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교구는 지금] 의정부교구-참 신앙의 못자리 신앙교육원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8-04-20 수정일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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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교육 통해 교회 정신 일깨운다

성경.교리서 두 축으로 4학기 2년제 14주간 진행

조별 모임에 담당 사제 적극 참여해 영적 지도 최선

매 학기 100여 명 수강생 참여…출석률 95% 육박

# 나이도 잊고

‘윽, 오늘은 좀 늦었네. 우리 자리 그대로 있을까.’

‘저 자리가 좋은데….’

“다음엔 좀 더 일찍 나서자고요.”

남편 김충길(토마스 데 아퀴노.63.의정부1동본당)씨 손을 꼭 잡은 구복선(로사.61)씨가 눈을 흘긴다. 잠시 겸연쩍은 표정을 짓던 김씨가 자리에 앉아 묵주를 찾아 들자 구씨도 두말없이 묵주를 꺼내 든다.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이미 묵주기도를 마치고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에 정신을 뺏긴 이들도 적지 않다. 안부와 소식을 나누는 이들 사이에서 간간이 낮은 웃음소리만 울릴 뿐이다. 강의가 시작되려면 30분도 더 남았는데 강의실은 이미 반 넘어 차있었다. 그 중 태반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이다. 강의실 앞자리부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빼곡히 앉은 뒤태에서 결연함마저 묻어난다.

의정부시 의정부 2동 의정부교구청 인근에 자리한 신앙교육원에서는 일주일에 두 차례씩 소리 없는 전쟁이 치러진다.

매주 화, 목요일 이 곳에서 교구 신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강좌 때문에 이는 소동(?)이다. 강단에서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오려고 경쟁하는 것은 물론 짝꿍의 자리까지 잡아두려는 ‘간 큰’ 행동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처음 강의실을 찾은 이들에겐 조금은 생경한 풍경이 이 곳에서는 어느 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초 나란히 제1기 수강생으로 등록해 3학기째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김충길 구복선씨 부부처럼 부부가 함께 강좌에 참여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당 게시판에서 강좌 개설 공고문을 보고는 가슴이 막 뛰는 걸 느꼈습니다. 이제 가까운 데서 공부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6년 과정의 통신신학 교육과정을 함께 이수한 김씨 부부는 이번에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마음이 동해 나란히 수강생으로 등록하고선 한 주도 빠짐없이 강의실 앞자리를 채워오고 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을 더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새로운 희망으로 풍요로워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주 한 주 강의가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몰라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의 삶마저 새롭게 변하고 있음을 느껴요.”

30여 년에 걸친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후 본당에서 사목위원으로 활동하다 1기 수강생으로 등록해 지난해 원생자치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쌍수(요셉.58.파주 금촌2동본당)씨는 누구보다 이런 강좌에 목마름이 컸었다고 고백한다.

“항상 부족함을 느껴왔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신앙교육원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반가운지…. 강의를 들을수록 좀 더 빨리 기회가 있었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습니다.”

군 복무시절 70명에 이르는 이들을 하느님께로 이끈 전력(?)이 있는 그는 매주 두 차례 왕복 두세 시간이 넘는 길을 오가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에 신명이 난다고.

“강의도 강의지만 신앙적인 면에서 ‘내공’이 적지 않은 분들과 나누다 보니 덩달아 성장하는 기쁨도 큰 소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앙 체화가 목표

의정부교구가 신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재교육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6년 11월 9일 설립한 신앙교육원(원장 강한수 신부)은 1년 남짓한 새 이미 교구 신자들의 사랑을 받는 장으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그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신앙교육원이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쏟는 애정 어린 배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교구 사목연구소장이자 가톨릭대학교 교수인 김영남 신부(신약성서)를 비롯해 김남철 신부(교리교육), 배경민 신부(선교학), 강신모 신부(교의신학), 전숭규 신부(기초신학), 김동희 신부(윤리신학), 남덕희 신부(구약성서), 강한수 신부(교의신학), 강동진 신부(영성신학) 등 그 어느 강좌 못지 않은 강사진으로 진용을 구축한 것에서부터 교회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수강생들이 한결같이 꼽는 ‘자상하고 겸손한’ 교수법에, 곳곳에서 드러나는 세심한 손길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강생이 불가피한 이유로 강의에 빠지게 될 때는 미리 결석계를 받아 수강생의 처지를 일일이 살피는 것은 물론 매 강의 시간을 전후해 담당 신부와 수강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의 자리도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조별로 나눠진 모임에 담당 사제가 빠짐없이 참가해 영적 도움을 주는 부분도 다른 교육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면이다.

성경과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두 축으로 4학기 2년제로 매 학기마다 4과목씩 14주간(매주 화·목요일) 진행되는 교육 과정은 신자로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답이 없는 시험이 신앙교육원의 교육과정을 잘 대변해준다. 정답을 정해 두고 암기식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교회의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체험이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에 역점을 두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년 봄 가을로 있는 소풍 때는 성경 구절 퍼즐 맞추기, 조별 성경 구절 만들기 등 수강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사목적 돌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덕분에 수강생들은 날을 거듭할수록 함께 몸으로 부대끼며 가족으로 묶여간다. 이 때문에 매 학기마다 100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의 출석률은 95%에 육박한다.

원장 강한수 신부는 “수강생들이 기쁨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를 이뤄내 하느님께로 다가서도록 하는 게 참다운 신앙 교육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교회에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신앙교육원 원장 강한수 신부

친교.자발성 키우며 신앙의 참 기쁨 체험

“교회가 지닌 신앙의 유산을 제대로 후대에 물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교회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이를 길러내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의정부교구 신앙교육원 설립 과정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신자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다시피 하고 있는 원장 강한수 신부는 ‘보편적 교육’을 역설했다.

“다양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도 주님 보시기에 좋은 일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군락들이 모여 하나의 큰 숲으로 조화를 이뤄나갈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강신부는 신앙교육원의 한걸음 한걸음이 바로 조화로운 신앙인을 길러내는 길임을 밝힌다. 이 때문에 그는 교육과정에서 무엇보다 교회 정신이 바탕이 된 체험을 강조한다. 수강생들이 원생자치회를 구성하고 조별 나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 그의 활동 대부분은 신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냄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교회로 나아가는데 맞춰져 있다.

“교회를 이루는 다양한 지체들이 한 가족이라는 정신,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의식을 지닌 신앙인을 길러낸다면 저희들의 몫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신부가 걸어갈 길은 더뎌 보이기도 하고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한 해에 기껏 100명 남짓한 신자들을 양성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운영위원 대부분은 낙관적이다. 성령이 함께하고 계신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신앙교육의 장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품기 시작한 이래 예상했던 것보다 쉽게 마음들이 한데 모이고 일이 이뤄져 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주님의 이끄심이 아니면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교구 신자들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강신부는 최근 조그만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지리적 여건으로 신앙교육원으로 발길을 옮기기 힘든 지역 신자들을 위한 분원을 마련하는 게 그것이다. 교육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정규과정마저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신자들을 위한 단기 교육과정이나 영성과정 등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만 하면 하느님께서 만들어 가실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설명

▶이한택 주교가 지난 3월 1일 열린 신앙교육원 입학미사에서 입학생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앙교육원 강의는 매주 화, 목요일 14주간 진행된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