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50.요한 묵시록 (6)

입력일 2008-01-06 수정일 2008-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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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일곱번째 나팔소리 들으려면

그리스도 따라 십자가 희생 감수해야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여섯 번째 천사가 나팔을 분다. 그러자 사람들의 삼분의 일을 죽이려고 준비를 갖추고 있던(유프라테스강에 묶여 있던) 네 천사가 풀려난다. 실제로 이들에 의해 세상 사람들의 삼분의 일이 죽는다(묵시 9, 13~19 참조).

여기서 심판받는 이들의 수가 세상 사람의 1/3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앞의 글에서 ‘14만 4000명이 구원받는다’는 말이 숫자적 의미에서 ‘14만 4000명만 구원받는다’는 것이 아니었듯이, ‘세상 사람의 1/3이 죽는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 악인들의 수가 많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이 여섯 번째 재앙은 당시 유프라테스강 연안에 있는 파르티아인들의 침입으로 인해 닥칠 재난을 하느님의 징벌로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여섯 번째 재앙이 있은 후 아주 묘한 일이 벌어진다. “우상들을 숭배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한 자기들이 저지른 살인과 마술과 불륜과 도둑질을 회개하지도 않았습니다”(묵시 9, 20~21).

첫 번째 나팔부터 여섯 번째 나팔이 불려 졌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이 대목은 십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우리는 고통을 받을 때는 기도도 열심히 하고, 헌금도 많이 하고, 성당에도 열심히 나온다.

자녀가 고 3인 부모들의 신앙이 얼마나 열심한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 고통이 지나가고, 큰 은혜를 받고 나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인간적인 것만 추구하며 살아간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아직 일곱 번째 나팔이 남았다.

그런데 하느님은 여기서 살짝 뜸을 들인다. 일곱 번째 나팔이 불려지기 전에 요한에게 두 가지 환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환시는 하느님의 뜻대로 의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굳은 믿음과 희망을 주는 환시다. 이제 구원의 완성 즉 종말이 촉박했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다.

요한은 환시를 통해 두루마리를 펴든 천사 하나가 구름에 휩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다.

그 천사는 하느님을 두고 이렇게 맹세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곱째 천사가 불려고 하는 나팔 소리가 울릴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선포하신 대로 그분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다”(묵시 10, 1~7 참조).

이어 요한은 아주 이상한 일을 당한다. 두루마리를 먹어 삼키라는 것이다.

“나는 그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받아 삼켰습니다. 과연 그것이 입에는 꿀같이 달았지만 먹고 나니 배가 쓰렸습니다. 그때에, ‘너는 많은 백성과 민족과 언어와 임금들에 관하여 다시 예언해야 한다.’ 하는 소리가 나에게 들려왔습니다”(묵시 10, 10~11).

두루마리를 먹고 처음에는 꿀 같이 달다가 나중에는 배가 쓰렸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고통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인류를 위해서 희생하고 십자가를 져야 한다.

이제 드디어 일곱 번째 천사가 나팔을 분다. 마지막 나팔이다. 그 때 하늘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님과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었다. 주님께서 영원무궁토록 다스리실 것이다”(묵시 11, 15).

환시는 계속된다. 일곱 번째 나팔이 불려지자 하느님 앞에서 앉아 있던 스물네 원로가 얼굴을 땅에 대고 하느님께 경배하며 말한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시던 전능하신 주 하느님 큰 권능을 쥐시고 친히 다스리기 시작하셨으니 저희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죽은 이들이 심판받을 때가 왔습니다. 하느님의 종 예언자들과 성도들에게, 그리고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모든 이에게 상을 주시고 땅을 파괴하는 자들을 파멸시키실 때가 왔습니다.”

그러자 하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이 열리고 성전 안에 있는 하느님의 계약 궤가 나타난다(묵시 11, 16~19 참조).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신다는 장엄한 메시지가 일곱 번째 나팔에서 선포되고 있다. 이제 그리스도의 권세와 영광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여섯 번째 나팔 소리가 울릴 때 까지도 정신 못 차리는 우리들. 과연 우리는 장엄한 일곱 번째 나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