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와 커뮤니케이션-가톨릭 미디어 교육] (6)커뮤니케이셔너 양성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8-06-29 수정일 2008-06-29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미디어 교육은 사목활동 필수 요건

사목자부터 미디어 현실 제대로 인식하고 관심 가져야

신자들 요구 존중·인간 존엄성 증진에 대한 배려 필요

모든 커뮤니케이터, 특히 사목 커뮤니케이터는 필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인 수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 사목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과 관련된 것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셔너 양성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7가지 규칙들을 예수회원들에게 주지시켰다. 1546년 트렌트 공의회에 파견한 3명의 예수회원들에게 이냐시오 성인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모든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의 말 뿐만 아니라 느낌과 전체적인 방식 모두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어느 한 쪽에 편향된 자세를 가져서는 안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분히 숙고해서 말하며, 시간을 갖고, 침묵을 존중하며, 주의깊게 경청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필요하게 권위 뒤에 숨어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강조됐다.

이러한 이냐시오의 커뮤니케이션 원칙들은 사목 커뮤니케이션 양성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사목 커뮤니케이션 양성은 기술이나 논리보다는 커뮤니케이터의 내적 특성에 더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양성은 기술 지향적인 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 참된 의미의 양성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제 또는 사목자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적인 인격을 갖춰야 한다. 결국 사목 활동은 그리스도교 신앙이나 십계명을 ‘광고’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사람들과 그들의 관심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양성은 이미 어릴 적부터 가정 안에서 시작된다. 어려서 어떻게 양육됐는지가 이미 그 사람의 개방성, 신뢰, 자신감,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자세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사목 커뮤니케이션 양성에 있어서, 그 실마리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리스도교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송신자(sender)가 아니라 메시지 그 자체이다. 세속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중심은 송신자이지만 그리스도교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중심은 메시지, 곧 하느님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며, 커뮤니케이터로서 우리는 단지 그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일 뿐이다.

따라서 전하는 메시지에 더 귀를 많이 기울일수록 우리는 더욱더 참된 메신저로서 참된 삼고 커뮤니케이션 안에서 ‘말씀’에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 양성은 바로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익히고, 참된 봉사의 자세와 역할을 익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커뮤니케이터의 양성은 자신의 과업에 대해 보다 완벽한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는 특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서 개방성이라고 하는 내적 특성을 요청한다.

그러한 특성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 경청의 자세와 능력, 타인에 대한 깊은 관심을 의미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상황에 대한 판단 능력, 적절한 수단의 활용, 전달하는 메시지의 명확성 등을 전제로 한다.

미디어 교육

한편 미디어 교육은 교회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 여기에서 ‘교육을 위한 미디어’와 ‘미디어를 위한 교육’은 분명하게 구별된다. 교육을 위한 기술적 수단의 사용은 ‘교육을 위한 미디어’에 속하며 사목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중요한 영역이다.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적 수단을 통해 보완, 강조, 대체된다. 이러한 기술 수단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은 좀더 생동감과 설득력을 얻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미디어를 위한 교육’이다. 이는 곧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이고 식별력 있는 사용을 위한 교육이다.

이미 교황 비오 12세는 전자 미디어에 대한 회칙 “활동 사진, 라디오, 텔레비전에 관하여‘(Miranda Prorsus, 1957)를 통해 관객들의 정신이 올바르게 훈련되고 교육받아서, 각각의 기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양심으로 인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놀라운 기술, Inter Mirifica, 1963)에서도 수용자들은 “자기들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도록 힘써야 한다”(10항)고 말했고, 사목훈령 “일치와 발전”(Communio et Progressio, 1971) 역시 미디어 교육을 “홍보 활동을 통제할 원리에 대한 훈련”으로 간주하고 이를 “매우 긴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헌은 “홍보 수단의 특성과 그 사용원리를 잘 이해하기만 한다면 인간의 정신은 진정 풍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훈련은 각 홍보 수단의 특성과, 그 지역 사회에서 그것을 차지하는 위치와, 그 홍보 수단의 사용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문제를 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64항)

실제로 사목훈령의 교육과 훈련에 대한 권고와 요청들은 오늘날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실정이다. 하지만 미디어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세계 안에서 학교와 기타 다른 교회 기관들에서의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은 거의 절대적인 것이 되고 있다. 사목자들은 이러한 요청과 필요를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사목자들은 ‘착한 목자’로서 자신들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곧 그들이 현대 사회와 세계에서 어떤 메시지를 수용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목자가 자기 양 떼를 안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과 삶의 처지를 아는 것이고, 나아가 그들의 존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 교육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디어 교육의 첫 번째 원칙은, TV, 라디오, 영화, 광고와 잡지들이 ‘생산’(produced)된다는 것이며, 미디어는 실재를 단순히 전달하거나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구축’하거나 ‘대변’하는 과정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듣는 모든 것은 미디어 기구, 기술, 전문가들의 활동을 통해서 재구축되어 제시되며, 포장되고 구성된 것이다.

결국 사목자 자신이, 미디어에 의해 구축된 현실을 민감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오늘날은 인터넷을 포함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들 때문에 더욱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다. 인터넷은 ‘가상 실재’를 구성해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도피하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실재 현실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사목자들에게 있어서 미디어 교육은 사목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인 교육 과정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수용자 지향성

교회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있어서, 또한 중요한 원리는 수용자 지향성이다.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매스 미디어는 대부분 커뮤니케이터 지향적이다. 수용자들은 시청률 경쟁, 상품 판매, 여론의 변화 추이에 도움이 될 경우에만 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수용자의 진정한 요구와 기대는 쉽게 무시되고 조작되어 프로그램 생산자의 목적에 맞춰진다.

반면 교회는 사람들의 참된 요구를 존중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증진하며, 그들의 자신들의 진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관심을 쏟는다.

모든 측면에서 수용자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적 커뮤니케이션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계획이 아니라, 수용자를 주된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곧 봉사의 정신으로 형식과 교리를 넘어서 사람들의 참된 삶 속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설명

▶지난해 4월 20일 열린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주최 ‘문화의 복음화 포럼’에서 김민수 신부가 UCC 사목적 활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마산교구 각 본당 홍보분과위원 대상 특강.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