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희년 한국교회 결산 (1) 선교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0-12-03 수정일 2000-12-03 발행일 2000-12-03 제 222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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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다' 는 선교열기 고조
서울대교구 복음화율 10% 초과 … 교구마다 장기계획
활동신자 내적쇄신 효과도 있어 … 체계적 지원 필요
선교지원센터 건립, 소공동체운동 선교 대안으로 활용
2000년 대희년이 저물어간다. 제삼천년기를 연 올 한해는 지난 몇 년간의 대희년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던 시간들이었다. 대희년의 정신을 기리고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했던 한국교회의 노력들을 돌아보고 반성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풍성한 밑거름을 뿌려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은 이에 따라 대림 기간 중 4차례에 걸쳐 지난 한 해를 정리한다. 우선 복음화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고 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선교, 복음화 노력을 살펴보고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 장이 열린 민족화해 노력의 성과를 검토해본다. 이와 함께 세상과 함께 하는 교회로서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사목 분야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4대 전국 행사와 평신도대회, 새날 새삶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교회의 대희년 활동을 총 결산해 본다.

대희년을 선교축제의 해로

2000년 대희년은 어느때보다 전국적으로 복음화 열기가 뜨거웠던 한해였다. 희망과 은총의 대희년을 맞아 각 교구는 선교 복음화 문제를 최우선 사업으로 설정하고 활발한 선교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우리가족 찾기」「새가족 찾기」「가두선교」등 해당 지역의 정서와 여건을 고려해 효과적인 선교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선교축제」란 말이 어울릴만큼 한국 교회 전체가 복음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러한 교구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에 힘입어 신자들 삶속에 「선교」「복음화」자체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일이란 인식이 자리잡아 나가게 됐다. 그동안 몇몇 신자나 단체에 의해 이뤄졌던 선교운동이 바야흐로 대희년을 전후해 전 신자들로 확산된 것이다.

교회 전체의 자각과 반성

지난 수년 동안 계속돼 온 선교율의 하락으로 교회 일각에서는 더 이상 선교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는 성급한 지적이 일기도 했다. 특히 신자들은 물론 성직자들조차 선교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만했지 대부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

『누군가 하겠지』『나는 선교 방법을 몰라 못해』『개신교처럼 요란하게 하는 것은 우리 천주교회에서 바람직하지 않아』『쉬는 신자 회두나 제대로 하자』등등. 이런 저런 이유의 목소리가 높아지다보니 교회안에 쉬는 신자는 늘어나고 선교운동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몇 년 사이에 신자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희년을 전후해 교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 예수님의 2000번째 생일을 가장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방법으로 한사람의 이웃들이라도 더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됐다. 이후 한국 교회는 8%대의 전체 복음화율을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선교 전략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교회 전체의 자각과 반성이었다. 이땅의 복음화가 교회의 최우선 과업임과 동시에, 대사회로부터 받는 수많은 도전과 장애 극복의 돌파구였기 때문이다.

전신자 동참 큰 효과

각 교구는 저마다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선교방안을 수립, 추진해왔다. 또 선교왕, 선교대상 등을 제정,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해왔다는 평가다.

복음화율 18% 기치를 내건 서울대교구는 교구 차원의 교육과 홍보를 꾸준히 전개하는 한편, 올해 각 본당마다 신자대비 5% 이상의 예비신자 입교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금년에 한국 교회사상 처음으로 복음화율 10%를 넘어 그 가능성을 제시 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는 이러한 결실에 힘입어 2001년 사목방침을 '선교하는 공동체' 로 정하고, 소공동체 운동, 교구 시노드 등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수원교구는 교구 선교위원회 발족, 사제·수녀·신자대상 선교 연수 등을 실시하며 새가족, 우리가족찾기 운동에 박차를 가해왔다. 「선교」를 교구 주력사업으로 설정한 수원교구는 선교정책 수립 및 자문을 맡을 교구 선교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기존에 전개해오던 대규모 선교운동의 장단점을 보완, 우리가족, 새가족 찾기운동의 계획안부터 대상자 선정과 실천방안, 영세전후 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수록한 자료집을 발간해 각 본당에서 활용토록 지원했다.

