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49.카자흐스탄 (3)소외된 이들의 가족 ‘가톨릭교회’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07-07-08 수정일 20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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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회복지사업에 열정 쏟다

카자흐스탄 옛 수도인 알마티. 카자흐스탄 사회와 만나기 위해 필수적으로 머물러야할 도시이다.

알마티는 카자흐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고스란히 뿜어낸다. 선진문물로 도배한 현재의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16년 전 공산정권에서 독립한 이후, 카자흐스탄 사회에 불어닥친 급격한 변화들을 여실히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공산주의로 통제되던 수동적인 일상을 벗어났지만, 카자흐인들이 자유를 만끽하기에는 내·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경제 개발 열풍 안에서 중산층이 형성되지 못한 사회구조는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다.

알마티에서는 최근 하루 300여 대 이상의 차량이 증가한다. 길목마다 우후죽순 가장 번듯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주유소들이다. 하지만 차량이 북적대는 도심 도로와 트람바이(전차) 철길만 벗어나면 곧바로 빈민가와 마주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현지인들은 도시 인구의 80% 가량이 빈민이라고 말한다. 한 가정당 일일 생활비 2달러가 채 못되는 가난한 가정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카자흐인들의 직업의식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저축 개념도 부족하고, 연중 휴가를 위해 직업을 얻는다는 인식이 보편적일 정도이다.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때문에 가톨릭교회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도 교육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돌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카자흐교회 자체의 여력만으로는 사회복지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알마티교구 내에서는 청소년센터와 장애인 생활시설, 고아 양육시설과 무료진료소, 무료급식소 등이 운영되고 있다. 모두 해외 NGO와 수도회 혹은 외국 교구 등의 후원으로 유지되는 시설이다.

사회적 필요성과 교회의 관심에 빗대면 현재 카자흐교회의 사회복지 규모는 매우 열악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종교의 자유를 찾은 이후 카자흐교회가 단독 교구 등의 조직체계를 갖춘지는 4년이 채 되지 않았고, 이제 막 교회의 기틀을 새로 다지는 단계임을 고려할 때 희망의 불은 이제 피어나는 단계다.

각 본당 운영조차도 대부분 외국교회에서 후원받고 있지만, 교회는 대부분의 역량을 아낌없이 사회복지 쪽으로 집중하며 카자흐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인성·윤리교육으로 건전한 사회성 길러”

■ 알파&오메가 청소년 센터

카자흐의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성인문화에 노출돼 있다. 딱히 자신들만의 문화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지만 어른들만큼 술을 잘 마시고 마약에도 쉽게 손을 댄다. 도심 곳곳 후미진 곳에서는 일명 ‘주사기 놀이’로 인한 쓰레기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고. 또 조혼이 많고 이에 따른 이혼율도 높은 편이다. 공산정권의 영향으로 학교는 충분할 정도로 세워져있지만 교육의 질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알파&오메가 청소년센터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러 문제의 원인으로 인성교육의 부재를 꼽는다. 건전한 사회형성을 위해 인성·윤리교육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알마티에서 청소년 사회교육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알파&오메가 센터는 이탈리아 비영리 사회복지단체인 ‘M.A.S.P(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Social Projects)’의 후원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됐다.

센터의 깨끗한 외관은 알마티 구도심의 낡고 어두운 아파트숲 사이에서 더욱 돋보였다. 내부 운영 프로그램 또한 여느 선진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 못지않는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마침 특수교육 교사들을 위한 세미나로 더욱 분주한 날이었다.

이 센터는 현재 카자흐 내에서 청소년 교육과 교사 양성까지 담당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그 중요성을 더한다. 정부 운영 기관에서는 아직까지 부분적인 교육만을 담당하는 정도다.

센터에서는 알마티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보육사와 특수교육 전문교사를 지속적으로 양성한다. 설립 이후 센터에서는 70여명의 전문교사들을 배출했다. 게다가 각 본당 교리교사도 이곳에서 양성하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교사들은 장애인과 고아 등의 일반 교육과 심리치료, 상담 등을 위해 각 지역으로 파견된다.

또한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실직여성들과 미혼모 등을 포함한 청년 취업교육이었다. 센터에서는 무엇보다 버려지는 아이들을 줄이기 위해 여성 교육과 전문 취업교육에도 큰 역량을 기울인다.

눈길을 끄는 시설로는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과 스포츠센터 등이 있었다. 스포츠센터는 지역사회에도 널리 알려져 소속 프로청소년축구팀까지 갖췄다. 특히 센터에서는 장기교육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최신 시설의 기숙사를 완비해 실질적인 교육을 지원한다.

아울러 센터는 어학·컴퓨터 강좌와 전시회와 영화상영, 캠프 등의 상설프로그램도 꾸준히 실시해 알마티의 대표적인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고통받는 어린이 ‘어머니’ 역할

■ 양육시설 ‘원죄없으신 동정마리아의 집’

알마티 도심에서 80여 km 떨어진 캅차가이 지역에 위치한 ‘원죄없으신 동정마리아의 집’은 이 지역사회에서 어린이가 가장 많은 ‘가정’이다.

5개의 일반 가정집을 구입해 꾸민 이곳은 버려진 아이들과 결손가정 자녀들을 돌보는 양육시설이다. 각각의 집에서는 아장아장 걸음을 걷는 어린아이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생활한다.

시설 책임자인 웅가리 마시모(Ungari Massimo) 몬시뇰은 이탈리아 크레모나 교구 소속 사제로 지난 1994년부터 카자흐 현지인들의 사회복지를 위해 헌신해왔다. 양육시설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120여 명. 아이들이 자라면 알마티 시내에 마련해둔 공부방으로 보내 대학진학과 취업교육도 지원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유치원교육 체제도 갖춰 교육에 힘쓰고 있었다. 현재 마시모 몬시뇰을 돕고 있는 교사 15명은 전원 자원봉사로 활동한다.

마시모 몬시뇰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가난 등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어머니’가 되어주는 것”이라며 “이곳에서는 따로 신앙교육을 하지 않지만 생활자들의 절반 이상이 세례를 받는 등 간접선교의 효과도 크다”고 전했다.

재활시설 갖춰 치료·교육 함께

■ 신체·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 ‘꼽체’

‘꼽체’의 대형철문을 밀고 들어서자마자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어린이들로 빼곡한 입구의 놀이터를 지나 운동장을 넘어서면 생활관과 학교, 식당 등 총 7개의 다양한 건물들을 만난다. 이곳에서는 현재 90여 명의 신체.정신지체장애인과 고아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알마티 도심에서 50여 km 떨어진 딸가르 지역에 위치한 ‘꼽체’는 카자흐스탄교회의 대표적인 장애인 복지시설이다. 장애인 생활공간과 재활시설을 겸하고 있어 각종 치료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알코올중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자녀들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꼽체’는 따로 시설에 대한 홍보 등을 하지는 않지만, 입소문이 번져 지역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당신들은 우리들의 가족도 아닌데 왜 먼곳에서 와서 우리를 위해 헌신을 하고 있지요?”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관계자들을 만나면 종종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지금 카자흐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말없는 교회의 헌신들에 관심을 갖는 시선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진설명

▶시설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점심식사 전 봉헌되는 매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꼽체' 어린이들이 학교 수업 후 놀이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파&오메가 청소년센터에서는 미혼모를 비롯한 여성들의 취업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