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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신부이야기] 28.성모성월, 모든 어머니께 감사를

입력일 2007-05-20 수정일 200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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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을 맞으며 성모성월 축제를 준비하노라면 초록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부활시기를 보내며 인류의 어머니, 평화의 고향이신 성모님께 정성 가득 담은 화관을 씌워 드리는 5월 전례로 무르익고 있다.

봉헌의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마음은 본당과 공소의 아름다운 성모동산을 떠올리게 한다.

오고가는 순례객을 다소곳이 품어주시는 청수공소의 성모동산은 더욱 정감이 넘친다. 루르드 성모 동굴을 본떠서 꾸며 놓은 성모동산은 아늑하다.

고산본당 공동체를 지켜주고 계시는 성모님은 조금은 한적하지만 찾아오는 순례객과 당신을 찾는 가족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아 주신다.

언제나 젊고, 고우시고, 아름다움이 가득한 거룩한 어머니. 성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얼굴에 잔주름을 더해가시는 육신의 어머니를 사랑과 존경으로 채우게 해 주신다.

이 곳 제주도 고산의 어머니들에겐 지나치도록 바쁘고 피곤한 계절 5월이 되면 낭만적인 생활의 틈새가 오히려 마음만 힘들게 한다. 바쁜 손을 기다리는 밭농사, 바다 농사는 얼굴을 주름으로, 몸은 과로로 지치게 만든다.

이곳 어버이들은 5월의 여왕처럼 화려하게 살거나 곱게 차린 옷을 입지는 못한 분들이지만 자식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다. 그분들의 신심과 신앙생활은 성모님의 삶과 마음을 많이 닮으셨기에 5월의 임금님, 5월의 여왕이기에 충분하시다. 교회가 해 드릴 수 있는 특별한 것은 없을지라도 어른들의 마음을 받아 하느님 대전에 봉헌하고 이웃사랑을 나누는 5월 축제의 시간만은 행복함으로 만들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남겨놓은 사랑실천이 맺어야 할 결실처럼 쇄신을 통한 기쁜 소식의 잉태를 교회는 이뤄내야 한다. 세계가 핵가족화되고 개인의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세태로 있을지라도 2000년간의 전통을 발전시켜 오고 있는 교회는 흔들리지 말고 근본을 지켜가야 한다.

성전을 지키고, 본당을 균형 잡아 주시는 성모님이 머무시는 동산에 모여, 우리는 모든 어머니들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드리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 나라의 현재를 만들어 주신 열정에 감사드리는 기도의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정녕 우리 어머니들의 헌신과 희생을 제대로 묵상하며 정성을 가득 담은 한 송이의 꽃이 봉헌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하늘어머니와 세상 어머니가 하나로 만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 제주교구의 5월 축제가 곧 시작된다. 오는 17일 늦은 저녁 제주 교구민들이 함께 모여 봉헌하는 성모의 밤은 제주도의 모든 어머니에게로 향한 사랑으로 봉헌된다. 이시돌 삼뫼소의 성모동산을 향한 불꽃의 행렬은 아름답다. 묵주 알 구르는 소리는 깊어가는 밤을 더욱 아름답고 거룩한 밤으로 잉태시킨다. 올해에도 삼뫼소의 십자가의 길은 새로운 신비를 연출하는 성모동산으로 거듭나리라고 생각한다.

김남원 신부 (제주교구 고산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