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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두완이 바라본 오늘의 세계] 아, 예수성심 200년…감동의 그날

봉두완(다위·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입력일 2000-11-19 수정일 2000-11-19 발행일 2000-11-19 제 222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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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심 200년. 우주 안에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별 위에 건설되는 하느님 나라. 거기에 예수성심이 자리잡고 있다.

1800년 11월 21일부터 현재까지.

『아담이 잠들었을 때, 하와를 만드셨듯이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죽으셨습니다. 하와는 잠자고 있는 아담의 옆구리로 부터 생겼으며, 숨을 거둔 그리스도의 옆구리가 창에 찔려 성체와 성혈이 흘러나왔고, 그로부터 교회가 생겼습니다』

마들렌 소피이는 『성심께 대한 봉헌 성심이 나타는 것은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우리 수녀회가 태어난 것도 바로 그때라면서 갈바리 산에서 일어났던 순간에 대한 그 시각에는 세가지 개념, 즉 교회, 성심수녀회, 성심신심이 어우려있음을 몸으로 설파하면서 1830년 혁명 때문에 수녀회가 파리 에서 쫓겨나 올 때, 마들렌 수녀는 『왕권은 무너지지만 교회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나서 200년.

수녀회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200년전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누구못지 않게 피부로 느끼면서 어제도 갈바리 산과 같은 험상궂은 언덕에 세워진 아름다운 성심여고를 찾았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원효로 4가 골목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수녀원 같은 금남의 집이 우뚝 서있고 예비 수녀와 같은 청신한 여고생들이 맑고 고은 목소리로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관구장 고도임 수녀가 마련한 깔끔한 행사.

200주년이라고 하지만 북치고 장구치고 요란법석한 잔치가 아니라 2000년 대희년이 교회와 더불어 성심수녀회에도 은혜롭고 희망에 찬 해였음을 밝히는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귀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200주년을 기리는 미사를 집전한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에 성심회가 발을 디딘지 44년, 엄청난 영향력과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왔음을 예를 들어가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오늘의 복음,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말씀처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두 계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우리 모두의 죄를 대신하여 고백하는 것이었다.

『나의 이웃을 나의 몸같이 사랑하라니…쯔쯔쯔!

아니 추기경님! 너무 하십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판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까지 사랑하라니, 잘 아시겠지만 저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듭니다. 요즘, IMF한파가 또다시 몰아닥친다는 신문기사도 안 읽으셨습니까?

돈 벌어야 먹고 살죠. 남보다 그래도 좀 그럴싸하게 잘 살아야 하지 않아요?

가톨릭 신자로서 뭐 흥청망청 잘 살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생먹을 것은 좀 챙겨야 할 것 아닙니까?

추기경님이야 혼자 사시니까 모르시겠지만 우린 좀 달라요. 아파트도 좀 큰데로 늘려야 하고, 자동차도 고급은 아니지만 남보기엔 어지간한 승용차로 매번 바꿔야하고, 자녀교육도 이왕이면 일류 대학까지 뒷바침해야 하고 하다 못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자리 하나 얻어 걸려야 정현준 사건에 연루되더라도 신문에도 좀 나야할 것 아닙니까!

너무 하십니다. 밤낮 예수성심 얘기나 하고 지금이 어느땐데….

이래뵈도 저희들도 이쯤하면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있다고 봅니다. 예수님 께서도 그랬잖아요? 그것도 모르시면서…』

그날 성심여고 연예부에서는 우리 주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 가시는 순간들을 무대 위에서 뮤지컬로 감동적으로 연출했다. 『예수야, 내 아들 예수, 어쩌다가 저렇게…』하며 울부짖는 성모 마리아의 절규가 온 방안에 메아리칠 때, 주한교황대사 죠바니 모란디니 대주교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남몰래 훔치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그리고 강당 안의 모든 이가 찢어지는 가슴을 달래며 함께 울었다. 예수 성심 때문인가?

『부에노, 부에노!』박수치며 소리내어 환호하던 교황대사님은 나를 덮석 끌어 안으며 감탄했다.

『예수성심이 여기 계시는 것 같다. 정말 훌륭하다. 한국의 성심회는 세상을 제압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답다. 부에노, 부에노, 보라보! 성심회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아멘』

봉두완(다위·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대한적십자사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