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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계십니까?] 오늘날에 대한 교회 선교사명 (5) 거짓 자유에 대한 거부/정연혁 신부

정연혁 신부(수원교구장 비서)
입력일 2000-11-05 수정일 2000-11-05 발행일 2000-11-05 제 222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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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자유는 십자가 지혜에 순명할 때 가능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원칙으로 제시한 것은 십자가의 희생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신비는 인간이 봉착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유일한 행동 방식으로 정해진 것이기 보다는 원칙으로 또한 이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이 십자가의 자기 비허와 사랑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이 자유롭게 되는 길을 발견하셨고, 당신의 편지인 갈라디아서의 5장 전체에서 이 사실을 피력하시고 계십니다 (특히 5, 11).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나온 법의 원칙에서 개인의 자유의 한계는 다른 사람의 자유의 한계를 넘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합니다. 즉, 나와 타인의 공존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자유란 서로가 상충되지 않는 선에 있으며,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어떤 것도 원치 않으면 누구나 하지 않는 것이 자유입니다. 근대와 현대의 법정신의 근간이 된 이런 생각은 그 이후 급격하게 인류를 개인주의로 이끌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느 순간인가부터 이런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인류가 원하여서 하느님께서 그런 방법을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무상의 선물로 주어진 것입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이 선물의 수혜자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선물조차도 자신이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자유를 사용하여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자유를 남용하여 자신의 의지만을 고집하여 다른 사람들의 선익을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히 물질적 이익과 결부가 되었을 때에 더욱 이런 모습은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당한 군비경쟁을 하는 가운데 세상에는 기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는 일부에게 편중 되어 있고 그 사람들은 권력까지 장악하여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어떤 곳에서는 사람이 노예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죽음까지도 감수하는 희생과 사랑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와 남용되는 자유에 대해 오늘의 교회는 분명한 가르침을 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참다운 자유는 십자가가 가르쳐 준 지혜에 순명하면서, 인간을 그리스도처럼 대하는 데에 있음을 오늘같이 시민 의식이 성장된 때에는 선포할 때가 된 것입니다.

정연혁 신부(수원교구장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