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교회가 간다 Ⅲ] 연대를 향해 2-한국교회의 소명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08-19 수정일 200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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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운영하는 몽골 센뽈 특성화 초등학교. 일반 교육과정은 물론 대안학교의 특징을 살려 특별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베푸는 교회’로 아시아에 희망 비춰야

높은 교세 성장률·성소자 증가율 보편교회 밝은 미래 모습 보여줘

한국교회, 오지 선교사 파견 등 아시아교회 복음화 노력 강화

복음화 현황과 전망

통계들로 살펴본 ‘아시아’는 분명 ‘우울한 대륙’이다.

하루 생활비 1달러 이하의 극단적 빈곤 인구는 6억9000만명, 2달러 이하는 아시아 인구의 60%인 19억명에 달한다. 사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달성도가 가장 낮다. 도시화, 이민, 외채 부담으로 늘 안정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매스미디어와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문화적 변화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교회적 시각에서 볼 때도 아시아는 지극히 ‘소외된 땅’이다. 선교 500년 역사라고 하기에는 그 열매가 너무도 미미하다. 아시아의 첫 복음화는 16세기에 시작됐지만, 아직도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는 ‘주류 교회’가 아니다.

교황청 국무원 통계처가 최근에 펴낸 ‘교회 통계 연감’(Annuarium Statisticum Ecclesiae)(2005)에 따르면 2005년 12월 31일 현재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수는 총 11억1496만6000명으로 세계 총인구 64억6323만4000명(2005년 6월 30일 기준, UN ‘인구 연감’)의 17.3%의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는 3.0%에 불과하다. 더욱이 아시아 신자 수 1억1657만2000명도 필리핀(6930만8000명)을 제외하면 5000만명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비해 아메리카 대륙의 복음화율이 62.5%(5억5558만4000명), 유럽이 39.9%(2억8064만2000명), 오세아니아가 26.3%(869만8000명)이 이른다. 심지어 아프리카 대륙도 복음화율이 17.1%(1억5347만명)인 것을 생각하면 아시아 복음화의 과제가 얼마나 긴급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희망의 표징 보인다

복음화의 길은 길고 험난하다. 아시아 교회는 여전히 순교의 교회이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162명이 선교 활동 중에 살해됐고, 많은 선교사들이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교회는 여전히 이방종교, 때로는 식민지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인식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교회는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아시아 곳곳의 작은 신앙 공동체들은 극도의 긴장과 갈등, 박해를 겪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 파괴, 가난한 자에 대한 착취, 생태계 악화, 낙태, 가정의 해체 등은 아시아 복음화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들이다.

이처럼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하나 같이 쉽지 않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종교와 문화 전통의 다양성은 아시아 교회가 참으로 아시아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토착화의 과제를 부과하며, 정치·경제적으로 만연한 빈곤과 불의한 억압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 표징은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한 1978년 이래 2002년까지 신자 증가율을 보면 아시아가 무려 74%의 신자 증가율을 보였고, 오세아니아가 49%를 기록했다. 아메리카의 경우에도 라틴 아메리카의 신자 증가율에 힘입어 그나마 45%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불과 5%에 그쳤다.

실제로 아시아 교회는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지니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 신앙적 활력이 감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전히 높은 교세 신장률과 성소자 증가율을 보이면서 보편교회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발표된 ‘교황청 연감’의 통계 자료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교황청이 발간한 2006년 연감은 2004년 말 현재 각 지역교회의 현황에 대해서 담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교회의 활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인 사제 수와 신학생 수에 있어서 아시아 교회는 단연 독보적이다.사제 수는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지역이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유럽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의 교회 안에서 사제 수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아프리카 역시 적지 않은 사제 수 증가를 보였지만 아시아에 비하면 불과 절반이 조금 넘는 수에 머물렀다.

미래의 사제 수를 반영하는 신학생 수에 있어서도 아시아 교회는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사제 지망자는 아메리카(3만6891명)에 이은 3만66명으로 아프리카 2만3580명, 오세아니아 944명, 유럽 2만2958명 보다 월등히 많다.

경제와 정치, 사회적 차원에서도 아시아는 달라지고 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열망, 문맹 퇴치 수준과 교육, 연구 수준이 높아지고 협력 네트워크가 늘어나고 있다.

특별히 근대화가 서구화를 의미하던 전과는 달리 ‘아시아의 아시아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아시아적 방식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추구되고 있다.

이제 보편교회(세계 교회)는 아시아 교회에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후속 문헌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서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 및 백성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증거를 강조했다.

그리스도가 태어난 땅. 다양한 문화, 종교, 사회구조와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세계 인구의 2/3가 살고 있는 땅. 아시아는 그 자체가 교회에 있어서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서의 한국교회 역할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시대에 현존하는 국제적 연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아시아 교회는 박해국 정부로 하여금 모든 시민들에게 종교자유를 허용하도록 촉구하면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이유로 박해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협력해서 도움을 주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로마에서 열린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40주년 기념회의’에서 ‘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선교 사명-아시아에서의 첫 복음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진석 추기경은 ‘연대’를 이야기했다.

그럼 한국교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아시아 교회의 연대에 기여해야 할까.

한국교회는 독특한 역사를 지닌다. 자발적으로 신앙을 수용했고, 모진 박해와 순교자들의 피 속에서 성장했다. 한국교회는 1960년대 이래,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직접적인 복음화 사명 뿐만 아니라 국민과 사회에 봉사하는 사명에 힘써왔다. 특히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대화와 종교간 대화는 모범적인 것이었다. 교회의 자기 복음화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사목계획들을 실천해 내적 외적으로 교회 생활 쇄신에 기여했다. 이 모든 것에 평신도들은 적극 참여했고, 그들은 한국교회의 복음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인터넷의 활용 등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교구의 2020 복음화 운동은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과 시도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또한 유럽과 아메리카 교회들로부터 받은 모범을 따라 한국교회는 해외선교사 파견 등으로 받는 교회에서 베푸는 교회로 전환하고 있다. 교회의 선교노력은 더욱 촉진되고 있으며, 선교사들을 해외, 특히 아시아로 파견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복음화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 남한교회는 북한의 종교자유를 위해 힘써왔다. 한국교회가 북한을 돕고자 하는 노력은 한편으로는 그들을 인간화하고 복음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을 위한 기반을 닦으려는 열망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물질적 도움, 기도운동, 신자들 쇄신으로 요약된다. 이런 한국교회의 화려한 면모는 역설적으로 아시아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한국교회의 중요성과 소명을 요청하고 있다. 가톨릭이 다수를 점하는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가장 신앙적 활력이 넘치는 곳이 바로 한국교회이기 때문이다.

보편교회의 상황 안에서 한국 교회의 소명을 되짚어봄으로써 민족 복음화, 아시아 복음화, 그리고 나아가 세계 복음화의 중요한 몫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아시아 교회들간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교회는 복음화하기 위해 존재하고 무엇보다 아시아인들 스스로가 아시아를 복음화해야 한다. 아시아에서도 수확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도 헛되이 씨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그 때는 언젠가 올 것이다. 우리는 단지 믿음과 희망을 지닐 뿐이다. 우리는 아시아 복음화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