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43.요한의 첫째, 둘째, 셋째 서간(중)

입력일 2007-11-18 수정일 200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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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그리스도의 이단적 가르침 버리고

사랑의 삶으로 그리스도 가치 따라야

참으로 생동감 있는 요한의 첫째 서간을 읽어 내려가는 중이다.

2장 6절을 읽어보자.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힘있는 말씀이다. 당시 시대상황을 돌아가 보자. 이 서간이 써진 시기는 약 100년경이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65년쯤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구약의 율법이 힘을 잃지 않은 시기다. 동시에 로마의 지배를 받던 시대인 만큼 로마의 사상을 강조하던 때다.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현재 우리는 예수 사후 65년쯤 지난 즉 서기 100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어떤 사상을 선택해야 할까. 삶의 가치관을 구약의 율법에 둘 것인가. 아니면 로마인들이 강요하던 사상에 둘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리스도적 가치관을 가질 것인가.

오늘날 신앙인인 우리야 당연히 그리스도적 가치관을 가질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당시로서는 그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도적 가치관은 이제 막 나타난 새로운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한 1서는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살아가야 한다”며 단호하게 그리스도적 가치를 설파한다.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지녀 온 옛 계명입니다. 이 옛 계명은 여러분이 들은 그 말씀입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 계명입니다”(1요한 2, 7~8). 이 그리스도적 가치가 새로운 이유는 바로 “어둠이 지나가고 참 빛이 이미 비치고 있기 때문”(1요한 2, 8)이다.

그러면 새로운 가치를 따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 속에 있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기 때문입니다”(1요한 2, 9~11).

어둠 속에 있는 자는 눈먼 자이다. 지금 만약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가치에 따라 빛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편지를 쓴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새로운 가치를 따르는 삶을 방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그리스도의 적들’이 나타났습니다”(1요한 2, 18). 당시 반대자들이 공동체에 나타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심각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누가 거짓말쟁이입니까?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는 사람이 아닙니까? 아버지와 아드님을 부인하는 자가 곧 ‘그리스도의 적’입니다”(1요한 2, 22).

우리는 그리스도의 적에게 현혹당해선 안된다. 이 편지에서 드러나는 대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직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단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예수의 인성을 부정하거나, 혹은 신성을 부정하는 이단들이 많다. 이들은 예수의 한 본성만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는 그리스도를 하느님으로만 보려고 하고, 어떤 이는 그리스도를 인간으로만 보려고 한다.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그리스도의 가르침 대로 살아야 한다. 요한의 첫째 서간에 나타나는 다음 구절은 마치 흔들리는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에게 직접 말하는 듯 생생하게 와 닿는다.

“자녀 여러분, 아무에게도 속지 마십시오.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이는 그분께서 의로우신 것처럼 의로운 사람입니다. 죄를 저지르는 자는 악마에게 속한 사람입니다. 악마는 처음부터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악마가 한 일을 없애 버리시려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는 이렇게 뚜렷이 드러납니다. 의로운 일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그렇습니다”(1요한 3, 7, 10).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