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교구는 지금] 안동교구-생명·환경 소중함 알리는 가톨릭농민회 ‘녹색체험’

박경희 기자
입력일 2008-05-18 수정일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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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생명’을 심었습니다”

6년째 지역 어린이 위한 농촌체험으로

‘먹을거리 중요성+자연 소중함’ 전해

푸르디 푸른 5월. 신록의 계절에 생명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껴보면 어떨까?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회장 권오수, 지도 김시영 신부)는 5월 한달간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과꽃따기, 고구마심기, 손모내기와 같은 ‘녹색체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고구마를 심었어요

5월 8일 오전, 안동 도산서원 가까이 위치한 온혜리 고구마밭. 녹색체험을 하러 상지어린이집 6세반 어린이들이 모였다.

온혜분회장 이태식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를 보세요. 이것이 고구마모종이에요. 오늘 이 모종을 이랑에 심는 거에요. 여기 작은 순은 땅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해요.”

설명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고사리손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모종을 하나씩 받아들고 이랑 위 작은 구멍에 심는다.

“이렇게 하나씩 심는거야, 뿌리를 잘 내리도록 흙을 꼭꼭 덮어주자.”

“네~”

진지한 표정으로 모종을 심고, 흙을 덮는다. “야, 다 심었다. 아저씨, 더 주세요.” “어, 여기 빈 구멍이 또 있네, 또 심어야지.” “진짜 재미있다. 그치.”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간혹 장난치며 이랑 사이를 뛰어다니는 친구에게 제법 의젓하게 말한다.

“이랑은 밟지마. 그럼 고구마가 못 크잖아.”

몇몇 개구쟁이들은 모종심기보다 벌레에 관심이 더간다. “와, 딱정벌레다.” “여기 봐, 큰 거미도 있어.”

순간, 고구마밭은 자연학습장이 된다. 땅에 생명을 심고, 자연과 함께 하는 동안 해맑은 웃음소리가 넘쳤다.

1시간 후, 모종심기가 끝났다. 아이들에게 오늘 녹색체험은 어떠했을까?

이도협(아우구스티노) 어린이가 말했다. “고구마심기를 처음 해봤는데요,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선생님께서 가을에 우리가 심은 고구마를 캐러온다고 그러셨는데,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

6살 아이의 눈에는 오늘의 체험이 그저 재미있고, 신날 것이다. 생명과 환경에 대해서 알지는 못해도 땅에서 뛰어놀고, 땅에 하나의 생명을 뿌리내린 오늘은 기억될 것이다.

2003년부터 6년째 열어

교구 가톨릭농민회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녹색체험’은 5월 한달간 이어진다.

5월 6일 점곡분회 사과꽃따기를 시작으로 8일과 9일 온혜분회에서 고구마심기 행사를 가졌고, 27일 교구 농민회관에서 ‘제6회 어린이녹색체험’ 손모내기를 펼친다. 이어 6월 10일 운혜분회에서 밀서리 행사와 20일 솔티분회에서 감자캐기 등을 마련한다.

어린이 녹색체험은 2003년 6월 처음 시작됐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자연 안에서 농촌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정서를 심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까지 70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가톨릭농민회는 농업이 갖는 생태적 중요성을 먹을거리와 더불어서 알리고, 교육과정은 물론 생활에서까지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녹색체험의 성과라면, 지역 유아 보육·교육시설에서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재배한 친환경쌀을 비롯해 먹을거리를 생산자와 직접 연계해서 공급받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넓게 보면, 도시와 농촌 공동체가 상생하는 도·농 직거래로 볼 수 있다. 이로써 아이들은 안전한 먹을거리로 건강을 지키고, 지역 친환경농업 생산자는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강성중(이시도로) 사무국장은 “녹색체험에 참여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친환경농산물로 급식하고, 더 나아가 가정에서도 농민회와 연계해 아이들이 가정과 교육시설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의 역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3년 11월부터 ‘학교급식법 개정과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안동시운동본부에 참여해 목성·송현·용상·태화 4개 본당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이듬해 5월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급식조례’가 제정되는데 한몫을 했다. 안동지역에서는 2005년부터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서 친환경쌀로 급식했고, 올해부터는 중학교까지 확대 실시되고 있다.

생태유아교육을 위하여

가톨릭농민회에서는 녹색체험 뿐 아니라 1년에 한차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생태유아교육을 실시한다. 가정에서부터 생명과 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의식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어린이 녹색체험은 널리 알려지고, 정착됐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 측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예를 들어서, 농업 뿐 아니라 생태.환경적인 부분에서도 구체적인 교육이 병행되면 좋지만, 농민들로서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생태.환경을 교육할 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래서 농민회에서는 생태유아교육을 맡아줄 전담자를 찾고 있다(문의 054-843-0128).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녹색체험. 5월 농번기에도 어린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농민들이 있기에 지금껏 열려왔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 김시영 신부는 “녹색체험은 살아있는 교육이며, 체험의 장”이라고 말하고, “6년째 실시해오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행사 외적인 부분에 치우치는 면도 보이지만, 아이들과 부모들의 의식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현재 유치원 어린이만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초 중 고등학교까지 확대했으면 한다”면서 “텃밭가꾸기 등 어렸을 때 익힌 현장 체험들이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땅을 살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녹색체험’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도-농 살리는 ‘송아지 입식자금 지원 운동’

질좋은 쇠고기 먹고 땅도 살리니 참 좋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보장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안전한 쇠고기 공급은 물론, 유기농퇴비로 땅을 살리는 ‘송아지 입식자금 지원 운동’이 눈길을 끈다.

이는 2004년 5월부터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와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부산, 의정부교구 본당이 전개하는 도-농 공동체 모범 운동의 하나다.

이 운동은 도시생활공동체에서 송아지 입식자금 350만원을 지원받은 농민이 송아지를 구입해 사육하고, 3년 후 도축해 도시생활공동체에 양질의 쇠고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물론 목적은 쇠고기 공급에만 있지 않다. 무농약 볏짚, 콩깍지 등으로 소를 사육하며 얻은 유기순환적 퇴비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땅을 살리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소의 배설물을 퇴비로 사용한 유기농업으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고 그 부산물로 소를 사육해 얻은 배설물을 또다시 퇴비로 사용하는 순환체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송아지 입식은 안동교구에서 처음 실시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 간 ‘유기소 사육 도-농 협력모임’을 결성해 송아지 입식과 지원, 사육소 실태조사와 퇴비 이용 현황까지 살핀다.

2004년 처음 입식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얻고 있다. 지난해 30마리 이상 소를 도축해 입식자금을 지원한 도시공동체에 공급했다.

축산 농민들에게는 생산비가 보장되고, 지금처럼 소값 변동에도 안정적 소사육이 가능하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도 김시영 신부는 “송아지 입식의 근본 목적은 유기농퇴비를 얻는 것”이라면서 “도시공동체 먹을거리를 살리고, 유기순환적 퇴비생산 정착으로 땅도 살리는 순환농업에 도-농이 함께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에서 마련한 ‘녹색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이랑 위에 고구마 모종을 심고 있다.

▶한울분회를 찾은 한 도시소비자가 울산 무거본당에서 입식 지원받아 사육하고 있는 소를 보고 있다.

박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