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교회가 간다Ⅱ] 45.일본 (4)오사카대교구 이꾸노본당 한인공동체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7-05-13 수정일 2007-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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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 우애 돈독… 한국서 사는 느낌”

20여년 한 일 신자 공존하며 신앙공동체 일궈

노숙자 급식 등 소외된 이웃들 돌보는데 앞장

신자 70% 한국인

한인미사 따로 봉헌

‘공용 주보’ 발행도

늘어나는 이민자들은 최근 한국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일찍부터 야기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자리 잡은 한국인을 비롯해 최근 남미와 필리핀 등지에서 유입된 노동자들까지 이민자가 증가함에 따라 일본교회 내에서도 이들을 위한 사목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여 년 동안 한국인과 일본인이 공존하며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오사카대교구 이꾸노 본당은 이주민 사목에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들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서 일본교회의 이주민 사목 현장을 살펴본다.

일본 제2의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과 북적거리는 인파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라고 할만 했다. 관광과 산업이 발달한 만큼 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한국말 때문에 이곳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작은 형제회 신부들이 사목하고 있는 이꾸노 성당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성당 입구에 있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나란히 표시된 성당간판이 평화로운 한일공동체를 상징하고 있었다.

성당에 들어서자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는 독일신부가 기자일행을 맨 처음 반겼다. 성당 곳곳에서는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 팻말, 한국어·일본어 공용 주보 등 한국어와 일본어가 함께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본당은 한국신자 70%와 일본신자 30%로 구성돼 있다. 교적을 두고 있는 한인신자가 600명을 넘었을 뿐 아니라 주일에도 한국인미사와 일본인미사를 나눠야 할 정도로 한인공동체가 성장했다. 또 한일공동으로 노숙자 급식, 사회시설 봉사활동 등을 펼쳐 양국 신자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공동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본당에 한인미사가 생긴 것은 20년 전. 일본인과 결혼한 여성, 재일교포, 주재원과 가족 등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인사목이 절실히 필요했다. 당시 교회에는 외국인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전혀 없었던 시기이기에 생긴 한인공동체는 의미가 컸지만 활동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한인미사가 시작됐을 때는 일본신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배권 의식을 갖고 있던 일본신자들은 한인공동체를 쉽게 인정하지는 못했다. 일본신자로만 구성된 평의회에서는 한국신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하지 않아 일본신자 위주 사목만이 이뤄지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목자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유학 온 예수회 이성일 신부 집전으로 한 달에 한번 미사를 봉헌했을 뿐 신자교육과 주일학교는 물론 한인신자의 영적지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통감한 나카무라 미치오 신부는 한국 유학길을 떠났다. 9년 동안의 한국생활을 통해 한국어를 익히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다. 공석이던 본당 한인공동체 담당은 한국에서 파견된 윤석찬 신부가 맡았다. 윤신부는 한인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5개를 만들며 한인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한 본당에 1~2개의 쁘레시디움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장이었다.

한인공동체의 성장

나카무라 신부 귀국 후에도 한인공동체의 성장은 이어졌다. 사목자가 한국어가 가능해지면서 성당 관할 외 지역에서도 한인신자들이 모여 들었고, 본당은 더욱 활발한 공동체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또 평의회에서 활동하는 신자들도 늘어 한인신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2년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번갈아 평의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마지막 주에는 ‘한인공동체의 날’을 정해 한일신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본당은 또 2003년 오사카 중심가에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닛뽄바시’공소를 마련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상담도 병행하는 공소에는 유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찾고 있다.

한종수(사도요한?30)씨는 “일본에서 한국말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좋다”며 “게다가 신자들 간의 교류도 활발하기 때문에 타지에 있지만 타지에 있는 느낌이 아니라 고국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사카대교구에서는 외국인사목위원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국적을 지닌 신부들을 적극 활용해 이주민들에게 통역과 영적지도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한인 신앙열정에 감명”

[인터뷰] 한인공동체 담당 나카무라 미치오 신부

“한인신자들의 적극적인 신앙생활은 일본신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나카무라 신부는 처음 한인공동체를 담당했을 때 한국 신자들의 신앙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고 했다. 개인 신심이 강한 일본에서는 신앙생활이나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인공동체가 생긴 후에 본당도 더욱 활기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한인신자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나카무라 신부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9년간 한국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인만큼이나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그들의 영적지도에 나서고 있다.

“이민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배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한국신자들을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나카무라 신부는 일본교회에 이민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강조하고 “고국어로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한국인 신부님이 오셔서 한인공동체를 이끌어 나간다면 타지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이꾸노본당 한인공동체는 매달 마지막주를 ‘한인공동체의 날’로 정하고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꾸노본당에서는 나카무라 신부 주례로 매주일 한국어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