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저출산·고령화 속의 가정사목(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7-07-08 수정일 2007-07-08 발행일 2007-07-08 제 255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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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명 가치·존엄성 일깨울 교육 시급

신자들부터 낙태·유전자 조작 등에 대한 바른 인식 필요

가정사목 강화 위한 교회 내 조직·체계 새롭게 정비돼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한국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는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은 ‘가정사목’을 별도의 의안으로 작성, 가정사목을 한국 사회와 교회의 가장 시급한 사목활동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요청했다.

특별히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맞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가정교서’를 발표한 후 한국교회 안에서는 교구마다 가정사목 전담 기구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가정 문제 상담실 운영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어 90년대와 2천년을 전후해 활발하게 열린 각 교구 시노드에서는 예외없이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사목적 대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 시노드 의안은 ‘생명주기에 따른 가정사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각 인생 주기의 지속적인 과정 안에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함을 강조하고 그리스도인 가정이 어떠해야 함을 밝혔다. 특히 이혼이나 별거부부와 자녀 문제, 외국인 노동자 가정, 편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이나 독거노인가정 등도 공동체 생활 안으로 이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인천교구는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인 가정’을 통해 특히 가정사목의 참된 주제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고 천명하고 교회 각 구성원들은 모두 가정사목 분야에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가정사목부의 위상 문제, 가정사목에 대한 인식 강화, 각종 가정사목 프로그램의 계발과 강화, 생명의 문화 구현, 노인 사목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안했다.

서울대교구는 평신도 의제 전반을 가정사목과 긴밀하게 연결짓고 가정, 여성, 노인사목 등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뤘다. 특히 서울대교구 교구 시노드 최종문헌에서는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가정사목연구소 설립, 가정 교리서 편찬, 다양한 프로그램, 특히 혼인 준비 프로그램 강화를 강조했고,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90년대 이후 이처럼 교구 시노드라는 논의의 장을 통해 교구민들의 공통적인 사목적 관심사로서 가정사목은 부각돼 왔다. 뿐만 아니라 가정사목에 대한 관심은 비단 가정사목 관련 부서 뿐만 아니라 기타 연구소와 교회 언론, 각 본당 차원에서도 고무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사목, 특별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환경과 조건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한 가정사목의 사목적 대안 마련은 여전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출산율이 떨어져 있고,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따라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정 사목에 대한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가정 사목의 과제

현재 한국교회내 가정사목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정사목의 과제는 우선 가정 자체가 가정사목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의식 전환의 시급성이다.

가정은 단지 사목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사목은 교회 및 신자들의 모든 신앙 및 교회 생활의 터전이며 바탕이 되는 것으로서 모든 가정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사목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가정은 그 자체로 작은 교회로서 가정 기도, 복음화 활동과 봉사 등을 통해 그 본연의 소명을 수행한다. 따라서 교회는 교회내의 모든 가정이 자발적인 의지와 소명의식을 지니고 주체적으로 가정 사목의 제반 활동에 참여하고 꾸려나가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둘째는 이러한 의식 전환을 바탕으로 교회는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적 사목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회는 본당이 아니라 가정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정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이며 각 본당의 모든 사목계획은 가정을 그 중심에 두고, 가정에 초점을 맞춰 계획되고 실천돼야 한다.

교회 내의 다양한 사목분야, 즉, 청소년, 여성, 노인,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분야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수행되면서도 일관성 있는 통합적 시각, 즉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로 바라보고 연계해 통합적인 사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통합적 사목 계획이 수립돼 제반 사목 프로그램들이 가정 중심으로 이뤄지고자 할 때, 필수적으로 가정을 대상으로, 가정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정사목의 출발은 가정의 각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실제 삶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충실하게 실천하기 위한 교육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넷째, 가정사목을 위한 교회내 조직과 체계가 새롭게 정비되고 강화돼야 한다. 현재 일부 교구에는 가정사목 전담 부서가 설치되거나 가정 사목 전담 사제가 배려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구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전담 부서와 인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각 본당에서도 가정사목을 좀 더 통합적이고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관련 부서들이 활발하게 설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가정사목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연구하고 관련 사목 프로그램들을 계발함으로써 교구와 본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활동이 절실하다. 사실 교회는 가정사목의 전체적인 중요성이나 원론적인 가르침, 기본지침 등에 있어서는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서 교회는 일찍부터 강조해왔고, 교회의 가르침 자체가 성가정의 모범을 따라 신자들이 생명의 요람으로써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사회와 교회 현실 안에서 적절하고 실효성 있게 실시할 수 있는 가정사목 프로그램이 과연 풍부한가 하는 문제이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 즉, 물리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는 교회의 사목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혼인과 가족 제도에 미치는 사회적 변화의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목적 대안들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종합적인 연구 분석이 요구된다. 이러한 연구 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사목적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기 위한 가정 사목 연구소의 활성화는 매우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섯째,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가정의 소명을 수호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가정사목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시각은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역할이다. 가정은 남녀가 결합해 가정을 이루고 생명을 잉태하는 생명의 요람이다.

하지만 오늘날 가정은 단지 실용주의와 편의성에 따라 쉽게 결합하고 쉽게 헤어지는 하나의 도구로 머무는 경우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맹목적인 과학의 도구적 이용으로 말미암아 여지없이 훼손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낙태, 피임, 불임시술, 유전자 조작 등은 오늘날 생명의 요람으로서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교회는 이러한 인간 생명의 요람으로서 가정의 소명과 역할을 수호하는데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이는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일이다. 교회는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 우리 신자들이 분명하게 깨닫고 결코 세속의 가치에 동조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생명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일곱째, 노인사목을 오늘날 가정사목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목적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은 자칫 사회의 부담으로 여겨져 그 고유의 가치와 생명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다.

교회는 실용주의적인 시각만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판단하려는 세속적 가치 판단의 틀을 깨고 고령화 사회라는, 사회학적으로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오늘날 사회 안에서 노인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계층이 올바르게 대접받고 사랑과 헌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가정은 큰 도전들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들은 그러나 오히려 가정사목에 대한 새로운 결의와 다짐의 계기가 되고 있다. 혼인과 가정의 의미가 올바르게 서 있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 안의 가난한 이들은 쉽게 사회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가정은 이제 교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교회로서 교회의 모든 활동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가장 소중한 조직이다. 교회는 이 가정 교회가 올바르게 서도록 모든 통합적인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사진설명

▶낙태, 피임 등은 오늘날 생명의 요람으로서의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사진은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 가정의 품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