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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희 교수의 생명칼럼] 5.우려스런 환경성 질환 증가

입력일 2008-02-17 수정일 200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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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 새 문명 창달 준비하자

지난 1월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환경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피부염, 천식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가 해가 갈수록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전체 환경성 질환자의 규모는 2002년 545만 명에서 2004년에 614만 명으로, 그리고 2006년에는 665만 명으로 증가했다. 국민 8명 중 한 명 꼴로 환경성 질환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2002년에 112만 명에서 2006년에는 108만 명으로 다소 줄었지만,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같은 기간에 296만 명에서 401만 명으로 35.9%, 천식 환자는 198만 명에서 231만 명으로 16.6%나 늘었다. 특히 9세 이하 아동의 20%가 천식에, 16%가 알레르기 비염에 시달리는 등 생물학적으로 환경요인에 취약한 아동이 집중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질병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부 의사들은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바퀴벌레, 꽃가루 등을 원인 물질로 거론한다. 물론 이런 것이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악화 요인이지 근본 원인은 아니다. 좀 더 근원적 요인을 찾는다면 환경적으로 유해한 생활양식에서 찾아야 한다. 즉 대기와 먹는 물, 식생활, 그리고 주거 여건 등 총체적 요인의 결합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도시 속 대기는 아황산가스 이외에도 경유차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미세먼지라 불리는 납과 카드뮴 성분 등이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일종인 벤젠과 톨루엔 등을 끌어안고 함께 호흡기로 침투해 들어온다. 먹는 물에는 살균제 성분인 염소 등이 배어 있다. 그리고 새집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주거 여건 속에서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식생활에 관한 한은 더욱 참담하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탓에 화학 첨가제가 들어간 햄버거와 콜라, 치킨 등 패스트푸드가 만연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유아용 젖병과 커피 등을 담은 캔용기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된다. 유아용 치아발육기에서는 DOP 및 DBP 탈레이트 성분이 배어 나오고, 컵라면에서는 스틸렌다이머와 스틸렌드리머가 검출된다. 그리고 배달음식에 쓰이는 포장용 비닐 랩에서는 독성이 매우 강한 노닐페놀이 나온다. 모두가 환경호르몬 물질이다. 물론 한 번에 낱개 하나를 섭취하는 것으로는 기준치 이하의 안전량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이 젖지 않으면 되는데, 과연 그런가?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실험을 토대로 다분히 작위적으로 정한 기준치 이하에 해당하는 물질이지만, 축적되고 쌓여서 어느 순간에 환경성 질환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환경성 질환의 발병 원인은 개인으로서 어찌 하기 어려운 산업사회의 생활양식의 문제로 귀착된다.

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은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과연 그런가? 실제로는 더욱 늘고 있다고 보인다. 다만 아토피 환자의 경우, 통계에 잡히는 병원에 가봤자 나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 어머니들 사이에 많이 유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고와 약을 먹으면, 차도가 있지만 끊으면 이내 재발한다. 현상 치료에 머물기 때문이다. 반면 집에 원목 가구를 많이 배치하고, 황토 천으로 벽을 둘러치며, 먹는 물을 지장수로 만들어먹고, 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면 차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 도시를 떠나 자연형 생활양식을 채택하면 완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돈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오늘의 문명사회가 자연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화학약품으로 뒤범벅이 되어 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건강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우선적으로 환경적으로 유해한 여건을 걷어내는 작업을 치밀하게 해야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생활양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려면 물질 중심의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 새 문명 창달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현대인의 결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한면희(프란치스코·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