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창간 81주년 특별기획 무료진료사업] 부산교구 나복연씨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08-17 수정일 200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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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마음 봉사하며 갚겠습니다”

생계 꾸리며 혹사시켜 진통제 조차 듣지않던 허리

디스크 삽입 등 대수술 끝 성공… “다리가 펴져요”

“25년 동안 기도하고 소망한 일이 현실로 이뤄졌습니다.”

8월 6일 여러분 병원(원장 김정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나복연(아녜스, 61, 울산)씨는 밝은 표정이었다. 찢어지는 듯한 허리 통증도 말끔히 가셔진 듯 했다. “허리가 어떻게 됐는지 진단이라도 한번 제대로 받아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던 나씨는 이날 평생 소원이던 허리 수술을 받았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온 나씨는 22년 이어진 남편 중풍 수발로 정작 자신 몸 돌볼 틈은 없었다. 지난 25년간 통증 때문에 다리 한번 시원하게 뻗지 못했다. 심지어는 잠 잘 때도 늘 구부린 자세였다. 설거지도 서서 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해야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몸 돌보지 않고 일한 것이 탈이었다.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모두 남편 치료비로 들어갔다. 자신을 위해선 지금까지 돈 한 푼 쓰지 않았다.

“일하지 않으면 남편 병원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벌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남이 시키는 일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성격이어서 몸은 점점 더 망가져 갔습니다.”

허리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몸도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다. 25년을 간신히 버텨오던 몸이 드디어 2달 전부터는 적색신호를 보내왔다. 진통제가 제대로 듣지 않았다. 통증 때문에 걷는 것은 물론이고,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한스런 고통을 아무도 함께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다.

살얼음판을 걸어온 인생 때문일까. 평생을 남편 치료비와 약값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다 보니 최근 고지혈증과 우울증이 생겼다. 혈압약도 달고 산다. 약값을 대기 위해선 이곳저곳에서 빚을 얻어 써야 했다.

당연히 허리 수술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남편 치료비와 생활비도 모자라는 형편에 자신을 돌보는 것은 사치였다. 심지어는 먹는 것 까지 줄일 정도였다. 그래서 나씨가 여러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영양상태도 최악이었다. 당초 7월 말에 수술을 하려다 8월 초에 들어서야 본격 진료에 들어간 이유다.

나씨는 “평생 몸 한번 쉬지 못했는데, 병원에 와서 입원을 하고 나서야 몸과 마음을 함께 쉴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나씨의 꿈이 이뤄지는 날. 정밀 진단이 이어지고, 수술 내용이 정해졌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금까지 ‘가톨릭신문 - 여러분 병원’ 무료 진료 대상자들은 대체로 주사 치료나 UBF(편측미세현미경적 후궁절제술 및 양측 신경공 확대술) 시술을 받는 정도였지만, 이번 나씨의 경우는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등 대수술이 필요했다.

부분 마취 후 시작한 수술은 30분 만에 끝났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 기적에 나씨도 놀란다. “내 다리 보세요. 펴져요!” 누운 상태에서 나씨는 연신 다리를 폈다 오무렸다는 계속한다. 펴지지 않던 발이 쭈~욱 펴지는 것이, 마냥 신기한 모습이다.

“수술 영향인지 약간 통증이 있긴 하지만 지금 이 수준의 통증은 수술 받기 전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통증이 쉽게 사라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선 큰 수술이었던 만큼 하루 정도는 일어나지 말고 누워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1~2일이면 걸을 수 있고, 1~2주면 병원 치료가 끝날 것이다.

“허리 수술을 모두들 어렵게 이야기해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원장님과 병원의 모든 직원 분들의 호의에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씨는 감격해 했다. 김정수(안드레아) 원장이 시원스레 말을 받는다. “감사하실 필요 없어요.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시며 사는 것으로 감사를 대신하면 됩니다.”

“돈도 없고, 몸이 많이 아파 어려운 이웃을 제대로 도울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마음 봉사’만은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하느님께서 남은 인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면 살라고 저에게 이른 은총을 주신 듯합니다. 늘 감사의 기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웃을 위한 삶을 살겠습니다.”

나눔이 나눔을 낳는다는 진리. 가톨릭신문과 여러분 병원이 무료 진료 사업의 돛을 올린 이유다.

▨ 여러분 병원 : (02)517-0770

▨ 무료 진료 신청 및 문의 : 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133-030)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사진설명

일반 환자들과 달리 나씨의 경우는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등 대수술이 필요했다. 부분 마취 후 시작한 수술은 30분 만에 끝났다. 기적이 일어났다. 통증이 사라진 나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