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소공동체 현장을 찾아서] 2. 상현동본당의 맨 앞 줄, ‘1지역 1구역 1반’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8-11-09 수정일 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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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누며 흘린 눈물까지 봉헌

속지주의+속인주의로 활성화

거룩한 독서 통한 ‘말씀 중심’

10월의 마지막 날, 상현동본당(주임 안형노 신부) 1지역 1구역 1반 식구들이 소공동체 모임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모임의 도구는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 묵상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1절부터 44절까지다. 라자로가 죽고, 그 죽음 앞에서 예수가 눈물을 흘리고, 예수의 말 한마디에 라자로가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

12명 소공동체는 천천히 성경을 읽고 한동안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가볍게 모은 손, 은은한 조명에 경건함이 가득하다. 신자들은 마음 와 닿는 말씀에 머물러 묵상을 한다. 묵상이 끝나고…. 누군가가 침묵을 깬다.

“약한 인간이기에 늘 넘어집니다. 빛으로 나오려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어둠이 아닌 빛 안에서 늘 서 있고 싶습니다.”

일상 안에서의 체험과 느낌들이 자연스레 묵상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3인칭(그 또는 그들)이나 복수 1인칭(우리)으로 객관화 시키지 않는다. 다른 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토론도 아니다. 모임 전체를 주관하시는 성령의 놀라운 활동을 감지할 뿐이다. 체험과 묵상을 소박하게 나눌 뿐이다.

하루 이틀 거룩한 독서를 한 폼이 아니다. 상현동 본당이 그동안 소공동체 모임을 위해 기울인 공이 엿보였다. 나눔은 이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웃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습니다. 늘 깨끗하고 싶습니다. 늘 당신 안에 머물고 싶습니다.”

“말로만 믿음을 말하지, 삶 속에서의 진정한 믿음은 부족한 듯합니다.”

“아직도 마음속에 있는 많은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묵상 나눔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몇몇 단원들이 눈물을 흘린다. 복음에 나온 ‘예수님의 눈물’ 구절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가식의 눈물이 아니다. 삶의 응어리들이 눈물과 함께 풀어진다. 함께 아파한 단원들은 눈물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낀다.

이어 단원들은 기쁜 일, 아프고 슬픈 일, 과거과 지금의 고통을 모두 담아 삶 전체를 봉헌한다는 기도를 했다.

“감사합니다. 당신 말씀 안에서 나눌 수 있는 은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삶 안에서 당신을 증거하는 성숙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모임이 끝난 후, 신자들은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눈다. 오랜 기간 묵상 안에서 함께하다보니 어색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친자매 보다 더한 신앙 우정이 배어난다. 소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 1시간이었다.

■ 본당의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

‘화려함은 NO, 실속은 YES’.

요즘 상현동본당(주임 안형노 신부)에선 시끌벅적한 대규모 행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본당 공동체가 ‘말씀 중심’‘묵상 중심’으로 확 돌아섰기 때문이다. 상현동본당은 올해 복음화의 과제로서 중요한 요소로 ▲영성과 대화 ▲친교 및 일치 ▲증거와 나눔 ▲섬김과 봉사를 꼽았다. 각 연령대에 맞는 다원화된 영성교육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꾀하고, 지역 공동체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그 최일선에 소공동체가 있다. 안형노 주임 신부는 올해 본당 복음화 목표를 통해 “본당은 속지주의적 방식 내에서 각 구성원의 특징을 고려한 속인주의적 방안이 접목되는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복음화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공동체를 통해 형식적, 일회적 봉사활동을 지양하고 중장기적인 나눔과 봉사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공동체 활성화의 도구는 성경읽기와 묵상에서 찾고 있다. 본당 내 모든 소공동체가 거룩한 독서(렉시오 디비나)를 실시하고 있다. 기존 복음묵상으로는 성경 전체의 향기를 접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구역미사를 4월부터 실시, 전체 40개 구역 중 34개 구역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월 1회 지역 가정 미사도 봉헌하고 있다. 행복찾기 운동, 소공동체 대회 등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도 병행됐다. 매년 연말에는 각 구역별 선교 및 쉬는 교우 회두 실적, 모임횟수, 출석률 등을 취합해 우수 소공동체에 대한 시상도 하고 있다.

이쯤되면 소공동체 활성화는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 소공동체가 활성화 되니 본당 활성화는 저절로 따라온다. 평균 200여 명의 신자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형노 주임 신부가 주례하는 새벽미사에 참례한다. 비닐하우스 임시 성전 자리가 부족할 정도다.

■ 소공동체 모임 참관을 허락해 주신 상현동본당 1지역 1구역 1반 공동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 참가자 명단.

이금호(스테파니아), 이은희(아드리아나), 안명숙(로사리아), 지해숙(율리안나), 남선희(보니파시아), 이명순(벨타), 박상금(엘리사벳), 박상경(마리아), 문소순(체칠리아), 강순자(헬레나), 최경임(레지나), 박현주(레지나)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