻어진 인간 배아 중 잉여분을 이용하는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된다"는 규정과 관련해 인간 배아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는 시각에 대해 반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 배아 역시 인간 주체이며 이때부터 통합적이고 지속적이며 점진적인 발전을 시작하기 때문에 단순한 세포덩어리로 간주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가 지니는 지위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있었기 때문에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배아 복제를 금지한 위원회가 체외수정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인간 배아에 대해서는 예외의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 기본안이 인간 배아의 지위에 대한 일치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생각이다.

인간 배아를 이미 인간 생명으로 간주한다면 체외수정을 통한 인간 배아의 생산은 물론 인간 배아의 냉동까지도 금지해야 한다. 당연히 4번 4항에서 언급하는 인간 배아의 폐기도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현재 불임 클리닉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구실이나 불임시술소에는 수십만개의 냉동배아가 보관돼 있고 실제로 아무런 통제도 없이 임의로 연구되고 조작되고 폐기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임 클리닉에 보관돼 있는 인간 배아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대해서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