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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사 80장면] 69.한국교회 과거사 반성 ‘쇄신과 화해’ 발표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8-05-18 수정일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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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3일자 1면 가톨릭신문.
“과거 잘못 고백하며 하느님 자비 청해”

“한국 교회가 역사와 민족 앞에 200여 년 한국 교회의 잘못에 대해 고백하고 참회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박정일 주교)는 12월 3일자로 한국 교회의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 를 발표하고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한다’ 며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 하려 한다’ 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함으로써 스스로를 새롭게 하고 더 나은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주교단과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으로 평가된다.

주교회의가 교회력으로 새 천년이 시작되는 대림 첫 주에 맞춰 발표한 이 문건에 따라 전국의 주교좌 성당에서는 미사 중 참회 예식을 거행, 잘못에 대한 용서를 청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기원한다.”(가톨릭신문 2000년 12월 3일자 1면 중에서)

‘정의 사회’를 위한 노력

1999년 12월 24일 밤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문을 열어 2천년 대희년의 개막을 알렸다. 이때 전 세계 모든 지역교회에서는 동시에 대희년의 개막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국교회 역시 세기가 바뀌고 새로운 천년기의 문을 여는 2천년 대희년을 시작하고 희년의 정신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2000년 한 해 동안 다채롭게 마련했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과오를 성찰한 것을 따라 대림 제1주일인 12월 3일 역사적인 과거사 반성 문건 ‘쇄신과 화해’를 발표하고 각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참회 예식을 통해 역사와 민족 앞에 교회의 구성원들이 소홀했던 점과 잘못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했다.

‘쇄신과 화해’ 는 A4 용지 두 쪽 분량에 참회의 취지와 결의, 잘못에 대한 7개항의 고백을 담고 있다. 7개항의 고백은 1항부터 3항까지 박해시대와 개항기부터 광복 이후까지의 역사적인 잘못을 고백하고 4항부터 7항까지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들을 다루고 있다. ‘쇄신과 화해’는 1항에서 박해시대에 교회를 지키고자 외세에 의존 하거나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고 2항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문건은 3항에서 분단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고 지적했으며 4항에서는 지역, 계층, 세대간 갈등의 해소와 소외 받는 이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하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5항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데 미흡했다” 며 특히 청소년들에 대해 강조했다. 6항에서는 성직자들조차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 성장에 치중하는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7항에서는 다종교 사회 안에서 다른 종교의 정신 문화적 가치와 사회 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을 고백하고 이어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지난 3월 12일 교황의 역사적인 용서 청원 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역사신학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과거사 반성 작업에 들어갔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