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와 커뮤니케이션-가톨릭 미디어 교육] (3)사목·복음화 커뮤니케이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8-05-18 수정일 2008-05-18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교회 목적과 선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주교구 미디어 교육 장면.
커뮤니케이션은 사도직 활동의 중심

주님은 구원의 기쁜 소식 전달 위해 모든 방법 사용

정보기술 통합 현상은 복음화에 새로운 가능성 제시

커뮤니케이션 활용은 일부 영역아닌 사목활동 자체

사목·복음화 커뮤니케이션

교회는 사회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선교적 접근을 파악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가장 완벽한 커뮤니케이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완벽한 커뮤니케이터로 파악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Inter Mirifica)의 후속 문헌으로서,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사목훈령(1971.5.23)인 ‘일치와 발전’(Communio et Progressio)이 제11항에서 지적하고 있는 내용대로, 예수 그리스도는 당대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완벽한 커뮤니케이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부의 사랑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셨다.

즉 그는 단순하고 소박한 사람들로부터 율법학자와 같은 박학한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 기적과 치유, 행동과 몸집, 침묵과 마침내는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써, 회당에서 시장, 산과 바다, 공적인 자리에서나 개인 집에서까지 어느 곳에서나, 그리고 가르침과 설교 뿐만 아니라 위협과 때로는 공격적인 언사까지 모든 말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셨다.

한 마디로 말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토탈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러한 예수의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은, 사도행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도들의 복음선포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은 모습을 보여준다.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강해진 사도들은 온 세상에 나아가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선포했는데, 그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당대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들을 총동원해 자신들의 신앙과 체험을 전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교는 현대와 같은 첨단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어도 지중해 전역을 거쳐 로마와 스페인까지 넓게 퍼져나갔던 것이다.

비판적이고 전문적인 접근

나중에 교회가 그 모습을 더욱 세련되게 갖추었지만,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자신의 여러 저서를 통해서 설교와 사목활동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청중들의 다양한 특성들에 맞춰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복음의 메시지가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에 맞춰 매번 새롭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청중으로서의 사람들의 내적, 외적 상황과 특징에 따라 총 40여 가지로 분류했다. 이러한 사목 커뮤니케이션 소책자는 중세 시대에 주교 서품식 때마다 성경과 함게 나란히 옆에 놓여 있어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하지만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전해지고 교부들과 초대교회의 기본적인 자세였던 이러한 ‘토탈 커뮤니케이션’의 태도를 잃기 시작한 것은 1517년 종교 개혁과 루터의 광범위한 인쇄술 사용으로부터였다. 당시 많은 세력들이 교회를 공격하고 교회에 도전함에 따라 조금씩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 수비적이 되어갔고, 이러한 자세는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됐다.

특별히 종교개혁과 프랑스혁명 이후 교회는 더욱 수세적이 되어갔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 창조적이고 긍정적으로보다는 억압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교회가 검열과 통제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수단들에 대해 의혹과 거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수비적이고 억압적인 자세와 함께, 오히려 정반대의 자세, 즉, 성령에 바탕을 두고 식별해야 할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첨단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수단을 맹목적으로 모방하고 사용하려는 자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반대의 시각들은 모두 잘못된 것으로서, 교회는 보다 비판적이고 전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역할과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초대교회의 총체적 커뮤니케이션의 본보기를 따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근·현대 교회 안에서의 긍정적인 접근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부정적 자세가 극복되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현대문명의 발달로 인해 나타난 커뮤니케이션 발전에 접근하려는 자세가 근대에 접어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를 갖추기에 앞서, 이미 교황 비오 11세와 비오 12세는 사회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공의회 문헌 ‘사회매체에 관한 교령’ 이전에 이미 이러한 긍정적인 자세가 여러 교황 문헌들 안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의회 이전까지, 교황 비오 11세 이후의 지속적인 시각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교회 자신의 목적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도덕적 활용에 대한 의무의 차원이다.

즉,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교회의 목적과 선교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매체교령’은 제3항에서 “그리스도인 교육과 영혼의 구원을 위한 모든 활동에 필요하다면 그 무슨 종류이든 이러한 매체들을 사용하고 소유할 천부의 권리가 교회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는 항상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양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사회매체교령’은 5항에서 이와 관련해 “이 매체의 사용에 관하여... 반드시 올바른 양심을 형성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Redemptoris Missio)에서 나타나는데, 여기에서는 특별히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의 역할이 강조된다. 즉 현대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며(37항), 교회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언어, 기술, 심리 현상을 통해 새롭게 나타난 의사소통 방법에 주목해야 하며, 교회는 그런 관점에서 새로운 청중과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 청중은 전통적인 것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수단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모든 교회 활동은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을 지닌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통합 현상은 사목 커뮤니케이션과 복음화 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제기한다.

오늘날 미디어는 불과 몇 가지의 주요한 TV 방송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케이블 TV, 위성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수백개 채녈이 존재하며, 우리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엄청나게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특히 제삼세계,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과제를 제기한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사회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주교들은 1999년 방콕에서 열린 연례모임에서 “과거에 젊은이들은 안정된 문화, 윤리적이고 영성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성장했으나, 이제 이러한 전통들은 다양한 선택들을 통해 다른 것들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변화된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교회는 이제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모든 사목 및 복음화 활동이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을 지니고 있음을 주목한다.

1995년 예수회 세계 총회의 문헌 ‘커뮤니케이션; 새로운 문화’는 이 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문헌은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을 소수 전문가들에 의한 하나의 특정 사도직 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해왔으나 이제 커뮤니케이션은 일부 에수회 전문가들에 국한된 영역의 활동이 아니라, 모든 사도직 활동의 주요한 사도적 차원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모든 에수회원들이 미디어와 관련된 사도직에 종사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에수회원들은 언어, 상징, 현대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반드시 충분히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목 및 복음화 커뮤니케이션는 단지 하나의 미디어나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사목활동이나 인력을 통해 교회와 모든 교회 구성원들은 필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을 지닌다는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