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53.결산 (1)1년 6개월 여정을 돌아보다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7-08-12 수정일 200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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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신앙인의 열정은 뜨거웠다

‘가난한 교회’라는 선입견 버리고

이해와 사랑에서 ‘연대’시작해야

대장정을 마치며

가톨릭신문이 창간 80돌을 맞아 기획한 ‘아시아 교회가 간다Ⅱ’가 대장정을 마쳤다.

긴 여정이었다. 취재 기간만 1년 6개여 월. 취재한 나라는 캄보디아, 대만, 중국(홍콩교회 포함),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 등 10개국. 취재부 전 기자가 동원돼 현지 교회를 방문, 관계자를 만나고 사목 현장과 복지시설 등을 취재했다.

한국교회에선 처음으로 시도한 이번 기획은 복음화를 향한 아시아 신앙인들의 열정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는 평가다.

물론 한정된 취재 기간으로 인해 해당 각국 교회를 구석구석 취재하기 어려웠다는 점, 이라크 등 중동지역 교회를 취재하지 못한 점, 그리고 아시아 각국 교회 자체의 부정확하고 부족한 복음화 관련 기초 데이터 등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1년 6개월의 여정을 되돌아 본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음을 안다

중국 교회, 인도 교회, 캄보디아 교회, 카자흐스탄 교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초 ‘아시아 교회가 간다Ⅱ’의 기획도 여기서 출발했다. 물론 간단한 통계와 외신을 통해 그 ‘대략’은 접하고 있었지만 아시아 각국 교회의 당면과제와 고민, 그리고 해결 노력에 대한 피부에 와 닿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선 교류와 협력, 일치와 친교를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연대’가 불가능했다. 연대가 없으면 제삼천년기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함께하는 기쁨의 순례 여정’도 불가능했다. 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가톨릭신문이 아시아를 향한 긴 여정에 나선 이유다.

아시아 대륙, 민족, 교회의 시름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아시아 각국의 교회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어떻게 그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정작 아시아에서 만난 교회는 ‘시름’이 깊었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극심한 빈부격차, 여러 소수 종교 중 하나일 뿐인 낮은 그리스도교 교세,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서의 정체성 혼란, 긴급한 토착화의 과제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시름이 바로 아시아 교회의 연대를 요청하고 있었다.

다양성 속에서의 연대

현장에서 만난 아시아는 역시 거대한 대륙이었다. 면적과 인구가 다른 대륙과 비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상적 종교적 차원 등에서도 다양성을 자랑했다.

따라서 이번 ‘아시아 교회가 간다Ⅱ’ 취재진이 내린 작은 결론은, 아시아 교회 연대가 이러한 다양성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신앙적으로는 증거하는 삶, 사회적으로는 빈부 격차 및 양극화 현상 극복, 방법적으로는 가톨릭 신앙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아시아 교회의 희망

아시아 신앙인들의 모습이 방금 어제 본 듯 생생하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간마을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공소 신자들(인도네시아), 주일을 거르지 않기 위해 4~5시간씩 걸어서 미사에 참례하는 가족들(캄보디아), 사제 및 수도자가 되기 위해 헌신적으로 젊음을 불태우는 청년들(베트남), 소수 종교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복음화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교와 사제들(인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수도자들(카자흐스탄), 그런 성직자 수도자와 협력하며 보람된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는 평신도들(필리핀)….

유럽 교회 신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열심한 신앙, 소수 종교라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복음화를 향한 열정 등은 이번 기획이 지향한 아시아 교회 연대의 굳건한 토대이기도 하다. 아시아 교회는 분명 깨어 있었다.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와 역할

기자들은 이번 취재를 통해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함께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 교회는 ‘가난한 나라의 교회다’ ‘우리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일어설 수 있는 교회다’라는 등의 선입견을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는 경험도 얻었다.

연대는 물질적 교류가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라는 정신적 교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안목도 생겼다. “우리가 아시아 교회를 모르는 데 어떻게 아시아 교회와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겠는가”라는 인식도 갖게 됐다.

취재기간 동안 만난 아시아 각국 교회 수장과 성직자들은 입모아 ‘한국교회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아시아 교회와 함께 손잡고 길을 가겠다는 동반자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한 물질적 지원 차원을 넘어서는 요청이다. 한국교회 정도의 역량이라면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아시아 복음화의 짐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아시아가 한국교회를 부르고 있다. 이번 기획의 가장 큰 성과는 이러한 아시아 교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문화(사목 여건)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그 속에서 아시아 각국 교회의 연대에 대한 희망과 열의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가톨릭신문은 1년 6개월 전 연재를 시작하며 작은 기도문 하나를 바쳤다. 그 기도에 담긴 염원과 소망, 그리고 희망은 연재를 마치는 이 시점에서도 아직도 유효하다.

“이 위대한 대륙의 문화, 언어, 전통 그리고 종교적 감성들의 풍요로움에 대하여 하느님께 찬미를 올려 드립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이 광대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대륙에 여전히 소수만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활기찬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만이 가져올 수 있는 희망과 활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시아의 모든 민족이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유일한 구원자이심을 깨달아 그 충만한 생명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하소서.”-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아시아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50~51항 참조.

“음식 언어 맞지않는 불편함이 하느님께 가는 지름길”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들

아시아 교회 현장에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아시아 교회가 간다Ⅱ’는 아시아 교회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아시아 교회에서 헌신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캄보디아 산간 오지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복음을 전하는 곽석희, 박서필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수십년째 중앙아프리카에서 숨은 봉사활동을 펼치는 김창남 수사(작은 형제회)….

선교사들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전하고 있었다. 편안한 잠자리와 익숙한 기후, 입맛 맞는 음식을 포기한 이들 선교사들의 소리 없는 봉사 덕분에 가는 곳마다 ‘한국교회에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인사를 들었다.

현재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교사는(교포사목 제외) 총 240명. 전 세계에 파견된 선교사 수의 약 39.7%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금도 낮은 의료 수준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도 땀을 흘리며 ‘한국 발(發)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공소방문 등을 위해 일년의 대부분을 길에서 보내는 캄보디아 곽석희 신부(한국외방선교회)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비록 음식과 문화 언어가 맞지 않는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불편하게) 사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가깝게 가는 길입니다.”

그동안 ‘아시아 교회가 간다Ⅱ’의 취재를 위해 협조해 주신 한국외방선교회, 작은형제회, 말씀의 선교 수도회(신언회), 사랑의 선교수사회 등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설명

▶몽골 울란바타르 항올 성모마리아본당 신자들이 임시 성당에서 몽골지목구장 주교와 김성현 신부 등이 공동집전하는 전례를 봉헌하고 있다.

▶박서필 신부가 들불로 큰 피해를 입은 캄보디아 한 마을을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