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9.선교(2) - 아시아, 선교의 토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7-11-25 수정일 2007-11-25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시아 정신 이해하면 ‘복음 전파의 길’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탄생지 ‘아시아 교회’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불의, 빈곤 등 문제 낳아
보건 사회개발 교육 실천해 생명 존중 알려야
필리핀 교우들이 마닐라 근교 ‘영원한 도움의 성모성당’에서 열린 성탄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는 제삼천년기의 개막을 앞두고 대륙별로 열린 특별총회의 일환이었다. 그해 4월 18일부터 5월 14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이 특별한 회의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대륙별로 열린 다른 주교대의원회의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의 하느님 백성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중요한 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주교들이 논의한 내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건의안 형식으로 제출됐고 교황은 한 해 반 뒤인 1999년 11월 6일자로 후속 문헌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를 발표했다.

‘아시아 교회’를 통해 교황은 그토록 오랫동안 복음화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여전히 그리스도교 교회가 미미한 처지에 있는 아시아 교회의 상황을 거론하면서 선교의 토양이 되는 아시아 대륙의 여러 가지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이 중요한 문헌에서 제시하는 아시아 선교의 토양에 대한 성찰들은 아시아 지역의 복음화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고 있는 제삼천년기에, 아시아 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전통

‘아시아 교회’는 우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탄생지로서 아시아 대륙을 주목하면서 아시아의 상황이 매우 다양함을 지적한다. 나아가 아시아 교회의 사랑과 봉사의 사명이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로서 아시아 교회의 자기 이해와 아시아 대륙의 사회, 정치, 종교, 문화, 경제 현실 안에서 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아시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고유한 자신의 소명을 깊이 깨달아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위치해 있는 바로 그 아시아 대륙의 모든 현실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교회’는 이어 아시아의 종교 문화적 현실, 경제 사회적 현실, 정치적 현실, 그리고 아시아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아시아 대륙이야 말로 “복음을 심을 수 있게 잘 준비된 인류의 모습”임을 드러낸다.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적 현실에서,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서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하고 있는 땅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특별히 중국은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가장 깊은 관심이 주어지는 나라이다.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는 높은 문화적 수준과 다양하고 심오함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보유한 민족들의 다양성은 풍요로움 그 자체이다. 여기에서 교황은 아시아의 그 놀라운 다양성과 심오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교회는 아시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세계의 주요 종교들과 신념들에 대해서 존경의 마음을 표시하면서 진지한 대화를 모색함을 표명한다. 이러한 종교와 문화들은 그 자체로서 충분히 존경받을만하며,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는 윤리적 지혜와 영적 통찰력을 지닌 아시아적 정신이다. 마찰과 갈등이 아니라 보조성과 조화의 특징을 지닌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 전통들 안에서 교회는 이제 두 가지 방향, 즉 복음의 고유한 전통과 아시아적 정신에 모두 충실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 교회’를 통해 드러난 아시아 주교들, 그리고 교황의 아시아 선교에 대한 상념이다.

빈부차가 큰 사회적 현실

아시아의 경제, 사회적 현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편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어떤 나라는 고도의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발전을 이룬 반면,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절망적인 가난의 상태에 머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발의 과정에서 나타난 무분별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아름답고 고유한 전통적 가치와 문화들을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야기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교부들은 아시아 대륙 안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급속한 변화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모두를 통찰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의와 빈곤의 상황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해왔다.

아시아에서 각별히 문제가 되는 인구 증가와 관련해서 ‘아시아 교회’는 불순한 의도를 지닌 사람들의 분석과는 달리 이것이 인구 통계학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윤리적인 차원을 지니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인위적인 인구 억제의 거짓된 해결책들은 아시아 나라들과 민족들에게 잘못된 방향을 일러주며 아시아 교회에 특별한 도전을 야기한다. 교회는 보건, 사회 개발,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소중함을 수호하고 증진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현실의 어려움은 자연히 아시아의 문화적 도전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대중매체와 위락산업의 부정적인 가치들은 아시아의 선한 전통적 가치들을 위협한다. 특히 아시아 문화의 핵심인 혼인과 가정의 신성한 가치를 훼손할 위험을 제기한다.

특별히 가난과 착취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이다.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존중과 보호는 아시아 사회와 교회의 커다란 도전이다.

하지만 문헌은 아시아의 진보와 발전이, 비록 경제적 위기들 속에서도, 희망적임을 바라보면서 아시아의 민족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며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있다.

새로운 의식 꾸준히 성장

아시아 나라들의 다양성은 종교와 문화, 사회 경제적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군사 독재 정치로부터 민주주의 정치 체제, 신정정치 형태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나라에서 소수계층으로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거부되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는 불의한 사회 구조와 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의식들이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사실 역사를 통해 그러한 면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다.

문헌은 여기에서 특별히 중국 사회와 교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모든 가톨릭 형제 자매들이 완전히 종교의 자유를 실천하고 교황청과의 충만한 친교를 나누게 되기를 간절하게 열망하고 있다.

아시아 교회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성찰의 부분에서 문헌은 특별히 교회가 서구의 식민지 세력과 연합된 것으로 이해돼온 현실을 지적한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인식의 변화를 통해 교회의 선교는 새롭게 이해됐고 그와 함께 새로운 희망이 주어졌음을 지적한다.

이미 주지된 바와 같이 아시아 선교는 두 가지 요소, 즉 교회의 고유한 소명과 아시아 민족과 나라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그 올바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아시아 교회들은 이에 따라 참된 아시아 민족들의 교회가 되기 위한 길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왔다. 아시아의 주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시아 교회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성찰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깊은 함의를 제공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