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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4-그 첫걸음 ‘공감하기’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09-02 수정일 200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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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주의 사회에 진리선포하는 ‘예언자’ 돼야

신앙 개인화 극복하고 증거하는 삶 살아야

가톨릭 교세 약해도 ‘일치된 교회’는 위력

아시아 교회들은 많이 닮았다. 단순히 같은 피부색을 가진 이들의 교회이어서가 아니다. 지리적으로 아시아라는 한 울타리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관계자들은 아시아 연대는 바로 그 ‘공통점’에서 부터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대’라는 말 자체가 공통된 과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 의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때, 그 ‘과정’의 시작은 ‘같은 것’ ‘닮은 것’을 모색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아시아 교회들은 과연 무엇을 공유하고 있을까.

증거하지 못하는 신앙

아시아 각국 복음화 관계자들은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과 삶이 괴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불교나 유교와 달리 신앙이 삶 속으로 깊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주의와 향락주의의 확산으로 종교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내가 왜 종교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이들이 청소년 청년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 아시아 교회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最古)의 정신적 유산을 지닌 중국과 인도, 아랍권이 급속히 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서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만큼 풍부한 영적 유산을 잃어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활발했던 베트남 교회도 최근 경제성장과 더불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베트남 교회는 이미 개인주의적 신앙으로 변화되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삶 속에서 증거하는 신앙이 아니라, 주일 성당에 나와 ‘나홀로 구원’만 기원해서는 아시아 복음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 연대 가능 분야 : 복음화 관련 아시아 차원 세미나 개최, 아시아 신앙대회 개최, 아시아 복음화 현실진단 설문조사 및 연구, 관련 주교교류 모임, 아시아 종교지도자 모임 활성화, 성경 보급운동 지원 및 교류, 새로운 영성에 대한 교류 모임 확대. 아시아 각국 신앙 모범 사례 자료 교환.

다종교 문화

아시아 대부분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인들은 소수인이다. 인도 정부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일 만큼 아시아는 많은 종교와 문화가 혼합된 사회다.

스리랑카도 대부분이 불교신자이고 가톨릭 신자는 7%에 불과하다. 이슬람, 힌두교 보다 그 교세가 약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신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도네시아)도 아시아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톨릭 교회가 다른 종교와의 만남과 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교회는 크게 두 가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먼저 소수이기 때문에 좋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스님들의 일탈행위가 사회문제화가 되지 않지만, 가톨릭 성직자의 일탈이 엄청난 반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인도와 한국의 경우, 문화 자체가 철학적 깊이가 있어서 사제 및 수도자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고충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만큼 각 나라 고유의 문화적, 전례적, 교육적 가치를 중요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가톨릭 문화가 아닌 다종교 문화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토착화 문제를 요청하고 있다.

▶ 연대 가능 분야 : 토착화 연구 모임 교류, 전례의 창의성과 관련한 세미나, 전례 성가 공유, 아시아 성음악 교류모임 정례화, 아시아 차원의 종교간 대화 모임 결성, 타종교 연구 학술 교류 모임. 아시아 종교인평화회의.

가정에 대한 관심

최근 아시아 각국 교회의 주된 관심사는 ‘가정’과 ‘생명’으로 요약된다. 각국 주교회의와 교구들은 매년 ‘가정의 회복’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내놓고 있다. 올해 각국 교구의 주된 사목 방향 중 하나가 ‘가정’인 것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가정의 복음화를 이뤄야, 가정이 튼튼해야 교회가 튼튼해 진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전통적 가치가 가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가정 열풍’은 쉽게 사그러 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연대 가능 분야 : 성가정 운동의 아시아 차원 전개, 아시아 ME 교류, 아시아 각국 모범 성가정 정보 교류, ME 아시아 협의회 활성화, 가정 관련 사목 연구 모임 확대, 아시아의 가정 중시 문화를 되살리는 캠페인 아시아 차원서 공동으로 진행.

청소년에 대한 관심

청소년 청년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가고 있다. 기성 세대는 이미 전통적 문화에 의해 가치관이 굳어진 만큼 아시아 복음화는 청소년 청년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리핀, 한국교회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교회는 매년 청소년 청년 복음화를 위해 막대한 물량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각국 청소년 청년간 교류도 활발해 지고 있다. 최근 한국의 많은 젊은 신앙인들이 아시아 각국에 나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년들이 아시아를 가까이 느낄 때, 아시아는 가까운 미래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이같은 경험 축적은 아시아 교회 공동 발전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연대 가능 분야 : 청소년 청년 교육 프로그램 교류, 아시아 청소년 청년 연대 출범, 아시아 청년 선교회 결성, 아시아 사제양성자 회의 정례적 개최, 가톨릭대학생 연합회 연대 및 교류, 아시아 청년 신앙대회 개최, 가톨릭노동청년 국제협의회 활성화.

예언자 역할 수행

아시아 각국 교회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바로 ‘예언자의 역할 수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가 급변하고 물질주의 만연 등 가치관이 혼란한 이 세태에서 진리를 선포하고 옳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예언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심각한 빈부격차, 끊이지 않는 인권문제, 낮은 정치의식 등은 아시아가 넘어야할 과제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교회의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수도 마닐라 인구의 70%가 판자촌에서 생활할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를 보이고 있다. 인도, 중국 등 최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국가 교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예언자적 역할은 ‘일치’를 요청한다. 아시아에서 가톨릭은 소수이지만 ‘일치된 교회’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한국 사형제도폐지운동 관계자들은 일본 주교회의 정평협과 사형제도폐지협 등과 함께 ‘사형폐지 아시아 포럼-서울’ 행사를 갖고 아시아 지역의 사형폐지를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조키로 결의한 바 있다.

▶ 연대 가능 분야 : 생명, 사형폐지, 환경, 노동 등 각종 사회운동에 대한 연대 모색, 매스미디어 언론 종사자 교류, UNDA.OCIC.SIGNIS 등 관련 교류 활성화, 아시아 가톨릭 언론인 대회 개최, 아시아 각국교회 대 사회운동 활동 모범 사례 교류, 아시아 각국 사회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아시아 각국 교회 긴급구호 체계 시스템 구축. 아시아인간발전협력체 기능의 격려, 아시아평신도 회의 활성화, 아시아 주교회의 사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 회의.

기초 공동체에 대한 관심

최근 아시아에 불고 있는 또 하나의 열기는 ‘소공동체 운동’이다. 인도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의 소공동체 운동은 깊이를 심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미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필리핀도 최근 본당 공동체 및 신앙 공동체의 소공동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서는 몽골과 캄보디아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소공동체 운동이 전혀 다른 대륙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 연대 가능 분야 : 소공동체 운동 자료 공유, 아시아 고유의 소공동체 운동 모델 개발, 아시파 활성화.

사진설명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청년대회(Asian Youth Day Ⅳ)에서 참가자들이 각국 소개에 환호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복음화를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경기도 아론의 집에서 열린 ‘교회일치를 위한 아시아지역 주교 세미나’.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