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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여는 특별기획] 20세기의 끝, 21세기의 시작 - 선교 (2) 모두가 선교사

마승열 기자
입력일 2000-07-02 수정일 2000-07-02 발행일 2000-07-02 제 220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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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는 바로 `내 소명'
신앙생활 수십년된 신자도 선교의무엔 “왜 내가”반문
70% 이상 “1년간 입교권유 경험 없다” … 대책 시급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선교사」

신자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고 구원된다는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신자들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실제로 각 본당마다 일부만이 선교 활동에 참여할뿐 나머지 신자들은 방관자적 입장에 있다.

『주일미사만 잘 참여하면 되지 우리가 선교까지 해야 하나요?』『만일 선교에 나섰다가 「너나 잘해」하는 면박이나 냉소를 당하면 어떻게 해요?』대부분 신자들이 이러한 소극적 자세로 「선교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선교는 남의 일 ?

이같은 현실은 지난 98년 가톨릭신문이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실시한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70.9%가 지난 1년간 입교권유를 해본 적이 전혀 없거나 별로 없는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던져 주었다. 그만큼 신자들의 의식속엔 선교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지 못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선교에 대한 의식이 미흡한 원인은 신자들의 소극적 성향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교회가 직접, 간접으로 선교에 대한 의식을 명확히 심어주지 못한 잘못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집안 대대로 신앙을 믿어온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고 30여년간 신앙 생활을 해온 김모씨. 그와 가족들은 지금까지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충실히 신앙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지금까지 성당에서 항상 들었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선교합시다」란 말에 대해 별 의식을 갖지 않았다. 당연히 그 오랜 신앙 생활동안 단 한명도 성당에 이끌지 못했다. 그는 『저와 가족들이 미사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니면 됐지 선교를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마치 선교와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비단 김씨만의 생각이 아니라는데 있다. 현재 많은 신자들이 이런 타성에 젖어 신자로서의 으뜸 사명인 선교에 대해 아무런 소명감이나 인식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례를 보자. 집안에서 유일하게 신앙을 갖고 있는 정모(60)씨. 2남 3녀를 두고 있는 주부 정씨는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남편과 자식들에게 입교를 권하지 않고 있다. 신앙은 개개인의 선택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신앙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에 가족이라 해서 입교를 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성당에 나와 봉사를 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최우선적으로 여겼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선교란 그리스도를 통하여 알려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것이다. 세례 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난 모든 이들은 마땅히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총을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교요 신앙인의 본분이다.

선교사명감의 결여

그렇다면 정씨의 경우 우선 가족들부터 설득해 신앙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신앙의 기쁨이 얼마나 크고 행복한지 너무나 잘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몇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아직 대부분 신자들이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절감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 천년을 열며 서울대교구가 교구 선교대회란 특별한 행사를 개최해 관심을 끌었다. 이는 교구가 직접 나서 교구민들에게 선교열기를 확산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한 이처럼 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젠 모두 선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었다.

모든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자신의 생활안에서 주님을 증거할 사명을 부여 받았다. 그리고 주님의 이러한 부르심에 『네,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의 의무요 사명인 것이다.

교회의 몫은 ?

그렇다면 선교에 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물음에 여러 성서구절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위대한 성령의 힘이다. 즉 선교가 자기 자신의 힘이 아닌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있다. 사도행전 1, 8~9절에는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 50년간의 한국교회 교세증가율을 보면 선교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부족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50년대 16.5%까지 치솟았던 증가율이 점차 줄어들더니 90년대 들어 불과 3%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가 복음전파를 교회 존재목적의 근본사명으로 삼고 있는데도 갈수록 교세증가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는 신자들이 교회의 존재 목적인 선교를 자신의 사명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 강생 2천년인 금년은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온 인류에게도 뜻깊은 해이다. 이제 우리 각자는 이 대희년의 기쁨을 모든 이웃들과 함께 나누려는 실천이 절실하다. 따라서 신자 스스로 모두가 선교사란 자각하에 이땅의 복음화를 위해 적극 매진해야 할 것이다.

마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