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62】하느님, 당신 창조의 영과 함께 춤추게 하소서<끝>

입력일 2007-06-10 수정일 20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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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중심으로 세계를 보자

지난 호에서 중심은 바닥에 있다고 하였다. 사람을 지구에 견주어 말한다면, 중심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내면을 말하고, 수양과 수행을 말하며, 하느님과의 내밀한 대화를 말할 때, 여기에는 일정하게 중심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중심이 바닥에 있다고 말하고 어떤 실체의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진정한 궁극 중심은 지구 밖에, 우리 밖에 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는 이 사실을 태양과 지구의 관계를 통하여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데 기여한 선구자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중심은 인간 내부나 지구 내부가 아니라, 하느님께 있다. 그분이 우리를 있게 하고, 살게 하며, 춤추게 하신다. 태양이 지구를 존재하게 하는 힘의 중심인 것처럼.

사람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으로 이 세계의 관계를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의 지력과 기술력이 성한 이 시대에는 더욱 더 그렇다. 우리의 중심은 ‘나’에게가 아니라, 너에게, 너의 궁극 너, 하느님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쇠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를 중심으로 여기게 만드는 이들이 존재해 온 것이 인류 역사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하느님을 말하면서조차 하느님을 원수로 삼는다.

불의한 군사대국주의의 지배 논리가 이 틀 위에서 움직여 왔고, 부패한 독재 정권이 그렇게 하였다.

자기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일컫는 ‘중국’ 의식의 폭력성은 이같은 반하느님적 자기 중심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를, 혹은 자기 부류나 집단을 중심으로 여기게 만드는 이들을 나는 ‘영적인 냉담자’라고 말한다.

이런 유형의 냉담자들은 단순히 정치-사회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그리스도인 평신도에게서는 물론, 사제와 수도자, 주교들 역시 하느님을 내세우고 예수 그리스도를 앞세워서 자기를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게 만들려고 애쓸 수 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이들의 종교적 폭력의 핵심 역시 하느님의 창조의 축복과 성령의 자유를 자신들의 신념에 가두는 자기 중심적 신앙 이해에 놓여 있다.

우리 교회에서 때때로 나타나는 주교나 사제들의 독단적 활동의 본질도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으로 삼는 ‘영적인 냉담’에 놓여 있다.

위에서 코페르니쿠스를 언급하였는데, 실로 오랜 동안 태양이 지구를 위해 있다고 본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면서 지구상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컬었던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겼다. 이런 인간 중심주의의 문제는 하느님도 우리를 위해 있다고 여기며 하느님조차 지배하려 들기 쉽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인간이 태양으로 상징되는 하느님을 따라 돌고, 우리가 하느님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보는 겸비함이 필요하다. 하느님의 날을 위하여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지, 우리를 위하여 하느님의 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하느님과 하느님의 창조를 중심으로 하느님과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바라볼 때 그때 비로소 창조물과의 관계가 더 이상 지배와 종속, 우월과 열등이 아니라, 하느님의 다스림으로 만물을 돌보고 동반하는 관계로 바로잡히게 될 것이다.

이때 비로소 성령이 생태-자연-우주 만물을 살리는 영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창조 생태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창조를 중심으로 하느님과 인간과 세계 만물의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가톨릭 영성 패러다임이 ‘창조 중심 구원 통합’ 영성살이 패러다임이다.

지금까지 세계 가톨릭 신학과 한국 신학의 소통을 그리면서 한결같이 꿈꾸어 온 것이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을 인간과 함께 창조하고 기르며 완성에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생명과 정의, 평화와 구원의 전망 속에서 구현될 천지인 사이의 건강한 관계였다.

그동안 이 기획을 동반하며 함께 신학의 성숙을 꿈꾸어 온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이 아름다운 신학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준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창영 신부를 비롯하여 모든 관계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느님, 당신의 부름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순명의 영으로

하느님, 당신의 창조의 영과 함께 춤추게 하소서.”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