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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희 교수의 생명칼럼] 3.경제성장을 넘어

입력일 2008-01-27 수정일 200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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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계 범위 내에서 경제 운영돼야

연초여서 그런지 지구촌의 각 나라가 모두 목표로 설정한 경제성장률 달성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와중에서도 2% 내외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고, 13억과 11억의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10% 전후의 고성장을 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성장률 7%를 평균적으로 성취하겠다고 부심하고 있다.

경제성장이란 것은 근대화 직전 결핍사회에서는 지상과제였다. 여전히 “우리는 배고프다”는 말이 수사적 빈말이 아니라면, 성장은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근대화 직전과 엄청나게 달라졌다. 여건이 변화한 만큼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성장을 바라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적으로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선진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도 결핍이 아닌 풍요의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잉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빈곤이 아니라 비만이 문제가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물론 일부 계층에서 빈곤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것은 사회에서 분배 정의나 인도주의적 배려가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여하튼 풍요로 치닫는 성장주의 일변도로 인해 그 이면에 환경재난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경제성장이 일정한 정도로 허용되지만, 그것이 지속적으로 성취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1972년에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를 주장한 바 있다. 다소 통계치상의 오차는 있었지만, 길게 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인간의 경제는 지구 생물권 경제의 하위에 속해 있다. 지구상에서는 태양 에너지 덕분에 초록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여 스스로가 탄수화물의 저장소로 크고 있고, 이것은 먹이연쇄를 통해 동물과 인간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지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록식물이 차지하는 면적 역시 제한적이다. 결국 지구 생물권이 생산하는 순일차광합성생산량(NPP)은 일정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인간 사회의 경제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자연적 영역의 양은 줄어들고 마침내 인간 경제력도 잠식당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아직 여지는 적지 않게 남아 있지만, 필연적으로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는 성장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무한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누구나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차지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돈과 권력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돈과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할수록 상대적으로 풍요로움을 구가하면서 타국이나 남을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되는데, 세속적으로 기분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약자는 곤욕을 겪게 되고, 자연환경은 피폐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파멸을 자초하게 된다. 욕망에만 매몰되면 인류 사회가 직면할 미래상이다.

따라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1년에 발표한 회칙 ‘백주년’ 37항에서 인간은 존재와 성숙보다 “소유와 향락을 더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그리고 무절제하게 땅의 재원과 자신의 생활을 남용한다”고 지적하고, 36항에서 “자연적으로 더욱 만족스럽고 부유한 생활의 요청 자체는 정당하지만, 이 역사적 사건과 결부되는 새로운 책임과 위험은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38항에서 “인간은 자신이 타고나는 자연적으로 윤리적인 구조를 존중해야 한다”고 권고하신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도 윤리적 관계 속에서 재설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물리적 양적 크기가 커지는 성장에서 질적으로 전환되는 경제성숙으로 이행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성숙의 차원에서는 경제가 자연의 생명부양체계 여력 안에서 운영되면서, 사회 구성원 누구나 공정한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한면희(프란치스코·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