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사목 지원단체 탐방] 31년 전통 서울 양재동본당 군종후원회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8-04-13 수정일 200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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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음화 불길 지피는 밑불이 되어”

“저희를 통해서 지금 이 시간에도 군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있을 청년신자들을 떠올리고 그들을 위한 조그만 마음이라도 엮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대교구 양재동본당(주임 이문주 신부)에는 주일이면 어김없이 성당 한 켠을 차지하고 신자들에게 웃음을 날리는 이들이 있다. 본당 군종후원회 회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

이들을 만나면 첫 눈에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여성신자들이 주축을 이룬 다른 본당 군종후원회와는 달리 이 본당 임원들 전원이 남성이라는 점부터가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굳이 여성을 배제했다기보다는 누구보다 군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다.

특히 회장 정두용(라파엘, 57)씨와 전임회장인 원종우(바오로, 79) 고문을 제외하면,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이강득(다니엘, 41)씨를 비롯해 서기 김종호(요셉, 39)씨, 회계 박진경(루도비코, 39)씨, 군입대자 관리를 맡은 막내 신영교(루카, 36)씨까지 임원진 모두가 30대 전후로 젊다.

그렇다고 이들의 활동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31년의 후원회 역사와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벌써 임원들의 면면부터가 다른 본당들과 차이가 난다. 본당 청년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강득 총무는 군 복무시절 어려운 가운데서 세례를 받아 군에 대한 애정이 유별나다.

군입대자관리부장으로 열성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신영교씨는 군 입대 직후부터 군종후원회의 도움을 받다 전역 후 그 길에 합류한 경우다. 박진경씨는 병역을 면제받았음에도 10년 가까이 누구 못지 않은 활동을 펼쳐 다른 회원들로부터 ‘명예전역자’ 호칭을 얻었을 정도다. 이러한 양재동본당 군종후원회의 색깔은 정회장의 원대한(?) 계획이 밑거름이 됐다.

“단순히 가까운 몇몇을 돕는데 국한된다면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묵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겨자씨가 많은 열매를 맺도록 북돋우는 게 저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활동하며 굳건한 재목으로 키워 군종후원회가 없는 다른 본당에 파견함으로써 군복음화를 지피는 밑불이 되도록 하겠다는 게 정회장의 구상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후원회원들의 회비를 거둬 군사목을 후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1년부터 일찌감치 육군 제25사단 비룡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어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전하는가 하면,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는 수천개의 위문 주머니를 만들어 군 장병을 위문하는 등 꾸준한 활동으로 군사목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본당 출신 입대자들을 일일이 파악해 매주 주보와 교회 신문은 물론 격려편지 등을 보내 힘든 군생활을 위로하며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러한 이들의 활동으로 후원회에는 감사의 정이 담긴 병사의 편지가 날아들기도 하고 휴가 나온 병사들이 직접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주님이 하시는 일, 저희는 그 끝을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의 도구로 잘 쓰이길 바랄뿐입니다.”

배웅을 받으며 성당을 나서는 길, 그들로 인한 뿌듯함에 더해 든든함이 전해져왔다.

◎양재동본당 군종후원회 신영교씨

“작은 관심으로 큰 사랑을”

“교회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청년들마저 책임지지 못한다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양재동본당 군종후원회에서 군입대자관리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영교(루카, 36)씨는 “주님 보시기에 제일 큰일을 하는 단체가 군종후원회가 아니냐”며 자신이 하는 활동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군에 입대해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편물이 왔어요. 제 앞으로 온 본당주보를 펼쳐보며 눈물이 핑 돌던 기억이란….”

매달 한 차례씩 본당 군종후원회에서 부쳐오는 주보는 딴 세상과 단절돼있던 병사에게는 교회가 보여주는 관심이자 사랑이었던 셈이다.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입대해 교회 소식에 목말라하던 신씨는 주보는 물론 교회신문에 난 광고까지 꼼꼼히 들여다 볼 정도였다고 털어놓는다.

“매주 주보가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릅니다. 제가 받았던 도움, 그 사랑, 이제는 나눠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군에서 전역한 후 교사생활을 마무리짓고는 곧장 군종후원회 활동이 정해진 길인 양 뛰어들었다. 후원회 홍보부장을 거쳐 군입대자 관리를 맡은 신씨는 매주 30여 명의 본당 출신 신자병사들에게 주보 등을 보내며 기도하는 게 있다. 부디 군생활 잘 하다 돌아와서 주님의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후배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휴가 나온 후배가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면 제 조그만 몫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 그에게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1년에 한번 있는 군인주일에만 반짝하는 신자들의 관심이 가장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저처럼, 조그만 사랑으로 주님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이들이 있다면 ‘가난한 과부의 헌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이 주신 사랑의 끈을 사람의 무관심으로 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씨는 스스로 주님과 사람을 잇는 실타래가 되길 바라는 듯했다.

사진설명

▶양재동성당 군종후원회는 군사목을 후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년 성탄절 수천개의 위문주머니를 보내는 등 꾸준한 활동으로 군사목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군인주일을 맞아 군인들과 후원회원들이 군복음화를 위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