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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 80장면] 73.인간 배아 실험 둘러싼 논란 본격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8-06-22 수정일 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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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5월 27일자 가톨릭신문.
“배아 복제, 실험 중단 대체 치료 개발 촉구”

“과학기술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위원장 진교훈 교수)가 5월 18일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이른바 ‘냉동 잉여 배아’에 대한 얀구를 허용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은 수정과 동시에 시작된다’는 종교계의 입장에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는 5월 22일 공청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데 이어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인간 배아 복제 및 인간 배아 실험을 중단하고 질병 치료의 다른 대체 치료책을 개발할 것’을 골자로 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도 26일 열리는 긴급회의에서 법안에 대한 교회의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의료계와 생명공학계는 이번 법안 시안이 지나치게 생명과학 연구를 규제함으로써 미래 산업인 생명공하의 발달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전반을 포괄하는 지침이라 할 수 있는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은 체세포 핵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 복제는 금지하되 불임치료 목적으로 체외수정에 의해 만들어진 냉동 잉여 배아를 이용한 인간 배아 연구는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가톨릭신문 2001년 5월 27일자)

2001년 5월 정부 차원의 기관인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생명윤리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안을 발표했다. 2년여의 연구 조사 기간을 거쳐 발표된 이 시안은 나름대로 윤리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고민을 절충하려 애쓴 흔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신문은 별도의 난을 통해 “시안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원칙과 생명공학연구의 필요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의 절충안을 모색하기 위한 소산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회 안에서는 인간 배아 연구가 지닌 상업적인 동기와 생명윤리적인 논란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국내 생명산업계, 그리고 바이오 산업을 선점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상업주의적인 동기는 급기야 생명윤리 전반을 다루는 최초의 국가 생명윤리 관련 법안을 자칫 생명윤리법이 아닌, 생명공학 육성법으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을 이미 안고 있었다.

결국 이 시안은 이후 생명윤리법의 입법 과정에서 무시되기에 이르렀고, 결국 우리나라 첫 생명윤리 관련법은 이 시안보다도 오히려 훨씬 후퇴한 형태로 입법되기에 이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안이 제시하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점은 재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시안은 원칙적으로 인간 배아의 체세포 핵이식 방법의 창출 행위가 금지되고, 불임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체외 수정 방법을 통해 인간 배아를 창출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또한 그러한 방법으로 창출된 인간 배아 및 그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금지됐었다. 따라서 생명공학계는 시안에 대한 격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왜냐하면 그동안 생명공학계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기존 연구들이 시안에 따르면 금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잉여 냉동 배아’에 대해서는 조건부로나마 연구를 허용하고 있어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는 안고 있었다. 따라서 시안이 지닌 진일보한 규정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용이 어려운 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