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교구는 지금] 인천교구 - 인천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새터민 지원센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8-06-15 수정일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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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교육·생활지원·친교에 총력

재무설계·재테크 등 경제활동 교육과 장학 지원

지역민과 화합 위해 신자들 관심·의식변화 시급

우리 주변에는 이주민들이 꽤나 많다. 그들 모두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새터민(탈북자)들은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이방인’ 혹은 ‘나그네’로서 감내해야 하는 삶에 절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천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최근 ‘새터민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들을 보다 실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천교구는 지난해 9월 전국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새터민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보다 폭넓은 사회복음화와 노력의 하나로 설립된 센터에서는 새터민들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최우선 몫으로 펼치고 있다.

교육에 총력

인천교구 관할구역인 인천시와 인근 중소도시들은 새터민들의 유입이 많은 지역 중 하나로, 현재 1000여 명 이상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센터에서는 새터민들의 생활 안정은 물론 내적으로도 건강한 생활을 위해 각종 친교활동과 심리·영성상담 등을 다양하게 지원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너무나 다른 체제와 환경 안에서 힘겨움을 겪는 새터민들에게 직업은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많은 새터민들은 변변한 직업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 소외계층들의 삶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는 경우가 많다. 실제 90%에 가까운 새터민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센터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활동은 보다 실제적인 취업알선과 생활교육이다.

새터민 지원센터 센터장 임순연 수녀(스텔라·씨튼수도회)는 “새터민들이 도시와 농촌, 도시에서도 어느 지역에 정착할 지에 따라 그 지역사회 안에서 구체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교육내용이 달라야 한다”며 실제적인 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인다.

특히 센터의 지원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신규 새터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센터에서는 하나원의 의무교육만으로는 부족한 각종 예절 교육과 여가생활 선용 및 각종 열린 시민교육을 지원한다. 지난 4월에는 교구 건강가정지원센터와도 연계해 재무설계와 가계부작성, 신용카드 사용과 거래, 재테크, 창업 등과 같은 경제활동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센터에서는 편부모 혹은 독거 형태의 문제와 가정폭력 등으로 붕괴하기 쉬운 새터민 가정 지원을 위해 올바른 부모역할 교육과 각종 적성검사, 미술·음악치료 등을 통해 올바른 대화법 등도 적극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학사업도 대표적인 자활 지원 중 하나다.

센터에서는 현재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새터민 대학진학생들에게 매학기 장학금을 지원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검정고시생 등에게는 영어·수학 1대1 과외봉사자도 연계해준다. 또 새터민청소년들의 동아리인 징검다리를 통해 진학상담과 각종 단체활동을 지원하고, 새터민 거주지역 내에 임시학습실도 마련해 청소년들의 학업을 돕는다.

아울러 센터는 교구 가톨릭의사회와 연계, 각종 질병과 수술은 물론 출산지원 등의 다양한 의료혜택을 무료로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특히 센터 활동 중에서는 새터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찾아가 친교를 나누고, 지역주민들과의 이해와 화합을 주선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선 센터에서는 센터장과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새터민들의 가정방문과 환자방문, 병원안내 등을 이어간다.

또 새터민들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친교를 나누고 화합할 수 있도록 각종 어울림 행사 등도 지원한다. 새터민들의 교구민들이 기증한 생필품 지원도 인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혜택이 확대되도록 열린 무료 장터로 확대했다.

센터장 임순연 수녀는 “인천지역 새터민 과반수 이상이 생활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을 보면, 대부분 영세한 계층”이라며 “이들이 서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이웃으로서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센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임수녀는 “가정방문 등을 다니다보면 대부분의 새터민들은 한국사회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타인이 가져주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안정감을 갖고 새 삶에 대한 희망을 키워간다며”며 “새터민들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에 더욱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후원인 지원 큰 힘

이러한 센터의 활동 앞뒤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회원들의 격려다.

현재 센터의 각종 사업은 센터장 수녀 외에 교구 민화위 회원과 송림동본당 ‘사도회’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꾸려지고 있다. 특히 봉사자들은 매월 새터민 거주지 방문과 환자 돌보는 일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며, 매 절기별로 마련되는 행사와 각종 문화체험 등에서도 꾸준히 봉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새터민 생활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후원회원 수는 미비한 형편이다. 게다가 최근 여성 탈북자들과 영유아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봉사활동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천주교 새터민 모임

월 모임 통해 정보·친교 나눠

특히 인천교구에서는 천주교 새터민 모임(회장 전영일)이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006년 4월 발족한 이 모임은 새터민들의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현재 모임의 평균 참가자는 25명 가량. 물론 비신자 새터민도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고정적인 모임장소는 아직 마련하지 못해 송림동성당과 교구 가톨릭회관 등지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해마다 신영세자도 꾸준히 늘어 앞으로 새터민 사이에서의 선교활동 등도 기대된다.

새터민 신자들은 매월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친교를 나누는 한편 각종 프로그램 참여도 확대한다.

또 센터에서는 각종 문화탐방과 나들이 뿐 아니라 봉사활동까지 주선해 새터민들의 참여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센터에서는 새터민들이 대부모들과도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신앙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인다.

센터장 임순연 수녀는 “새터민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경제적 어려움보다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해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새터민들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북한말로 실컷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각종 모임에 나오는 경우까지 있다”며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관계와 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센터는 오는 10월에는 대부모와 함께하는 피정을 비롯해 여름캠프와 성지순례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친교를 나누고 화합할 수 있도록 각종 어울림 행사 등을 지원한다.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오용호 신부

“새터민사목 전문가 배출 시급”

“우리 사회·경제가 어려울수록 통일과 북한주민, 새터민 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듯 합니다. 한국에서 또다른 이방인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현실은 새터민들을 또다른 절망에 빠트리는 것입니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오용호 신부는 “새터민들은 중국 혹은 제3국 등지를 거쳐 한국에 오는 동안 불안과 긴장의 연속인 생활을 겪어 육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쇠약하다”며 “이들의 정착을 위해서는 각종 생활지원은 물론 안정적인 종교활동도 크게 도움된다”고 전한다. 또 오신부는 “새터민들은 많은 경우 의타심이 큰 형편”이라며 “이들의 의식개선과 내적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새터민들도 새로운 삶의 적응을 위해 교육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다는 것이 오신부의 설명. 그러나 새터민들은 청소년의 경우에도 연령과 학력 편차가 커 별도의 교육지원이 필요하지만, 타종교와 달리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개별 지원 외 전문적인 교육 지원책은 없다. 이에 따라 오신부는 기존 가톨릭계 학교 등에서 특별학급 등을 운영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오신부는 새터민들의 사회적응을 위해서는 각 본당 사회복지회 등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인천교구에서는 새터민 지원사업이 독립, 운영되고 있어 그 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앞으로는 자원봉사자들과 더불어 새터민 사목과 관련해 보다 전문적으로 뛸 수 있는 활동가가 많이 배출되길 기대합니다.”

사진설명

▶새터민들이 경제활동 교육을 받고 있다. 새터민 지원센터는 신규 새터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적 취업 알선과 생활교육 등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지역민과 새터민을 위한 음악한마당 행사. 센터는 새터민들이 지역사회 주민들과 친교를 나누고 화합할 수 있도록 각종 어울림 행사 등을 지원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