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 추구하고
회개 통해 참 하느님 자녀로 응답해야
요한 묵시록을 읽기 전에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 하나 짚고 넘어가자.
묵시록은 논리로 읽는 책이 아니다. 논리적 차원의 글 읽기를 원한다면 철학 서적 등 학술서적을 보면 된다. 요한 묵시록은 학술서적이 아니다. 요한 묵시록은 오직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 전달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글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뜻을 파악하려해야지,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해서는 안된다. 열린 마음으로, 묵상하는 마음으로 요한 묵시록을 열어보자.
“하느님께서 머지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들을 당신 종들에게 보여 주시려고 그리스도께 알리셨고, 그리스도께서 당신 천사를 보내시어 당신 종 요한에게 알려 주신 계시입니다”(묵시 1, 1).
요한 묵시록은 인간 이성에 의해 기록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은총이나 계시 없이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늘 나라의 천상왕국 신비에 대해 깨달을 순 없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직접 계시로 알려주시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 예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예언의 말씀을 낭독하는 이와 그 말씀을 듣고 그 안에 기록된 것을 지키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묵시 1, 3).
‘행복’이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돈을 벌고, 명예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요한 묵시록이 그 진정한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말씀을 읽고 또 들으면서, 실천하는 이들은 ‘행복’하게 된다. 희망의 메시지다. 아무리 심한 박해를 받더라도, 아무리 힘든 일을 겪고 있더라도 이 계시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바로 그리스도 때문이다.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묵시 1, 7).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희망에 찬 말씀인가. 그리스도는 승자의 모습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
첫 머리에서 우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희망 가득 차게 만든 요한 묵시록은 이제 본격적으로 계시 내용을 전개한다.
그 계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 책을 쓴 요한이라는 사람은 신앙을 증거 하다가 체포돼 파트모스라는 섬에 유배돼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성령께 사로잡혀 뒤에서 나팔 소리처럼 울리는 큰 목소리를 듣게 된다. 요한은 목소리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려고 돌아선다.
그랬더니 황금 등잔대가 일곱 개 있고, 그 등잔대 한가운데에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계시는 모습을 본다. 바로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는 발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입고 가슴에는 금띠를 두르고 있다.
머리와 머리털은 흰 양털처럼 또 눈처럼 희고 그분의 눈은 불꽃같으며, 발은 용광로에서 정련된 놋쇠 같고 목소리는 큰 물소리 같다. 또 그분의 얼굴은 한낮의 태양처럼 빛난다. 요한은 죽은 사람처럼 그분 발 앞에 엎드린다. 그러자 그분이 다가와 오른손을 얹고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살아 있는 자다. 나는 죽었었지만, 보라, 영원무궁토록 살아 있다. 나는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러므로 네가 본 것과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기록하여라”(묵시 1, 9~20 참조).
숨이 멈춰질 듯한, 참으로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인간은 구세주 앞에서 죽은 듯 엎드려 있고, 그 구세주가 오른손을 얹어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살아 있는 자다”라고 말한다.
그리스도는 이어 요한에게 “네가 보는 것을 책에 기록하여 일곱 교회 곧 에페소, 스미르나, 페르가몬, 티아티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이아에 보내라”(묵시 1, 11)고 말한다.
모두 아시아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당시 아시아교회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로마제국의 그리스도교 박해였고, 또 다른 하나는 교회 내부에서 발생한 이단 문제였다. 많은 거짓 예언자와 거짓 교사들이 등장해, 거짓된 가르침으로 신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이 문제는 오늘날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스도는 이제 각 교회에 전할 내용을 말씀하신다. 때로는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때로는 호되게 꾸짖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호된 질책은 “나 이제 너희들과 단절이야, 절교야”라는 의미가 아니다. 빨리 회개하고 하느님의 참된 자녀로 돌아오라는 간절한 요청의 다른 표현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리스도의 말씀이 시작된다.
배광하 신부〈춘천교구 게쎄마니 피정의 집 원장 gsmnp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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