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카리스마를 찾아서-1.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06-01 수정일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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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수원교구’가 교구내 각 수도회의 영성 향기를 찾아가는 기획을 새롭게 시작합니다. 아직도 많은 교구민들이 교구에 어떤 수도회가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은 수도자들이 어떤 기도를 하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수도회 카리스마를 찾아가는 이번 여정에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성모님을 따르는‘피부의 수도자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 26).

그 어머니의 아들들이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살고 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지부장 김광수 신부)가 한국(수원교구)에 진출한 것은 1996년. 어느덧 식구가 한국사제 3명, 필리핀 사제 1명, 부제품 예정자 1명, 유기 서원자 4명, 수련자 1명의 대식구로 불었다.

그런데 이 남자 수도회…. 좀 생뚱맞다. 화장품을 판다. 구멍가게 수준이 아니다. 기미 주름을 없애고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는 노아젠 아이오일, 기초 화장을 위한 클렌징 밀크, 여성용 스킨, 로션, 영양크림, 아토피 피부 질환 아동을 위한 산성비누…. 화장품 종류만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이 수도회는 직접 기업을 설립하고 공장과 연구소를 운영한다. 일반 기업과 교류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돈도 주고 받는다. ‘청빈, 정결, 순명을 서약한 수도자들이 도대체 이래도 되는 거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 내막은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전. 당시 이탈리아와 유럽에서는 한센병(나병)을 비롯한 각종 피부병이 창궐해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았다. 특히 가난한 한센병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탈리아의 ‘루이지 마리아 몬티’(Luigi Maria Monti, 1825~1900)는 피부과 의사와 간호사 등 동료들과 함께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이러한 사랑 실천은 수도회 설립의 필요성으로 이어졌고, 결국 1857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성모님을 어머니이며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설립된다. 이후 직접 피부 전문 병원을 설립하고 피부병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등 지난 150여 년간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탈리아인들이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수도자들을 ‘피부의 수도자들’(Frati della pelle)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루이지 마리아 몬티는 이후 아름다운 신앙 삶과 봉헌생활의 모범으로 2003년 11월 9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복자품에 오른다.

이처럼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의 첫 출발은 피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고통 받던 가난한 이들에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유럽 대륙에서 점차 한센병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 게다가 많은 가난한 이들이 의료 보장 제도를 통해 이제는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아니라도 적절한 피부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사도직을 일부 전환, 피부 관련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빈민구제 등 복지활동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료 종합병원 운영, 제3세계 빈민지원, 청소년,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도 화장품 판매 수익금이 전액, 청소년 및 장애인 교육을 위해 사용된다.

이탈리아 본원의 경우, 로마에서 제일 유명한 피부 전문 종합병원을 가지고 있는 등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단계. 한국 지부는 우선 창설자(몬티)의 정신에 따라 병자들의 치유와 고아 그리고 버림받고 소외된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회헌 1-3). 무엇보다도 ‘마리아의 아들’임을 잊지 않는다. 회원들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항상 함께 하신 성모님의 모범에 따라 사도직을 전개, 인류 구원 사명에 참여한다(회헌 109). 하지만 일과 기도의 중심은, 성모가 그러했듯이 언제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언제나 “예”로 응답하신 성모님의 모범을 수도생활의 지표로 삼고 있으며, 언제나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수도자적 봉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회헌 6 참조).

사도직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창립의 뿌리이기도 한 의료 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소속 성직자 및 수사들은 의사, 약사, 간호사, 특수 분야 전문가, 원목 수사신부들로 구성되어 환자들과 함께 그들의 봉헌된 삶을 살아간다.

둘째는 교육 분야. 전문적으로 양성된 교육자 수사들이 초등학생에서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인성교육과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 종합교육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셋째는 사회복지 분야다. 한국지부에선 이미 ‘바다의 별’이라는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시설 및 직업 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도회 부설로 몬띠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년 전 로마에 갔다가 우연히 70세의 한 의사 수사님을 만났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한 말은 아직도 생생하다.

“성직자로 사제 직무에 매달리면 의료 봉사라는 소명에 소홀할 것 같아 평생 동안 평수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어느덧 나이 70이 됐지만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이웃 나라 알바니아에 의대를 세우고,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 의료를 확대하고 싶습니다. 이 일은 제가 해야 할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 수도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성소 및 입회 문의 031-251-4930, 207-4983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