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사목 지원단체 탐방] '군선교단' 김재만·구인덕 부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07-10-21 수정일 200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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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단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재만씨가 장병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땀·열정 보태니 영세자 증가 “쑥쑥”

최전방까지 선교하며 매년 1500명 인도

2005년 발족 후 주로 신병교육대서 활동

# 설렘,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일어났어요?” “어, 당신도….”

두 부부는 어둠 속에서도 마음이 통했다. 언뜻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언제부터 깨어 있었는지 모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부부의 몸놀림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이 주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슨 얘기 해줄거야?” “글쎄요…. 늘 고민이네요.”

주말이면 김재만(즈카르야.53.인천 연수본당)·구인덕(엘리사벳.48)씨 부부는 소풍을 앞둔 아이들처럼 잠까지 설친다. 올 1월부터 매주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신병교육대를 찾아 갓 입대한 병사들을 만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소풍을 가듯 두 부부는 사이좋게 도시락도 쌌다. 오가는 시간을 장담할 수 없어 시간이 날 때 차 안이나 나무 그늘 아래서라도 요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 찾아다니고 있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까지는 가까워(?) 다행이다. 1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몰라요.”

그렇게 말하고 집을 나선 시간이 아침 6시30분, 군 선교사로 나선 아내 구씨를 위해 차량 봉사에 나섰다가 어엿한 협조단원이 되고 만 남편 김씨가 더 신난 표정이다. 몇 년 전 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김씨에게 이제 군 선교는 거의 본업이 되고 말았다. 신세대 신병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둘러앉아 교안 연구를 한다. 훈련병들이 교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들이 관심을 지닐 만한 내용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신문들도 꼼꼼히 읽고 메모하는 등 신세대 병사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 주일은 병사들 속에서

교리교육이 시작되는 오전 9시30분. 육군 1사단 내 공소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신병들만이 지닌 묘한 냄새가 확 풍겨져 온다. 지금은 이 냄새가 기다려질 정도로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이들 가운데 적잖은 수가 주님의 자녀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부인 구씨가 150명이 넘는 훈련병들을 앞에 두고 교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동안 김씨는 한쪽에서 이날 세례를 받을 병사들을 위한 교육에 분주하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천주교를 믿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종교를 가지는 게 군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조금만 지나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주교를 처음 대하는 병사들이 대부분이어서 두 부부는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욱 조심스럽다. 병사들 앞에서 강의를 하기 꼬박 2시간여, 목소리가 조금 갈라지기 시작했지만 지치는 기색은 고사하고 더 신이 나는 모습이다.

“입대 후 병사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민간인이 저희 선교사들입니다. 저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짓는 병사들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김씨 부부는 군 선교사로 나선 이후 한 주도 쉰 적이 없다. 아니, 쉴 수가 없다. 5주간의 신병교육과정 중 한 주라도 빠지면 기껏 애써 키운 예비신자가 세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제키엘이란 세례명으로 영세한 장정민(20) 훈련병은 “한 주도 쉬지 않고 봉사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오늘이 있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군 선교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 2005년 10월 군종교구에 군선교단이 발족한 후 군 선교사들이 활약하고 있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특전사령부, 육군종합행정학교 등 11개 부대에서 매년 1500명이 넘는 영세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군선교단 홍종식(라파엘.58.서울 거여동본당) 단장은 “군 선교 현장에 있는 이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매결연, 지속적인 후원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16-728-7904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