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논단] 장애인에게 열린교회를/조순자

조순자(마리아·김천 황금본당)
입력일 2000-05-21 수정일 2000-05-21 발행일 2000-05-21 제 2201호 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장애인들은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만 됩니다』며칠전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뇌성마비 장애인의 그 한마디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형태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처음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었던 80년대만 하더라도 집안에 장애인이 생기면 그건 전생에 죄가 많았던가 평소에 도둑질 등 나쁜일을 많이해 손이 오그라들고 병신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때문에 장애를 가진 본인도 감히 밖으로 나돌아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고지식한 부모님도 자식의 장애를 남들이 아는 것이 부끄러워 숨기기 위해 무조건 방안에 가두고 하루 세끼 밥만 넣어줬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88년 올림픽 때 장애인들도 함께 뛸 수 있는 장애인올림픽이 열린 것을 계기로 우리 장애인들은 바깥세상으로 나갈 큰 기회를 얻게됐다. 활동영역도 넓어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형편없는 실정이다. 말로는 모든 관공서에 장애인들이 드나들기 편리하도록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한다지만 그 경사로 또한 너무나도 가파르게 설치돼 혼자 힘으로는 오르내릴 엄두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그런 경사로 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은 관공서들도 허다하다.

특히 우리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낙후된 곳은 바로 성당이라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셨던 사람들은 부자나 건강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하고 보잘 것 없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던 사람들이었다.

이것을 생각할 때 장애인들에게 열린교회를 만들어주는 일은 정말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장애인이 어떤 여고생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나도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똑같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만 우리 부모님들이 겉으로 표현되었을 뿐…』

그 여고생의 표현처럼 어쩌면 우리 모두 장애인들임이 분명한데 다만 그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사람들만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어서 빨리 우리나라가 우리들의 교회가 모든 장애인들을 향해 모든 문을 활짝 열어줄 날을.

조순자(마리아·김천 황금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