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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4주년 특집 - 소년소녀가장을 도웁시다] 고모 손에 자란 쌍둥이 윤경일-경성 형제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1-06-03 수정일 2001-06-03 발행일 2001-05-20 제 225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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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요? 사이좋게 지내는 거요!
태어나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윤경일(왼쪽)-경성 형제.
『하느님 안에서 저희는 늘 함께일 거예요』

태어나 지금껏 한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윤경일(요셉·17·갈현동본당)-경성(가브리엘·17) 형제는 올해 인천해사고등학교도 나란히 진학했다.

쌍둥이로 태어나 같은 항해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형제는 마음 씀씀이마저 비슷하다. 너무 어릴 때 집을 나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 그리고 그 아픔을 삭이지 못해 얼마전 훌쩍 집을 떠나버린 아빠, 그 가운데서도 착하게만 자라난 경일이와 경성이의 모습은 놀라움이다.

고모집에서 아빠와 곁방살이를 하며 고등학교에 들어오기까지 용돈이라곤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형제. 월세를 사는 고모댁과 벌이가 없던 아빠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또래 친구들처럼 먹을 것이나 입는 것을 두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은 형제의 어른스러움은 아픔으로까지 다가왔다.

방과후 친구들이 학원으로 달려갈 시간이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몇 번을 읽었을 지 모를 책을 뒤지고 또 뒤졌다는 형제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오히려 안타까움이다.

『집안 사정도 힘들고…. 돈도 벌어 아빠와 고모를 도울 수 있잖아요』

학비가 무료인 해사고를 지망하게 된 까닭을 어른스럽게 말하는 경일이에게서는 그늘보다는 밝은 희망이 전해져왔다.

주말이면 서울 고모댁으로 올라와 고모의 재봉일을 도우며 일손을 돕는 경일이 경성이는 성서가 가장 큰 감동을 전해준 책이었다고 말한다. 일요일이면 나란히 성당을 찾아 자신들보다 힘든 이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는 형제에게 하느님은 유일한 안식처인 셈이다.

『마음 아프지 않게 사는 거죠』

『아프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거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두 형제가 어렵게 토해낸 말에서는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있던 아픔이 함께 흘러나왔다. 함께 고개를 떨구고 눈가를 매만지는 모습에서는 행복이라곤 모르고 자란 어린 형제에게 드리운 버거운 십자가가 느껴졌다. 3년 후 항해사가 될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는 형제,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마음으로 드러내는 형제에게는 그들이 누빌 대양보다는 넓은 마음이 숨어 있는 듯했다.

『늘 힘들지만은 않겠죠. 저희보다 힘든 이도 있는데요』

형제의 어른스러움이 어른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도움주실 분=한빛은행 702-04-107874(가톨릭신문사)

사제를 꿈구는 용성이에게 문의·성금답지

▣ 올해 들어 본지를 통해 소개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전국 각지로부터 사랑의 손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조그만 관심이 곧 마르지 않는 사랑의 원천임을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런 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도 떨어져 할머니와 살고 있는 최용석(베네딕도·14·서울 중림동본당)군에 대한 보도(4월 1일자)가 나간 후 사제를 향한 용석이의 꿈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 쇄도했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모인 독자들의 성금은 모두 670여 만원.독자들이 모아온 성금은 용석이가 신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훌륭한 씨앗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용석이를 직접 도울 수 잇는 방법과 지속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매달 정기적으로 소정의 성금을 보내는 이들과 직접 용석군에게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보태오는 이들이 이런 사랑의 결실이다.

얼마 전 할머니와 사글세방으로 이사를 한 용석이는 요즘도 씩씩하게 성당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사제의 꿈을 향해 힘차게 성당 언덕길을 오르는 용석이의 발걸음이 더욱 힘차졌다는 할머니의 말이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