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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상담] 새 성당 건립기금 희사 강요에 부담

입력일 2008-11-02 수정일 20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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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 성당 건립기금 희사 강요에 부담

저는 얼마 전까지 다니던 본당에서 새 성당을 건립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찾은 새 본당에서도 성전 건립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당이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이 큽니다. 금액도 만만찮기 때문에 가끔씩 왜 신자들이 이렇게 희생해야 하는지 의심까지 듭니다.

Q. 하느님 백성으로서 의무·권리 … 감사·찬미 마음으로 동참해야

우리나라는 갈수록 도시 인구 집중화, 직장 이동 등 여러 사정으로 많은 이들이 자주 이사를 다니게 되는 경우를 봅니다. 이같은 현상으로 교회에서는 기존 신자들과 새로 이주한 신자들을 맞아들일 새 성전 건립과 성전 보수를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이는 사목자의 노력과 함께 신자들의 의무이며 권리인 것을 알지만, 모두에게 힘겨운 부담감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들로서 계속적인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기여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각자 자기의 조건과 임무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데 물심양면으로 하느님께 봉헌하는 신앙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회의 모든 신앙선조들은 이 세상에서 받은 영육의 모든 것들이 하느님께 속한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에 하느님께 받은 은총에 대한 감사의 제물을 제단에 바쳤습니다. 이것이 십일조의 정신으로서 땅과 그 소출의 주인인 하느님께 감사하는 헌물로 바치는 것이지요(창세 14, 20; 창세 28, 22; 신명 14, 22~27; 레위 27, 30 참고).

우리나라 구교우들 역시 박해와 가난의 어려움 중에서도 이러한 신앙의 정신을 철저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현금이 없는 교우들은 가족들이 먹을 몫의 일부를 미리 떼어 교무금이나 헌금으로 봉헌하곤 했지요. 만약 이것을 나의 생활비의 여유분으로만 마련하려 한다면 마음과 경제적 부담감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만약 모든 교우들이 하느님께 받은 은총에 대한 감사와 예배의 정신으로, 또 순수한 신앙행위로 교무금을 낸다면 특별히 성전기금이나 교회유지를 위한 기타의 기금들을 따로 낼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과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떼어내는 부자들의 큰 헌금을 보면서 헌금하는 이의 신앙의 자세를 묻고 계시지요(마르 12, 41~44).

문크리스티나 수녀(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