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공동체 현장을 찾아서] 4. 당수성령본당 소공동체

이상희 기자
입력일 2008-11-30 수정일 200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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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의 불길로 신앙의 참 기쁨 체험

본당 설립부터 매주 화요일 ‘찬미 미사’ 봉헌

‘순교성인 공부하기’ 통해 신앙선조 열정 배워

이런 현재의 모습이 가능한 것은 2005년 본당이 신설될 때 본당 주임 허정현 신부가 ‘성령’을 사목테마로 정했기 때문이다. 허신부는 무미건조한 신앙이 아닌 열성적이고 신명나는 신앙을 신자들이 맛들일 수 있도록 소공동체 지향적 성령세미나를 운영해왔다.

“활기찬 본당으로 성장하기 위한 동력으로 성령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먼저 성령의 토양을 일궈줘야 성령의 씨앗·말씀의 씨앗이 잘 싹틀 수 있으니까요. 성령의 불길이 살아나면 소공동체도 자연스레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성령지향 사목 덕분에 ‘화요 찬미미사’에서는 ‘불’이 ‘꽃’으로 변하는 아주 특별한 모습이 연출됐다. 본당설립부터 지금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봉헌되고 있는 찬미미사에서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작업을 통해 ‘성령(火)’이 ‘율동(花)’으로 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찬미미사에 참석한 신자 중 누구도 지휘하지 않았지만 감사의 몸짓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율동으로 찬미를 드리기 시작했다.

기적은 이뿐만 아니었다. 본당은 교구 사각지대에 위치한 탓에 지난 3년여의 시간동안 새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적었고, 기존 신자들의 견진성사율 또한 낮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령세미나를 통해 3번의 견진성사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신자 대부분이 성숙된 신앙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 모든 것 역시 성령의 인도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의 불길은 본당을 넘어 지구로도 확산됐다. 당수성령본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지구 내 다른 본당 봉사자들의 함께 하자는 요청에 의해 2년 전부터 매달 첫째 주 화요일을 ‘권선지구 은혜의 밤-성령신심미사’로 봉헌하게 된 것이다.

본당 설립 이 후 지속적으로 성령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자는 성령운동의 장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성령운동은 전인적이고 영적이며 육적인 운동입니다. 성령을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돼 몸이 유연하게 되고, 마음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해 전반적으로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이토록 본당 곳곳, 더 나아가 인근 여러 본당에까지 성령의 불을 당긴 본당은 또 한 번의 터닝 포인트를 준비하고 있다. ‘성령으로 복음화를 이루자’는 초기 모토를 ‘소중한 보화 교우촌을 이루자’로 바꾼 것. 한국교회의 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교우촌을 지향하고 닮기 위해 소공동체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됐다.

이에 따라 기존 행해지던 여성공동체 모임과 남성공동체 모임은 그대로 두되 한 달에 한번 남성과 여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통합 반모임을 마련했다. 그 결과 부부들끼리 얼굴 익히는 효과도 덤으로 얻어 공동체가 더욱 훈훈하게 결속할 수 있게 됐다.

허신부는 “성령은 이론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체험으로 얻을 수 있다”며 “본인의 체험과 타인의 체험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모임이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당 신자들은 소공동체 모임을 통해 ‘성령’과 ‘교우촌 닮기’ 두 가지 미션을 성실히 수행 중이었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시행중인 ‘순교성인 공부하기’를 통해 자신의 체험과 순교성인 신앙을 비교해 자기반성과 함께 신앙선조들의 열정을 배우고 있는가 하면 거룩한 독서를 통해 초대교회의 확고한 신앙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규모도 작고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신설본당이라 성령 콘셉트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안정되거나 부족함이 없는 본당이면 성령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을지 모르니까요. 내 부족한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전능이 드러나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신자들 덕분에 이 모든 사목이 가능했습니다.”

성령을 무기로 초기 한국교회 교우촌의 열정을 따르려 노력하는 불씨. 언젠가는 교구를 넘어 한국 교회 전반에 성령의 불길을 일으킬 조그마한 불씨. 당수성령본당 소공동체다.

이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