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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대희년 특집] ‘무너지는 가정’ 이대로 둘 것인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0-10-15 수정일 2000-10-15 발행일 2000-10-15 제 222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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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동거 증가 각종 사회병리현상 속출
사랑과 생명에 기초한 가정 위해 힘써야 
10월 15일은 '가정의 대희년' 이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초 조직이며 그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참 된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는 바탕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이혼률이 30%를 넘어서는 등 가정의 소중함이 퇴색 하고 있다. 가정의 대희년을 맞아 오늘날 가정 해체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고 참된 성 가정의 모습을 모색 하며 교회가 어떻게 가정사목에 힘써야 하는지 생각 해본다.

하루 평균 323쌍의 부부가 갈라서고 있다. 99년 인구 동태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모두 11만8000쌍이 이혼했다. 같은 기간 혼인한 부부가 36만3000건으로 결혼한 부부의 3분의 1이 다시 헤어진 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혼 부부의 71.2%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족 해체의 위기가 심각하다. 하지만 '가정의 위기' 는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강요된 이혼이나 가정 파괴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사회 전반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전통적 가족제도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갈수록 더 큰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혼전동거 급증

이러한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동거」의 증가이다. 지난해 말 LG 인터넷의 「채널 아이」가 「혼전 동거」찬성 여부를 묻는 반짝 투표를 했을 때 참가했던 6154명 중 57%(3513명)가 찬성했다. 동아일보 「미즈&미스터」팀이 지난해 전국 20-50대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8%가 혼전 동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각각 72%, 66%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급기야는 동거자를 구한다는 인터넷 사이트가 공공연 하게 남녀 커플을 모집하는 지경까지 왔다. 비록 법적,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해 이들이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주로 젊은이들인 이들에게 전통 적인 의미의 가족과 혼인제도는 중요하지 않다.

서구사회에서는 결혼만이 가정을 이루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 단지 주장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현실로 자리잡았다. 이혼에 따른 결손 가정 자체가 결손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가정이라는 인식이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동거와 함께 독신도 늘고 있다. 지난 75년 단독가구는 4.2%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2.7%로 늘어났다. 99년에는 15%가 넘는다. 결혼 적령기인 25-34살 인구 가운데 미혼인구의 비율은 95년 현재 평균 29.9%에 달한다. 사회전반의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가 늘어나지만 가족과 함께 노후를 보내는 사례가 줄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독거 노인 비율은 13.7%(35만명) 이다. 부부끼리만 사는 비율은 16.4%(42만명), 특히 여자 노인의 경우 5명 중 1명인 19%가 홀로 산다. 농촌은 4명 가운데 1명(26.3%)이다.

동성부부 자녀 입양까지

여기에 최근 들어 커밍 아웃을 하는 동성애자들이 늘어 나면서 「동성애자 가족」도 법적,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붕괴와 함께 동성애자들 역시 하나의 「부부」로 인정되는 추세이다. 97년 함부르크에서 동성애자를 정식 부부로 인정한 법률이 통과된 이후 동성 가정도 자녀를 입양할 수 있게 됐다.

부부의 결합이 갖는 본질적 요소의 하나인 자녀 출산 역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70년 이해 최저였다. 99년 출생아수는 전년도보다 2만7000여명 줄어든 61만6000명으로 70년 101만명을 기록한 이후 90년 66만명 으로 줄었다가 72만명을 기록한 95년 이래 5년째 줄고 있다.

가정 소중함 각성해야

가정의 가치가 퇴색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 소중함을 다시금 각성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올 상반기 출판가에는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단행본과 잡지들이 쏟아져나왔다. 아버지나 어머니들의 모임이 직장, 학교 등에서 번져나갔다. 인터넷에 가족 홈페이지를 만드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어린 자녀의 성장 과정을 놓치기 싫어 매일 육아 일기를 인터넷에 올리는 부모가 적지 않다.

가족 신문을 만들어 친지들에게 보내는 가족들도 있다. 한 네티즌은 집안과 조상의 소중함을 간직하면서 자기 문중의 족보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현재 가족제도의 붕괴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서구 사회의 선례를 뒤따르고 있다는 혐의가 짙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

가정은 사회의 미래

이혼과 동거의 증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제도 등장 등이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고 참된 의미의 「가족」제도가 갖고 있는 가치가 파괴됨에 따라 수많은 사회 문제와 병리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아무리 법적, 사회적 보장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해도 이혼 으로 인한 인간 관계의 파괴와 가치관의 혼란은 자녀들에게 어쩔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준비도 없고 결혼이 부여하는 사회적 책임과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는 혼전 동거는 필시 「가벼운 짝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가족의 소중함과 혼인의 신성함이 파괴되고 단지 순간의 쾌락과 편리를 좇아 가족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소홀히 할 때 그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다.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정상이 구현될 때 인류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특히 교회는 그 전통적인 가정에 대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참된 가정의 이상이 구현 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