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카리스마를 찾아서-3. 천주교 사도회(팔로티회)

입력일 2008-06-15 수정일 200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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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름받은 그대여 사도직에 눈떠라

1835년 1월 9일, 성 빈센트 팔로티(1963년 시성)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는다.

“세례받은 모든 이를 나의 사도로 만들어라.”

170여 년 전, 당시로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이었다. 평신도도 사도가 될 수 있다니…. 12사도의 뒤를 잇는 것은 교황과 주교, 그리고 그로부터 위임받은 성직자들이 아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열리지 않았던 시대에 세례받은 모든 이, 즉 평신도까지 그리스도의 사도가 된다는 것은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계시로 내려온 말씀을 거스를 순 없다. 성인은 계시 3개월 후 바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사도직을 실천하는 ‘천주교 사도회’(Society of Catholic Apostolate, 이하 팔로티회)을 조직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보다 130여 년 앞서 ‘평신도 사도직’의 영성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삶의 자리에서 사도로 살아야 한다

팔로티회를 만든 성인은 이렇게 말한다.

“세례받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불림을 받았기에 각자 삶의 자리에서 사도로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파하여 하느님 나라를 확장해야 하는 선교 사명이 있고, 이미 신자가 된 이들의 신앙을 쇄신하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의 불을 되살려 그리스도와 일치하게끔 이끌고 친교로서의 교회를 살아가도록 일깨워야 한다.”

시대를 예견한 그리스도의 계시,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팔로티 성인의 인식은 정확했다. 130년 후, 교황 요한 23세는 팔로티 성인을 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나아가야할 평신도 사도직 영성을 한 세기나 앞서 실천한, 진정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성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성인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했다. 이후 바오로 6세 교황도 “빈센트 팔로티 성인이 교회로 하여금 평신도의 시대가 올 것을 예상하고 준비하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빈센트 팔로티를 따르는 회원들의 활동을 두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정한 평신도에 관한 문헌에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평신도 사도직’외길을 달려온 ‘천주교 사도회’(이하 팔로티회)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90년. 전 수원교구장 고 김남수 주교의 요청으로 수원교구에 가장 먼저 발을 들였다.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8년간 10번이나 셋방살이를 전전해야 했고, 현재 자리를 잡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수도원 건물도 연립 주택이다. 미사도 지하실에서 봉헌한다. 1994년 착공한 ‘하느님 자비심의 피정의 집’(강원도 홍천군 남면)은 아직까지 ‘공사 중’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미약하지만, 보편 교회 안에선 팔로티회가 갖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현재 41개 국에서 2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폴란드 교회에선 3대 수도회 중 하나에 들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폴란드 회원만 700여 명에 이른다. 세례받은 모든 이들이 각자의 삶의 위치에서 달란트를 맘껏 발휘하다 보니 활동 영역도 피정센터, 청년 신앙생활 활성화, 자원봉사 교육, 약물 중독 치유 프로그램, 출판사 및 방송국, 사회복지 병원, 시설 등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선종을 앞둔 이들이 하느님 자비심에 의탁하도록 돕는 등 ‘하느님 자비심 신심 전파’에 열심이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기도’ 등 관련 기도문을 무료로 배부하고 있으며, 자비의 하느님에 대한 계시를 우리에게 전한 마리아 파우스티나 성녀 일기 책자를 무료로 보급하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매주 금요일 ‘하느님 자비심의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매월 첫 목요일 밤 10시부터는 ‘자비로우신 예수님과 함께하는 다락방 모임’도 갖는다. 또 매일 오후 3시에 수도회에서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함께하는 성시간’과 성체강복를 갖고 있다. 분당 수도원 입구에는 아예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오아시스’라고 써 놓았다. 강원도 홍천의 ‘하느님 자비심의 피정의 집’에선 매월 첫 토요일에 성모신심미사 및 하느님 자비심과 관련한 밤샘 성체조배를 실시한다.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는 카리스마

팔로티회 안동억(프란치스코) 신부는 “목마른 이들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수도원 입구에 예수님의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는 많은 평신도들이 스스로의 사도직에 눈을 떠 삶의 자리에서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리스마가 ‘평신도 사도직’인 팔로티회에서 왜 유독 ‘하느님의 자비’에 몰두하는 것일까. 매일 오후 3시 분당 연립주택 수도원 지하실에서 열리는 ‘성시간’에 참여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성소 및 미사 참여, 밤샘 피정 문의 031-707-4450, 017-212-4450

사진설명

“당신 자비에 의탁합니다.” 한국에 온지 20일도 채 안된 팔로티회 야렉 신부(폴란드)가 ‘자비로우신 예수님’ 성화 앞에서 묵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