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정진석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 추도미사 강론

입력일 2009-03-01 수정일 2009-03-01 발행일 2009-03-01 제 263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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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의 고귀한 정신 유지 받들어 살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 월요일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 드신,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먼저 김 추기경님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교황님의 이름으로 장례미사를 봉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그리고 한국 사회의 큰 어른을 잃은 지난 주간 내내 전국은 애도의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다시 한 번 김 추기경님의 선종에 애도를 표해주시고 장례를 위해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김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하는 명동성당을 향한 끝없는 조문 행렬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묵상하게 됐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선종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뿐 아니라 당신의 몸과 마음 전체로 가르침을 보여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추기경님의 유언은 반대로 우리가 추기경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이번에 우리는 김 추기경님의 선종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나눔의 고귀한 정신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이념과 계층과 세대를 넘어 끝없이 이어진 추모 행렬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간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여 앞 못 보는 사람들에게 남겨 두 사람에게 새로운 빛을 볼 수 있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과 겸손의 의미와 그 큰 힘을 뚜렷이 일깨우고 떠나셨습니다.

김 추기경이 떠난 자리를 보며 허전함과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가 슬픔에만 빠져있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김 추기경님 바라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난 천사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행전 1장 11절).

그렇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김 추기경님 남겨주신 사랑의 마음으로 눈을 떠야 합니다. 아집과 이기심과 욕심에서 벗어나 사랑과 나눔의 정신으로 눈을 떠야합니다.

그리고 김 추기경님을 모범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김 추기경님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주셨습니다. 정파와 이념, 지역과 종교, 빈부차이로 갈라진 사람들을 사랑으로 하나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교회의 진정한 의무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데 있다. 그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들 달려가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김 추기경님은 인간의 사랑과 존엄성을 수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김 추기경님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존엄의 신성한 가치와 인간 사랑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모든 가치에 우선해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화해와 일치의 바탕은 상대방도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받는 귀한 생명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조건 없이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용서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은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 사랑은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통해 실현하셨던 사랑입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이게 도움을 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또한 김 추기경님이 남기신 중요한 교훈은 물질로 부터의 자유로운 마음이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물질적인 풍요로 대변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광범위하고 폭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 추기경님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은 우리가 먼저 물질적 유혹에서 벗어나 영원한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습니까? 또한 그것을 다 무엇에 쓸 수 있겠습니까? 힘닿는 대로 소외되고 어려운 이를 도와주고 필요한 이웃에게 나의 것을 나누어 주는 선행과 사랑만이 이 세상에 영원히 남는 것입니다.

김 추기경님의 유지를 본받아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과 생명을 존중하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끌어안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다른 이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사랑을 나누게 되면 김 추기경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 사회의 더 밝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입니다.

오늘 다시 한 번 김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김수환 추기경님의 명복을 빕니다.

〈교황특사·서울대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