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맛따라 신앙따라] 서울 인사동 돌솥밥집 ‘조금(鳥金)’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8-06-15 수정일 2008-06-15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국인 입맛에 맞는 밥맛을 내기 위해 숨쉬는 뚝배기에 밥을 짓는다.
‘예술’을 대접합니다

요즈음 거리를 지나다보면 ‘○○방송사, ○○신문 전격 소개’ 등의 간판이 넘쳐난다. ‘원조’ 간판은 너무 많아 ‘진짜 원조’니 ‘원조 보증’이니 하는 말들이 줄줄이 붙어간다.

그러나 화려한 홍보 뒤에서 진짜 맛을 지키는 음식점들을 찾기는 쉽지않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특구인 인사동 초입에는 국내 미식가들의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더하는 ‘밥집’이 있다. 최희자(로사, 서울 한강본당) 사장이 29년째 한자리에서 운영하는 일본식 돌솥밥 전문점 ‘조금(鳥金)’이 바로 그곳. 최사장의 한결같은 만류로 TV 방송은 한번도 타지 않았지만, 70~80대 어르신들부터 10~20대 데이트족들까지 북적인다.

대표적인 메뉴는 ‘조금 솥밥’. 송이솥밥과 함께 영양을 더한 전복솥밥도 따로 준비하고 있다. 솥밥은 기본 재료만도 36가지로 지어진다. 언뜻 보면 쌀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물과 버섯 종류만도 각각 서너가지 이상. 거기에 대추, 은행과 우엉 등 온갖 야채들이 밥맛을 더한다. 갓 지어낸 돌솥밥엔 양념간장을 더해 비벼먹는다. 반찬은 오복채와 일본식 단무지, 한치 젓갈 등으로 구성된다. 고소한 밥맛을 오롯이 느끼게 하기 위해 김치는 따로 내지 않는다. 솥밥 가격은 1인분에 1만3천원. ‘좀 비싼 것 아닌가’하는 생각은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의 솥뚜껑을 여는 순간 싹 사라진다.

특히 최사장은 요리솜씨가 남달랐던 일본인 어머니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맛보기 힘든 정통 밥맛과 반찬맛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직접 새벽장을 본다. 점심 손님이 많은 날엔 인근 시장에서 추가로 장을 본다. 그 어떤 음식도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다는 최사장의 소신 때문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밥맛을 내기 위해 숨쉬는 뚝배기를 주문제작해 쓰는 ‘유난함’도 음식에 대한 정성에서 나왔다. 음식값도 수년째 올리지 않아 최사장은 ‘음식으로 봉사하느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음식은 예술과 매한가지입니다. ‘장사’가 아닌 ‘대접’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을 채워왔습니다.”

게다가 ‘조금’의 단골들은 대를 물려가며 찾아오는 특징도 보인다. ‘조금’에서는 ‘국물맛이 끝내주는’ 우동과 참숯에 굽는 다양한 꼬치구이도 즐길 수 있다.

※문의 02-725-8400

기사입력일 : 2008-06-01일자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