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 연구기관과 연계, 사목 쇄신 방안 모색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7-05-13 수정일 2007-05-13 발행일 2007-05-13 제 254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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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열린 한국사목연구소 주최 ‘도박문화 개선, 중독 예방과 치유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
'주일학교 개혁'·'교회와 사회의 대화' 등

월별 주제 이론적 성찰·사목현장 취재 병행

▨사목지 폐간 및 사목연구소 해체에 즈음하여

현대 가톨릭교회의 면모를 형성하고, 폐쇄된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하느님 백성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현대 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역동적이었으며 섭리적인 사건이었다. 이 위대한 사건의 완전한 실현은 제삼천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세계 교회, 특별히 한국교회 안에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가톨릭신문사는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와 함께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 ‘안으로는’(da intra) 교회의 쇄신을 추구하고 ‘밖으로는’(da extra) 자기 껍질을 깨고 세상과 대화하고자 했던” 이 공의회의 정신으로 한국교회현실을 조명하는 공동기획을 2007년 연중 기획으로 마련한 바 있다.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한국 천주교회’를 주제로 시작된 이 공동기획은 지금까지 선교와 성장주의, 신앙교육의 문제, 전례 정신의 회복, 그리고 소공동체 사목의 빛과 그림자 등 4개월에 걸쳐 4가지의 굵직한 한국교회 현안을 다루었다.

하지만 주교회의 2007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올해로 창간 40주년을 맞은 ‘사목’지를 폐간하고, 발간 주체인 한국사목연구소 마저 해체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의욕적인 공동기획은 막을 내려야 할 기로에 서게 됐다.

기획의 두 축 중 한 축이 무너짐에 따라 가톨릭신문사는 공동기획의 지속 여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성숙한 연구 능력을 지닌 연구소의 역량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획의 완성도와 충실성이 확보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톨릭신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와 세상의 복음화와 쇄신의 지향을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이 공동기획을,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끌고 가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기획은 공동기획의 틀을 벗어나서 가톨릭신문 단독 특별기획의 형태를 띠게 된다. 하지만 당초 공동기획의 취지와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연구소와 신문사가 이미 논의하고 결정했던 기존의 밑그림에 따라 기획을 이어가기로 한다.

특별히 공의회 정신에 바탕을 두고 태어나 지난 40년 동안 공의회 정신의 구현을 뚜렷하게 지향해왔던 사목지와 한국사목연구소의 노고를 치하하고 높이 평가하는 한편, 폐간과 해체를 크게 안타까워하면서, 공동기획 ‘공의회는 끝나지 않았다’가 한국 교회 사목과 교회 및 신앙생활의 쇄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공동기획의 추진 방향과 주제

한국사목연구소의 해체와 함께 공동기획의 추진은 사실상 온전히 가톨릭신문사의 몫이 됐다. 기존의 기획 추진은 사목지에서 제공하는 이론적 성찰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삼아 공유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목 현장의 탐사취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연구소의 해체에 따라 가톨릭신문사는 향후 월별 주제들에 대한 이론적 성찰과 사목 현장 취재를 병행하게 된다.

이론적 성찰과 관련해서는 권위 있는 필진의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시각과 문제 의식을 도출하고, 한국교회의 관련 사목 현황을 평가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교회내 각 분야별 연구 기관들과 학계 연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협력을 모색하게 된다.

그 토대 위에서 전담 취재팀 소속 취재 기자들은 해당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전국의 사목 현장을 취재하고 사목자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사목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 단계에서는 각 교구 및 본당의 광범위한 사목현장을 폭넓게 취재함으로써 이론적 성찰이 학문적 영역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한편, 한국교회 사목 전반의 정책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공동기획은 향후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게 된다.

- 저출산 고령화 속의 가정 사목

가정은 교회의 최우선적인 사목 대상의 하나이다. 특히 생명의 존엄성이 도전받는 오늘날 세계 안에서 가정 사목은 가장 중요한 사목 영역이다. 가정 성화를 지향하며, 특히 새로운, 왜곡된 가정 형태들이 등장하는 오늘날 생명의 못자리로서 가정을 생각한다.

- 주일학교 개혁

청소년 신앙교육의 핵심적인 장으로서 주일학교 문제를 검토한다. 청소년 및 청년 사목 분야는 교회의 가장 미래적인 사목 영역이면서도 가장 취약한 영역이기도 하다. 주일학교 운영과 청소년 신앙교육의 현안들을 점검하고 효과적인 사목 대안을 모색한다.

