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공동체 현장을 찾아서] 3. 초지동본당 소공동체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11-23 수정일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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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양 한마리’까지 관심갖다

신앙정보 담은 ‘구역현황문서’ 기록

신도시지만 소공동체로 결속력 높여

2500여 명 ‘대(大) 공동체’, 안산대리구 안산 초지동본당(주임 강은식 신부)에는 다른 본당에는 없는 독특한 것이 있다. 매월 한 차례씩 업그레이드되는 ‘구역현황문서’가 그것. 각 구역 신자 가정 별로 쉬는 신자 및 열심한 신자 등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담고 있다.

쉬는 신자의 경우 완강히 신앙을 거부하는 사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신앙을 전할 수 있는 사람, 꾸준한 전교 노력이 필요한 사람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고, 가정 내 타종교 신자에 대한 기록도 있다.

외짝 교우, 홀몸 노인 등 특수 상황에 대한 안내도 철저하다. 심지어는 자녀가 유학을 갔는지, 해당 가정을 방문해서 대화를 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갈등상황은 있는지, 질병을 앓는 이가 있는지, 가족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지역 가정 복음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살아있는 1급 신앙 정보 자료인 셈이다.

이 구역현황문서는 ‘소(小) 공동체’ 구역반 봉사자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사자들은 수시로 구역을 돌며 가정 현황을 파악하고, 그 기록을 꼼꼼히 남긴다.

그 덕분에 초지동본당에선 선교운동, 가정복음화운동, 쉬는 신자 회두운동, 지역 사회복지활동 등이 땅 짚고 헤엄치기다.

미리 밭 고르는 정지 작업이 완벽하다 보니, 언제든지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본당 대공동체가 소공동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5년 전 본당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사 가지 않고 우리 본당에서 생활하는 있는 신자 가구는 10가구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입 전출이 많은 지역의 본당입니다. 지역 신앙인들의 상황을 그때그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공동체가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본당 소공동체위원회 장훈(스테파노·44) 회장은 “주민 이동이 많은 신도시지역이다 보니 자칫하면 모래알 같은 본당이 될 수 있다”며 “신자들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지동본당 소공동체의 노력은 그래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4개 지역 15개 구역, 60개 반에서 일하는 봉사자 90여 명의 열정이 모이다 보니 자연히 이것저것 벌이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탄환도 넉넉하다. 소공동체 소위원회가 쓰는 연 예산만 1500~1600여 만원. 청소년 관련 예산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예산은 본당 소공동체위원회가 본당 성가정 운동, 신구약 필사 운동, 선교운동, 쉬는신자 회두 운동 등을 주도하고 이끄는데 사용된다.

가정 성화를 위해 가정기도, 미사 참여횟수, 성경필사 유무 등을 기록할 수 있는 생활실천표도 자체 제작, 배부하고 있다.

현재 적극 참여하는 세대만 200여 세대. 본당 신자 세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타본당의 생활실천표 참여 가정이 10%대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생활실천표 운동에 열심히 참여한 모범 성가정과 성경필사 참여자에 대한 포상이 두둑한 것도 한몫했다.

초지동본당 소공동체의 열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산대리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운용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본당에 연도가 발생하면 연도 참여표를 제작, 구역별로 돌아가며 모든 신자들이 함께한다. 소공동체 소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피정도 실시하고 있다. 소공동체가 활성화 되다 보니 본당도 활성화 되고 있다. 주일미사 참여율이 40%, 대림 판공성사 비율이 50%에 이른다.

초지동본당 소공동체의 활성화는 또 ‘자율’에 힘입은 바 크다. 모임 횟수를 주 1회, 혹은 월 1회로 한정하지 않았다. 모임 방법도 ‘복음 나누기’ 혹은 ‘거룩한 독서’로 대못 박지 않았다.

묵상 나누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잃은 양 한 마리’에 대한 배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이고,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고,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돌아간다. 친교도 더욱 커진다.

지난해 한 봉사자가 어려운 형편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전 신자가 성금을 모금, 병원비에 보탰다. 한 봉사자 자녀가 심장병으로 수술했을 때는 구역반별로 함께 기도했다.

함께 생활하고, 함께 모여 기도하고, 함께 선교하는 공동체. 초지동본당 소공동체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