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81주년 특별기획 무료진료사업] 경기도 일산 김주경씨·김영숙씨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9-01-04 수정일 2009-01-04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 경기도 일산 김주경씨

“이제는 허리 좀 펴고 살았으면….”

3명이 앉기에도 비좁은 2~3평 방에서, 무릎을 맞대다시피 하고 만난 김주경(체칠리아·49·경기도 일산)씨는 표정이 어두웠다. 본인 탓이 아니다. 15년 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 왔다.

특히 요즘 들어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이제는 진통제도 제대로 듣지 않고, 물리치료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유명하다는 한의원과 한약방, 일반 병원을 모두 다녀 보았지만, 별다른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제는 조금만 무게 나가는 물건도 손으로 들지 못한다. 당연히 집 청소는 꿈도 꾸지 못한다. 도움주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거동할 수도 없다.

1982년 봉제 직장에 다니다 만난 남편과 결혼할 당시만 해도 참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아픈 몸이 그 행복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현재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도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김씨는 허리만 아픈 것이 아니다. 약을 써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결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심장도 좋지 않다. 혈압이 불규칙해 혈압약까지 먹고 있다. 고등학생 아들의 학비 때문에 정작 김씨 본인은 약 하나 살 때도 조심스럽다.

큰 맘 먹고 구입하는 약도 모두 같은 종류의 약 중에서 값이 싼 것들이다. 혼자서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함께 병원을 찾았다.

여러분병원 김정수 원장이 말했다. “허리 수술은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결과를 가장 합리적 방법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치료만 받는다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수술한 것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김씨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피어오른다.

병이 모두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하느님께서 하라는 것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그동안 해 주지 못한 것들을 것을 모두 하고 싶습니다.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경기도 일산 김영숙씨

“하느님. 감사합니다.”

김영숙(율리아·45·경기도 일산)씨가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김씨의 집은 그 환한 웃음을 닮지 않았다. 집에는 냉기가 완연했다. 보일러 기름 살 돈이 부담스러워 며칠째 온기를 포기하고 살고 있다. 집에서도 두툼한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다.

지붕에 살던 쥐가 전기선을 갉아, 한동안 촛불에 의지해 생활하기도 했다. 돈 8만원이 없어서 전기 시설을 수리할 수 없었다.

허리가 아파도 병원 한 번 제대로 갈 수 없었다. 한 달 수입은 박스와 폐지를 팔아 마련하는 40여만 원이 전부. 수년 전만 해도 파출부와 청소 일을 하며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허리 통증 때문에 꿈도 꾸지 못한다. 허리가 편했더라도 한동안 앓은 우울증 때문에 직장을 제대로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폐지를 모으는 일도 벌써 2년을 넘기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달려들었지만 이제는 그 종이의 무게조차도 허리가 부담스러워한다. 그나마 종이값이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때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폐지 가격이 폭락해 한달 내내 땀 흘려도 2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 각종 세금과 전기료 등을 내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손가락이 저리고 어깨 통증이 심해, 폐지 모으는 일도 접어야 할지 모른다.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할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요. 하지만 이제는 주위에 많은 도움주시는 분들 덕분에 용기를 내서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씨가 요즘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최근 신약성경 필사를 마쳤고 구약성경 필사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뿐 아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월 2000~3000원씩 교회 성지와 복지시설 등에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신앙인인 만큼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누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무료진료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김씨가 어렵게 시간을 내서, ‘여러분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와 X-레이 촬영이 이어졌고, 문진과 상담도 병행됐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수술을 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그 말을 듣더니 또다시 환하게 웃는다.

▨ 여러분 병원 : (02)517-0770

▨ 무료 진료 신청 및 문의 : 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133-030)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사진설명

▲진료 결과 김영숙씨는 수술없이 약물 치료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도움주는 사람이 없으면 거동도 힘든 김영숙씨. 여러분 병원 김정수 원장이 김씨의 상태를 진료하고 있다.

▲극심한 허리 통증 속에서도 매일 성경 필사를 하고 있는 김영숙씨.

▲제대로 몸을 펴기도 어려운 2평 남짓한 방에서 김주경씨가 묵주기도에 열중하고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