- 한국 수도회의 현실과 미래

신원의식과 정체성의 문제, 활동과 기능 위주의 삶 등 이미 80년대부터 스스로 제기하고, 주위로부터 지적돼 온 한국교회 수도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영성의 샘인 수도회들이 한국 교회와 사회 안에서 진정으로 찾아야 할 몫에 대해 성찰한다.

- 한국 성직자 생활 쇄신

교회의 쇄신과 복음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직자들의 쇄신과 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오늘을 사는 성직자들이 당면한 문제들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신원 의식과 사명 의식을 살려내는 교회적 노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알아본다.

- 신자들의 신심 활동과 영성 생활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온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가 신심운동이다. 다양한 신심운동들이 신자들의 신앙을 성숙시키고 교회를 쇄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 그 활동과 사목적 전망을 검토한다. 특히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영성 운동에 대해 성찰한다.

- 교회와 사회의 대화

공의회는 세상과의 대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교회와 세상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심연이 있다고 여기는 것은 공의회의 정신이 아니다. 오늘 여기서 시작해야 할 세상과의 대화와 대화를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살펴본다.

- 평신도의 사도직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의 요청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천주교회 안의 평신도들은 권위주의, 수동적 자세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교회 참여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를 위한 문제 제기를 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 일치와 평화를 위한 여정으로서 민족화해 사목

첨예하면서도 진부한 진보와 보수의 대립 구도를 넘어 민족의 참된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는 신앙적 화해의 전망을 모색한다. 선명한 평화주의와 형제애를 지향하는 신앙적 민족 화해의 전망은 여전히 격변의 요소가 남아있는 화해의 여정에서 교회 뿐만 아니라 민족적 지침으로도 설립될 수 있다.

■‘사목’과 한국사목연구소 발자취

교회 사목 쇄신·성찰에 기여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직후인 1967년 5월 1일 계간지로 발행되기 시작한 월간 ‘사목’지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7년 춘계 정기총회에서의 결정에 따라 창간 40년만인 2007년 4월호로 폐간됐다. 통권 제339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 사목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을 구현하고자 사목지를 창간했다. 당시 사목은 공의회 가르침을 충실히 전달하는 한편, 현대 가톨릭교회의 흐름을 사목자들에게 전달하는 잡지였으며, 사목현장에서의 체험과 연구 결과들을 나누는 ‘대화와 연구의 공동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70년대 접어들어 사목은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편집권이 ‘한국사목연구원’(1972년 7월 제22호)으로 이관됐다가 다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1974년 1월 제31호)로 다시 주어졌으며, 그 사이 계간에서 격월간지로 변경됐다.

편집권 이동의 혼란 속에서도 독자층은 확대돼 사목자 외에도 수도자와 선교사, 교리교사, 평신도 지식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신앙인들이 사목을 접했다.

이에 따라 편집의 폭도 넓어졌고 사목활동에 효과적인 사목자료와 방안 및 교회 주요 문헌들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와 교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소개했다.

1987년 1월에는 주교회의 산하에 ‘한국사목연구소’가 설립됐고, 그해 5월호(제111호)부터 연구소의 기관지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사목현장의 모든 문제와 자료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질적인 연구의 토대를 확충했다. 하지만 격월 발행은 지면이 제한돼 있어 실질적인 연구 작업 결과는 물론 증폭된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웠다.

특히 당시 한국교회는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었으며 교세가 대폭 신장됨에 따라 선교 사목 전반에 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절실하게 요구됐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는 이에 따라 1989년 1월호(제121호)부터 월간으로 사목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증면을 통해 신학 전문지 성격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제호도 한자어 ‘司牧’에서 한글화됐고, 내용도 더욱 다양하게 꾸며졌다. 월별로 구성됐던 ‘특집’을 1년 단위로 주제를 설정하고 교회가 직면한 주요한 문제들에 대한 신학자들의 논문과 한국사목연구소의 연구 결과들이 수록됐다. 외국 교회의 사목활동에 대한 기사와 글들도 소개됐고 사회적 관심사들을 신앙의 시각에서 해석하는 난도 실렸다.

설립 20년만에 해체된 한국사목연구소는 토착화를 비롯해 근현대 교회사, 가정사목, 생명 문제, 신영성운동 등 주요한 사목적 과제들을 다룬 심포지엄과 연구 조사들을 주관함으로서 한국교회 사목 쇄신과 성찰에 기여해왔다.

한편 주교회의는 사목지 폐간 이후 사목의 기능을 ‘경향잡지’로 통폐합, 2008년 1월 새로운 성격과 체제의 ‘경향잡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