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59) 마더 데레사 (2) 영성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2001-05-13 수정일 2001-05-13 발행일 2001-05-13 제 224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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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난한 사람들에 무상으로 봉사한다”
마더 데레사의 성소의 특유성과 영성의 고유성은 그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의 제4서원에서 잘 드러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봉사한다』. 이것은 그녀가 자주 인용하며 언급하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근거를 두는 것이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35~36, 40).

물리적 가난과 영적 가난

마더 데레사는 가난을 두 차원으로 나눈다. 한 차원은 물질적 가난으로서 의식주 같은 일상 생활 용품들의 결핍을 뜻한다. 다른 차원은 영적 가난으로서 소외감, 고독, 이기주의, 윤리의식의 결여, 애정 결핍, 무엇보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결여이다. 전자의 경우는 물질적인 것이 충족될 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만 후자의 가난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며 이것은 개인, 가정 그리고 사회를 병들게 하고 황폐케 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흔히 가난이란 빵에 굶주리거나 의복이 부족하거나 혹은 시멘트 벽돌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훨씬 더 큰 가난이 있습니다.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가난, 애정과 사랑에서 제외되었다고 느끼는 가난입니다. 가깝다고 여길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가난입니다'

마더 데레사에 의하면, 배고픈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을 주거나 집 없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쉽고 그것으로 만족시켜 줄 수 있지만 버려짐, 애정 결핍 등 영적인 탈진에서 오는 쓰라린 분노와 외로움을 없애주거나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영적 가난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가정 안에서 있을 수 있으며 가난한 이는 실상 가장 가까운 가족 중에 있을 수 있다. 가난을 나누는 일은 멀리 있는 이에게 큰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관심을 가지며 작은 일로 봉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질적 가난이 어떻게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겠는지 질문 받은 마더 데레사는 '모두가 함께 가난을 나눌 때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물질적 가난은 영적 가난이 해결될 때 자연히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나눔의 정신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대가없는 봉사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 가는 이들을 데려다가 사랑을 체험하며 임종할 수 있도록 돕는 일로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는 시작되었다.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쓰러져있는 이들을 만나는 대로 데려다가 따뜻한 말, 사랑의 손길로 물을 먹이고 씻어주며 상처를 치유해 주는 일이었다. 이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가 그런 불행 중에 있으며 그들을 구하기 위한 기금 조성과 사회 사업 기구가 필요한데 그러한 조그마한 행위가 무슨 보탬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과 자매들이 수행하는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힌다.

『우리가 하는 것이란 태평양의 물 한 방울 정도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이 물 한 방울이 태평양에 있지 않으면 그 물은 어떻든 한 방울이라도 줄 것이 아니겠습니까?…무엇보다도 자기네가 버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 주고 싶은 것입니다. 진정으로 자기네를 사랑하고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적어도 살아있는 몇 시간이라도 느끼게 해 주고 싶은 겁니다. 자기들도 하느님의 자녀이며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사실, 즉 자기들을 위해서 일생을 바치는 자들이 있음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늘 나환자는 치유될 수 있습니다. 결핵을 위한 약도 있고 그 병의 치료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버림을 당한 이들에게는 마음속으로부터 진정으로 봉사하는 사랑의 손길이 아니고는 이 무서운 질병은 결코 고쳐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구호시설을 구비한 사회사업가보다 죽어 가는 가난한 이 옆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와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스러이 봉사하는 마더 데레사의 모습이 실로 우리에게 더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그녀의 그런 모범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사랑의 기적을 이루어 온 세상에 퍼져나가도록 촉진해왔다.

그녀가 수많은 상과 노벨상을 받았고 온갖 매스콤을 통해 세계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그의 근본 정신과 자세는 변함없었다. 그리고 세계 백 여 개 나라의 560 개 이상 사랑의 집에서 4천 여명의 사랑의 선교사들이 (봉사 분야는 상황에 따라 다양해졌을지라도) 창립자의 근본 정신에 따라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가장 가난한 이들로서 오늘도 사랑의 봉사를 하고 있다.

복음적 가난:하느님 섭리에 맡기며 봉사하는 자세

마더 데레사는 가장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볼 수 있고 사랑하며 봉사해야하는 자신들을 가장 가난한 이들과 동일시한다. 『누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입니까? 그들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 배고픈 사람, 잊혀진 사람, 헐벗은 사람, 집 없는 사람, 나병환자 그리고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사랑의 선교사들 우리 또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일할 수 있고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선 성체성사적 일치가 필요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자신과 자매들에게 가난은 어느 것으로부터 구속되지 않고 나누며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자유이며 기쁨이라고 표현한다. 이 가난의 자유는 또한 그들 자신의 사명을 하느님의 섭리에 온통 맡기며 일하도록 해준다. 『우리의 사업을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교회의 어떤 원조도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급료도 받지 않으며 대여세도, 은행에 구좌도 어떠한 경제적인 고정 수입도 없습니다…그러나 언제나 의지할 데가 있습니다…꽃이나 새나 들의 풀보다 소중하다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인간적 안전 장치의 유혹 마저 거부한다. 어느 날 인도의 한 부자가 마더 데레사의 구호 사업을 위해 큰 돈을 기금으로 은행에 예치해 주겠다고 제의해 왔다. 조건은 그 기금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더 데레사는 그의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하는 회신을 보냈다. 그러한 기금이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자세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동안 돈을 은행에 예치시켜 놓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기금 조성이란 조건 없이 그 돈 전부를 기부했다.

한 주교가 그의 교구 안에서 활동하는 사랑의 선교사들의 경제문제를 염려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주님은 이 곳에서도 실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는 자원이 없어 하는 일을 중단 한적 없느냐고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에겐 남아 본적도 없었지만 부족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때로는 그런 일이 신기한 방법으로 기적에 가깝게 일어납니다. 어떤 때는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을 거라고 불안으로 눈을 뜨곤 합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면 거의 항상 기대하지 않았던 물품이 무명의 희사자로부터 배달되어 오곤 합니다』

어느 날 아침 주방 책임 수녀가 먹을 음식이 없다고 난감해 하며 마더 데레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들이 쉬게되어 학생들에게 지급될 빵이 데레사에게 배달되었다. 그녀는 그 때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어린이들과 7000명의 식구들이 이틀동안 그 빵을 먹었습니다. 그들은 일생동안 그렇게 빵을 풍족히 먹어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온 시내의 어느 누구도 왜 학교가 쉬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을 하느님의 신비로운 배려로 알아들었습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