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7.총론을 마치며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10-07 수정일 2007-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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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꼴’ 찾아 ‘대화’로 연대

다종교·다문화 속 낮은 교세율

고유문화 존중…토착화 과제도

아시아복음화는 아시아인의 몫

“교회의 선교 활동은 주로 아시아를 향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37항).

아시아 복음화는 제삼천년기 세계의 가장 큰 과제이며 소망이다. 동시에 이 소망은 우리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각자 자신이 처한 자리와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해 3월 로마에서 열린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40주년 기념회의’에서 ‘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선교 사명-아시아에서의 첫 복음화’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연대’를 이야기 했다.

이 자리에서 정추기경은 “아시아 복음화는 우리의 소명이며 아시아인들 스스로가 아시아를 복음화해야만 한다”며 “그 성공 사례 중 하나인 한국 교회는 ‘아시아의 복음화라는 공동 작업’에 함께 투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복음화의 중요한 키워드로 아시아 각국 교회간 ‘연대’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정추기경은 나아가 아시아 교회가 ‘구원적 대화’에 임할 것을 요청받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문화와 종교, 그리고 민족들, 특히 가난한 이들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결국 연대의 첫 출발은 ‘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보편교회(세계 교회)는 아시아 교회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후속 문헌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 및 백성들과의 대화와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강조했다.

그런데 ‘연대’라는 말 자체가 공통된 과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 의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때, 그 ‘과정’의 시작은 ‘같은 것’ ‘닮은 것’을 모색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아 교회들이 ▲삶 속 깊이 침투하지 못하는 신앙 (증거하지 못하는 신앙) 그리고 ▲‘다종교 문화’라는 공통된 의식 및 문화적 환경 속에 놓여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 대부분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은 소수인이다. 인도 정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일 만큼 아시아는 많은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사회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교회는 크게 두 가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먼저 소수이기 때문에 좋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스님들의 일탈행위가 사회문제화가 되지 않지만, 가톨릭 성직자의 일탈이 엄청난 반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인도와 한국의 경우, 문화 자체가 철학적 깊이가 있어서 사제 및 수도자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고충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만큼 각 나라 고유의 문화적, 전례적, 교육적 가치를 중요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각 나라의 문화를 살리고, 그 문화를 가톨릭 문화와 접목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가톨릭 문화가 아닌 타종교 문화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토착화 문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근 아시아 각국의 ‘의지’ 또한 동일하다는 점도 연대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가정 ▲청소년 ▲기초공동체 ▲사회 안에서의 예언자적 역할 수행 필요성 등에 대해 공통된 의식 등이 그것이다. ▲인재양성 ▲수도회의 아시아 복음화 인프라 공유 등 과제도 함께하고 있다. 공통된 환경과 공통된 필요성, 의지,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아시아 교회 연대 요청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이를 위해선 더 나아가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종렬(레오, 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박사는 “과거 그리스도교와 아시아의 불행한 관계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과오에 대한 정직한 고백, 그리고 이를 철저하게 극복하려는 사랑과 돌봄의 투신을 통해서만 동아시아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교와 동아시아의 제 종교 전통이 서로를 존중할 뿐만 아니라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새로운 관계를 보다 더 아름답게 그리고 보다 더 탄력 있게 열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추기경 말대로 “복음화를 위한 위대한 봄의 계절인 새천년기가 아시아에서 동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시아 복음화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아시아 복음화 현황

소외된 땅… 하지만 “희망은 있다”

그리스도가 태어난 땅. 다양한 문화, 종교, 사회구조와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세계 인구의 2/3가 살고 있는 땅. 아시아는 그 자체가 교회에 있어서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통계들로 살펴본 ‘아시아’는 분명 ‘우울한 대륙’이다. 하루 생활비 1달러 이하의 극단적 빈곤 인구는 6억9000만명, 2달러 이하는 아시아 인구의 60%인 19억명에 달한다. 사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달성도가 가장 낮다. 도시화, 이민, 외채 부담으로 늘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매스미디어와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문화적 변화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교회적 시각에서 볼 때도 아시아는 지극히 ‘소외된 땅’이다. 아직도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는 ‘주류 교회’가 아닌 ‘비주류 교회’다. 교황청 국무원 통계처가 최근에 펴낸 ‘교회 통계 연감’(Annuarium Statisticum Ecclesiae)(2005)에 따르면 2005년 12월 31일 현재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는 3.0%에 불과하다. 더욱이 아시아 신자 수 1억1657만2000명도 필리핀(6930만8000명)을 제외하면 5000만명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복음화율이 62.5%, 유럽이 39.9%, 오세아니아가 26.3%, 아프리카 대륙이 17.1%인 것을 생각하면 아시아 복음화의 과제가 얼마나 긴급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교회는 여전히 이방종교, 때로는 식민지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인식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교회는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아시아 곳곳의 작은 신앙 공동체들은 극도의 긴장과 갈등, 박해를 겪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 파괴, 가난한 자에 대한 착취, 생태계 악화, 낙태, 가정의 해체 등은 아시아 복음화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들이다.

이처럼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하나 같이 쉽지 않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종교와 문화 전통의 다양성은 아시아 교회가 참으로 아시아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토착화의 과제를 부과하며, 정치 경제적으로 만연한 빈곤과 불의한 억압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 표징은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한 1978년 이래 2002년까지 신자 증가율을 보면 아시아가 무려 74%의 신자 증가율을 보였다.

실제로 아시아 교회는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지니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 신앙적 활력이 감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전히 높은 교세 신장률과 성소자 증가율을 보이면서 보편교회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사진설명

▶아시아 대부분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은 소수인이다. 인도 정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일 만큼 아시아는 많은 종교와 문화가 혼합됐다. 다양성 속에서 신앙을 뿌리내리고 있는 인도교회 소공동체의 모습.

▶필리핀 마닐라의 한 빈민촌. 아시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만연한 빈곤에서 벗어나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