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공동체 현장을 찾아서] 1. 소공동체를 향한 풍산본당의 꿈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11-02 수정일 20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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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소공동체 활성화의 염원을 담아 ‘소공동체를 찾아서’ 기획을 시작합니다. 매주 본당 단위의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과 일선 소공동체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취재할 계획입니다. 생생한 소공동체 현장 이야기를 전해 줄 이번 기획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제 밑그림에 잘 색칠해야죠”

신자 200명의 갓 두달된 ‘새내기 본당’

십일조봉헌 생활화… 시간·재능도 나눠

이제 막 하얀 종이 하나 꺼내 그림을 그려 나가려 한다. 9월 2일 신설된 새내기 공동체, 하남 풍산본당(주임 이대희 신부). 출범 갓 두 달을 바라보는 탓에 아직 단체 결성 등 본당 조직조차 틀을 잡지 못했다. 본당 주보성인도 정하지 못했다. 신자 수도 200명에 불과하다. 주일미사 참례 신자수가 200명이라는 것이 아니라, 교적 신자 수가 200명이다. 성전도 없다. 현재 인근 신장성당 유치원의 한 귀퉁이를 빌려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공동체 그림 그려나갈 물감이나 크레파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대희 주임 신부는 연필 하나 들고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큰 구도는 소공동체다.

“과거 공소 신자들의 신앙 열정을 되살리겠습니다. 마을 공동체를 이뤄 함께 모여 기도하고, 함께 생활하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신부는 “그동안의 소공동체는 아빠 따로, 엄마 따로, 자녀 따로인 면이 없이 않았다”며 가족단위 소공동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본당은 크게 4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에 공소 회장에 준하는 평신도 지도자를 임명하고, 가족 단위로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4개 지역의 지역장은 과거 공소회장들의 역할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모든 필요한 사목적 도움은 본당 차원에서 베풀겠지만, 일상 속에서 매일 함께 기도하고 생활하는 것은 신자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공동체 모임도 매주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일과를 마칠 때마다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족 구성원 전원이 함께하는 소공동체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독서, 복사 등도 가족 단위로 시행하려 한다. 본당 신자 한명 한명이 본당 공동체 신앙생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신자 수 2000~3000명이 되어도 이 같은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십일조 봉헌을 생활화 하겠습니다. 금전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시간과 재능을 함께 나누도록 할 생각입니다. 과거 공소에서는 모두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신자들은 모두 각자 삶의 터전에서 재능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재능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신부는 “소공동체가 활성화 되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복지활동 등도 자연스럽게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공동체가 본당 활성화, 지역 사회복음화의 밑거름이라는 믿음이다.

“소공동체만 튼튼하면 본당 기틀도 빨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소공동체가 자리잡지 못하면 본당은 늘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가 됩니다. 하루빨리 가족이 함께하는 소공동체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눈앞에 반짝하는 사목적 성과보다는 멀리보는 사목, 본당 공동체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목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이신부는 논어에 나오는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이입야(患所以立也)’를 말했다. 지위의 높고 낮음을 근심하지 않고 뜻을 세울 수 있느냐 없느냐를 근심한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의 뜻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공동체는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입니다.”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그 밑그림에 아름다운 색깔을 입히는 일만 남았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