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탤런트 최재원 (2) 밀떡 몽땅 훔쳐먹은 꼬맹이 신자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8-08-31 수정일 200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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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회개하여 어린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어제 읽은 성경구절입니다. 저도 이러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온종일 떠나지 않네요.

성경은 제 재산목록 1호라고 말씀드렸었지요. 제가 현재 보는 성경은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제 손으로 직접 샀던 것입니다. 당시 저는 탤런트 시험에 계속 응시했었는데요. 10차례 연거푸 낙방해 몸도 마음도 추운 때였습니다. 1994년 12월 중순의 추운 날이었어요. 서울 혜화동을 지나다 문득 성바오로딸 서점에 들렀지요. 거기서 성경을 한권 샀습니다. 5천원 가량으로 기억하는데요, 주머니가 텅텅 비어있는 저에게는 꽤나 거금이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제 일이 너무 잘 풀리는거예요.

성경을 처음 산 이후로 저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성경을 읽고 있답니다. 처음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읽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성경을 읽고 있어요. 새로운 하루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시작하고 하느님께 봉헌하면 더 좋아하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는 모태에서부터 하느님을 알았습니다. 신심깊은 어머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이지요. 어릴 땐 전남 순천 조곡동성당엘 다녔는데, 아직도 마룻바닥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 다섯살 때였으리라 짐작하는데요. 어머님 말씀이 하루는 제가 미사 전에 살금살금 제의방에 들어가 성합에 담긴 밀떡을 몽땅 먹었다는 겁니다. 의외로 말썽쟁이 꼬마였지요. 미사 직전이었는데, 그날 축성해야 할 밀떡이 사라졌으니 아주 난리가 났었답니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한번도 주일미사를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청소년기에는 이성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성당에 더욱 열심히 다녔던 때도 있었지요.

성당에 가는 것은 꼭 어린아이가 목욕탕에 가는 심정인 것 같아요. 왜 아이들은 목욕탕 가거나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것 싫어하잖아요. 하지만 다 씻고 나오면 날아갈 듯 기분 좋고 개운한 것, 그 기분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주일 아침에 일어나기도 싫고 바쁜 일정에 짬을 내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성당엘 다녀오면 가벼움과 상쾌함이 온 몸을 감쌉니다.

가끔 시골 촬영이라도 가면 촬영지 인근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때가 있거든요. 주변에서 성당을 찾다찾다 못찾으면, 그럴 땐 개신교회에서 예배라도 드려요. 같은 하느님을 모시는데, 장소가 좀 바뀌었다고 인사드리지 않는 것보단 찾아뵙는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가끔 신앙을 너무 일찍 알아 혹시 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드라마 강완숙 촬영 때였나, 한 신부님께서 ‘우리 만약에 다시 태어나면 하느님을 알지 말자’라고 농담하실 정도로 제가 모범생으로 보였었나 봐요.

‘내가 만일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그런데 성당에 다니지 않으면 이래저래 구속받지 않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는 거예요. 저한테 하느님은 정말 ‘아름다운 구속’이랍니다.

정리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