올해를 「선교의 해」로 설정하며 전 본당 동시선교를 선포한 마산교구와 「새천년 복음화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 부산교구도 주목할만하다. 마산교구는 「선교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연도별로 구체적 선교대상 및 계층을 확정했다. 부산교구의 경우는 금년 상반기까지 대략 7000여명의 예비신자를 입교시키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여러 교구들도 선교운동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으로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몇몇 단체에 의존하던 소극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모든 신자들이 동참하는 전략으로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교구는 본당 신자들에게 선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과 홍보를 집중적으로 펼쳐나왔다.

선교 통해 자신과 이웃 성화

올 한해 선교운동의 성과는 부쩍 증가한 입교자수로 증명된다. 하지만 이보다 값진 것은 바로 신자들이 「나도 선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 교회도 이 부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많은 신자들이 금년 한해 활동을 통해 「선교,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됨으로써 꾸준히 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즉 반짝하다 그치지 않고 선교활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무기로 꾸준히 이 운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됐다.

또 선교활동을 열심히 해온 신자들의 경우 『선교를 하면서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새롭게 되돌아보게 됐다. 선교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업인지 체험했다』고 밝힌다. 교회 전문가들도 선교를 통해 이웃과 자신의 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정월기 신부는 『선교를 통해 신앙인들 스스로는 좀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모해나가고 소공동체 운동도 본당에서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긴밀한 조직체계구성 돋보여

최근 한국 교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선교운동을 살펴보면 교구, 지구, 본당으로 이어지는 긴밀한 조직체계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한 본당이 상황에 따라 잠시 선교활동을 하다 그만두던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 교구들은 본당의 「선교 역군」들을 모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다시 본당으로 돌아가 모든 신자들과 나눌 수 있는 교육의 장을 계속해서 열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지구는 지구대로 관할 본당들과 공조해 지역 선교활동을 함께 펼치는 등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해졌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본당 사목위원 등 본당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교구 선교대회를 열어 그 열기를 확산시켜 나갔다. 포항지역에서는 9개 본당 연합 선교 대책반이 발족돼 동시 다발적으로 선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교구들이 열의를 가지고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선교열풍」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새천년기 선교전략과 과제

이러한 가운데 향후 한국 교회가 어떤 전략으로 선교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교회 관계자들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실제적이고 체계적인 선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선교전략과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는 선교지원센터 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실제 각 교단마다 여러개의 선교지원 기관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개신교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개신교의 이러한 체계적인 지원과 노력이 곧바로 신자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구를 뛰어넘어 한국 교회 차원에서 평신도 활동가 양성과 교육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선교지원센터 건립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정보화 시대의 인터넷 선교, 소공동체 운동의 활성화 등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선교활성화를 상시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소공동체 운동은 그중 중요한 몫으로 볼 수 있다. 소공동체 운동이 선교활성화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목자와 신자들의 하고자 하는 의지다. 가두선교단 이판석 신부는 『사제들이 먼저 확고한 선교의식으로 무장해야 신자들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유아기 때부터 가톨릭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톨릭계 학교나 유치원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나 유치원의 수가 불교나 개신교 등 다른 종파에 비해 너무나 적다. 따라서 한국 교회가 가톨릭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학교와 유치원 건립에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교에 총력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그동안 각 교구들이 선교에 기울인 노력과 결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속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대희년은 저물고 있지만 선교 복음화는 영원한 우리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3천년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내적 쇄신과 복음선교』를 강조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종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선교의 잠재력이 무한하다 할 수 있다. 후손들에게 밝고 희망찬 교회를 대물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사목자와 신자들이 힘을 모아 선교에 팔을 걷어붙일 때이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