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성숙한 신앙 (35) 그리스도의 사랑 (1)

정하권 몬시뇰 (마산교구)
입력일 2000-11-19 수정일 2000-11-19 발행일 2000-11-19 제 222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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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사랑은 보편적 ‘이웃’은 창조된 모든 인간 지칭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계명은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셨기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하라고 하셨는지 살펴보자.

(1) 그리스도의 사랑은 보편적이다.

애덕에서 이웃이라는 말은 혈연이나 물리적으로 곁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고 어디에 어떤 조건에 있든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을 가리킨다. 예수님은 인간의 어떤 장점을 사랑하신 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사랑하셨다. 어리석은 생각, 완고한 마음, 이기적인 감정, 결정이 너무나 많은 우리를, 때로는 당신을 배척하고 반역하는 우리를 사랑하셨다. 그분은 우리의 장점과 선행을 가상히 여기시고 우리의 단점과 악행을 연민의 정으로 참아내셨다. 그분은 우리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여 우리 자신을 사랑하셨다. 이에 비하여 우리는 얼마나 선택적으로 우리를 표준으로하여 타인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스도께서는 선인과 악인을, 가까운 사람과 멀리 떨어진 사람을, 적과 친구를, 가치있는 사람과 별볼일 없는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하셨다. 그분은 모든 사회적 조건의 차이를 넘어서 양민뿐아니라 죄인들도 사랑 하셨고, 바리사이와 사두가이와 주님을 단죄하는 두목들과 사형에 붙이는 빌라도와 형리들까지 용서하시고 스승을 배반한 유다스 때문에 마음 아파하셨다. 예수님의 사랑은 그 대상이 모든 인간을 포함하는 것일 뿐아니라 그 정도 에서도 보편적이었다. 그분은 받은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베푸셨고 은혜를 베풀기는 고사하고 적대시하고 배신하는 자에게 먼저 사랑을 베푸셨다. 당신을 박해하는 자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기도하셨고 제자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하셨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축복해 주어라. 그리고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해 주어라』 (루가 6, 27~28). 『너희가 만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 하는 사람은 사랑한다』(루가 32). 원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분은 당신의 감정과 육신의 수고와 가진 물질과 마침내 유일한 생명까지 바치셨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 13)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분부는 참으로 인간적 논리로써는 이해하기 힘들다.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은 구약적 사고방식으로는 정당한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원수에게 보복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원수에게 은혜를 베풀라 하시니, 그리스도교 애덕의 바탕은 인간의 자연적 양심이나 윤리학적 정의감을 넘어서 무조건 그리스도를 따르는데에 있는 것이다 (Imitatio Christ). 세상의 그 어떤 논리로써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의 합리성을 증명할 수 없고 다만 신앙인은 그리스도를 따라야 한다는 대원칙 안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계명이다.

정하권 몬시뇰 (마산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