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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1주년 특별기획 무료진료사업] 4.부산교구 조명수·나복연씨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07-13 수정일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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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내 몸 하나 돌볼 수 없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어온 인생

이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 조명수씨

기구한 인생이다. 72세. 울산에서 월 15만원 월세방에서 살고 있는 조명수(데레사) 할머니. 얼굴이 참 곱다. 하지만 속은 새카만 숯검덩이다. “아들? 내가 36살 때 쯤인가…. 하늘나라로 갔어. 딸은 여기서 아주 먼데서 살어.” 남편은 신혼 때 교통사고로 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들을 병으로 잃고,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사위 사업 실패로, 현재 자기 한 몸 추스르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촌에서 혼자 도시로 올라와 뭐 할 줄 아는기 있어야제. 그래도 묵꼬 살아야지 어쩌 것노. 안해본 일 없다 카이.” 삶의 무게는 고스란히 몸에 쌓였다. “모든게 그눔의 화병 때문 아니가. 몸뚱이를 그동안 너무 천대한 것도 이유제.” 당뇨, 혈압, 골다공증, 지방간, 관절, 심장 등 적신호가 몸 곳곳에서 오고 있다. 10년전 백내장 수술을 받은 눈도 좋지 않고, 요즘 들어선 귀 통증도 심하다. 손도 불편하다.

무엇보다도 40대 중반부터 겪어온 허리 통증이 요즘 들어 특히 심하다. 허리가 아프다 보니 방 청소 하는 것, 반찬거리 하나 만드는 것도 힘에 부친다. 그래서 할머니 식사는 주로 된장 한 사발에 밥 한 그릇이다.

신앙은 아들 딸이 모두 떨어져 나간 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성당을 찾아 얻었다. 그나마 주님을 믿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가자고 해도 막무가네다.

“난 안갈란다. 가도 못해.” 서울로 갈 차비도 차비지만 거동이 불편한 탓에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해도 할머니 스스로가 싫단다. “다 묵고 살기 바쁜데. 그런 신세지는 거 싫다. 날씨도 덥고 하는데 누가 나서 겠노. 아무도 없다. 내 맘이 더 불편타. 서울에 가도 신세 질 곳도 없고….” 하지만 할머니의 눈은 서울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 나복연씨

울산의 나복연(아녜스·61)씨. 22년째 남편 중풍 수발을 들고 있다. 정작 나씨 본인도 허리 환자. 병원에선“허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병원에 누워 있을 수만 없었다. 수술을 하면 당장 남편을 간호할 사람이 없었다. 생활은 또 어떻게 하고….

이 몸으로 그동안 어떻게 버텨 왔을까 싶다. 설거지도 서서 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해야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몸 돌보지 않고’일한 것이 탈이었다.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모두 남편 치료비로 들어갔다. 자신을 위해선 지금까지 돈 한푼 쓰지 않았다.

“일하지 않으면 남편 병원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벌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남이 시키는 일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성격이어서 몸은 점점 더 망가져 갔습니다.”

허리의 통증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다. 이제는 진통제도 제대로 듣지 않고, 물리치료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걸어온 인생. 이 상태도 얼마다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평생을 ‘돈’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다 보니 최근 고지혈증을 얻었다. 우울증약도 상복하고 있다. 또 혈압이 불규칙해 혈압약도 달고 산다. 이씨 본인은 이 모든 병을 두고‘화병’이라고 했다. 약값을 대기 위해선 이곳저곳에서 빚을 얻어 써야 했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까먹고 있는 형편이다.

말이 별로 없던 나씨가 마지막에 한마디 한다. “제 몸 상태(허리 상태)가 어떤지 진단 만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저의 인생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를 위해 한번 살아 보았으면 합니다.” 그 소원이 7월 10일 이뤄졌다.

▨ 여러분 병원 : (02)517-0770

▨ 무료 진료 신청 및 문의 : 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133-030)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사진설명

▲주님을 믿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하는 조명수씨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성당을 찾았다.

▲남편의 병수발과 생계비까지 책임져야 했던 나복연씨는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없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도 진통제로 버텨왔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